불편한 진실 - 앨 고어의 긴급환경리포트
앨 고어 지음, 김명남 옮김 / 좋은생각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살아가면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게 중요한 문제와 세상에 중요한 문제에 관해. 무엇이 우선이라
고 할 수는 없지만 두 개의 관계는 묘하게도 이어져 있다. 보편적 진실에 따르자면 우리의 지구는 병들
었다. 그런데도 그런 사실을 은폐한다. 단지 재정적으로 도움을 받으려고…. 이런 세태 속에서도 고어
는 꾸준히 환경에 관심이 있었고 비록 선거에서 부시 행정부에 밀렸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불편한 진
실을 알리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무지 때문에 궁지에 몰리는 게 아니다. 문제는 잘못된 확신이다. (20-21쪽. 마크 트웨인.)


 적절한 인용문에 생각의 입구를 열기 시작했다. 그러나 처음에 이 책을 잡고 조금 놀랐다. 대충 넘겨보
며 적어도 환경서라면 이렇게 페이지의 공간을 많이 남기지 않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텍스트의
적절한 편집은 강렬하며 이목을 끈다. 그 효과를 위해 그랬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더구나 아름다운 지
구의 모습 등 사진자료도 좋았다. 아이들도 이해할 정도의 설명과 자료는 마치 프리젠테이션을 연상시
켰다. 간단하면서도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보여준다는 것은 확실히 장점이니까.

 지구 온난화 문제는 많이 대두되는 환경문제이다. 대기는 생각보다 무척 얇아서 인간이 방출한 이산화
탄소 등의 온실가스들은 이 대기층을 두껍게 한다. 특히 이산화탄소가 문제가 되는 것은 온실가스의
8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또 그 80% 중 30%가량은 농지확보를 위해 나무를 불태우거나 땔감용으로
쓸 때 일어난다. 대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모체인 바다에 그 3분의 1이 녹아 물을 산
성화 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대기층의 두꺼워짐에 따라 대기를 탈출해 우주 공간으로 나가야 할 일부
의 복사에너지가 갇혀서 지구대기와 바다의 온도가 높아진다. 그래서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도시가
발전할수록 이산화탄소의 양은 계속 늘어나는데 봄여름 초목들이 잎을 틔워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시기에만 전 세계적으로 일시적으로나마 감소한다.

 미국은 전세계 온실가스 총량의 4분의 1을 방출하는 나라이다.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고어는 대학생이
던 1960년대에 과학자이자 교수인 로저 레벨을 만나 이미 이산화탄소량 증가에 대해 인식하게 된다.
그가 그냥 지나쳤다면 불편한 진실은 책이나 다큐로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계속 관심으로 모
아 온 자료도 요긴하게 쓰였고 이제는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다.

 지구 온난화로 초래되는 위협은 생각보다 많았다. 허리케인의 강도도 높아진다는 사실은 지난 루이지
애나주 뉴올리언스의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나라 매스컴에도 연일 보도되었으며 역시 이곳도 생각지도
못한 폭우, 폭염을 한바탕 겪었다. 2005년 미국이 허리케인으로 피해를 보았다면 유럽, 아시아는 홍수
그리고 아마존은 가뭄으로 몸살을 앓았다. 대비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쯤 되니 환경문제는 이
슈가 될 수밖에 없었고 사람들의 인식은 조금씩 변화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무관심 속에 방치되는 문
제인 동시에 앞에서는 환경문제를 내걸고 뒤에서는 다른 일을 벌이는 것도 현실이다.

 개인적으로 지구 온난화 문제로 관심이 가는 곳은 북극과 남극이다. 특히 북극인데 그곳은 남극의 만년
설 두께보다 훨씬 얇은 3미터에 지나지 않아 문제가 크다. 남극의 만년설은 3,000미터라고 한다. 예전에
본 다큐에서 북극의 얼음이 녹고 굉음을 내며 무너지는 모습을 보았는데 잊혀지지 않는다. 북극만의 문
제가 아닌 이유는 이런 기후 변화로 탓에 동식물이 멸종하고 생태계가 교란되며 결국 최상위의 인간도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늘어나는 유해생물은 조류(鳥가 아니라 藻類)
와 모기, 진드기 등의 전염병 매개체들뿐이다.

 또 기온이 높아지면 토양, 초목이 메말라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공기가 따뜻하면 번개도 더 많이 친다
고 한다. 지구가 따뜻해져서 우리나라도 아열대 기후로 변화면 따뜻해서 좋을 거 같다고 농담을 할 수
도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위기의식을 알아야 한다. 이것도 그저 지나가는 지구의 변화 중 하나라고 간
과 할 수 없는 이유는 너무도 많다. 예전에 인터넷에 한참 떠돈 지구의 야경모습을 담은 사진이 있었
다. 그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지만 희게 빛나는 것은 모두 도시화된 불빛이다. 북한과 대조적으로 희
게 빛나던 남한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만큼 소비되는 전력의 양이 많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지구 위기 극복을 위한 방법은 우리가 조금만 행동을 바꾸면 되는 조금은 귀찮은 것들이다. 대중교통이
용, 에너지효율 극대화, 플러그 뽑기, 재활용 등. 그리고 제발이지 지구 온난화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노파심이 든다.

 고어의 이야기에는 환경자료뿐 아니라 그의 가족 이야기 등도 들어 있으며 지구 온난화에 대한 오해들
에 관한 내용도 좋았다. 오존층에 난 구멍 때문에 온난화가 일어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관계
가 없는 것은 아니나 직접적인 관련은 없이 오존층의 자연적 회복 속도를 더디게는 할 수 있다고 한다.
즉 그로 인해 지구온도가 달라지진 않는다.

 환경에 관심은 있어도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몰랐는데 책의 자료를 통해 많이 배웠다. 책의 화려함보다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읽었으니 참 고마운 책이었다. 개개인의 노력 그리고 정부차원의 환경대책이 좀
더 적극적이면 좋겠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환경대통령이 선출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본다.


지구온난화는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기간에서 보자면 점진적인 변화일지 모른다. 하지만 지구의 역사
에서 본다면 거의 빛의 속도로 벌어지는 일이다. 속도가 얼마나 빨라지고 있는지, 벌써 물이 끓기 전
나타나는 심상치 않은 기포들이 보이지 않는가? 우리는, 물론 개구리 보다는 낫다. 우리는 물이 끓어
넘치는 순간에야 닥친 위험을 감지할 정도로 둔하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는 스스로 구조할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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