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단편선 2 - Classic Letter Book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권희정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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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문학의 거장 톨스토이의 단편선은 어릴 때부터 접해서인지 편하다. 특히 단편선1은 이미 아는
내용이었는데도 재미있게 읽었다. 이번 단편선은 그에 비하면 덜 알려진 이야기다. 단편선1보다 짧은
이야기도 많지만 읽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종교적 신념이 가득 담긴 노장의 글에는 이야기의 시작에 성경구절이 인용되어 있기도 했다. 종교인이
라면 더 절실하게 와 닿을지도 모르지만 그와 상관없이도 얼마든 와 닿는다. 주제를 말하고자 성경구절
을 두었음을 보면서 얼마나 그가 종교에 심취했던가를 알 수 있다. 어쩌면 성경을 읽으며 느낀 생각을
단편으로 엮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더 교훈적으로 느껴진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도덕과 윤리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는데 내가 할머니가 되어 톨스토이
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렇다면, 그때의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진다. 하
지만 정확한 것은 그 아이들도 도덕적 마음을 배울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는 크면서 그 마음과 행
동 사이에서 고민할 것이다.

 꿈에서조차도 화합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를 용서한다는 것에 대해 간단하게 생각해 보
면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것이다. 지켜야 할 윤리와 내 마음의 대립은 이미 인간이 생긴 이례로
예외 없이 이어지고 있으니까. 그 순간을 극복하는 좋은 방법의 하나가 좋은 책을 읽는 것이다. 물론 읽
기만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반드시 행동해야 할 것이다. 책처럼만 된다면 좋겠지만 우리의 삶은
도덕 교과서와는 다르다. 학창시절 좋은 예제만 골라도 도덕시험의 객관식은 만점이 될 수 있어도 실제
는 그렇지않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진심으로 배우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톨스토이와 친해지기 좋은 단편선에서 그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읽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빛이 있는 동안 빛 속을 걸어가라>였다. 주인공이 그리스도인들을 찾
아가려 할 때마다 나타나 그의 마음을 돌리는 사람이 있는데 그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때 그의 대사는
이 책에서 유일하게 현실적으로 논리적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럼에도 주인공은 그리스도인들을
찾아가고 행복한 삶을 영위한다. 결국 그의 마음을 몇 번이나 돌리게 만든 사람은 고민하는 마음의 또
다른 모습이 발로(發露) 되었다고 보였다.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보았다면 알겠지만 그는 단순히 교훈적인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것이 도덕
교과서와 다른 점이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글도 그의 능력이며 그래서 거장으로 남는 것이리라. 생각
을 단순히 정리해서 적는 데 그치는 필력이 아닌 알기 쉽게 깨닫게 한다는 점이 좋다.


기억하시오. 중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이라는 사실을 말이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인 이유는
우리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오. 또한 가장 필요한 사람은 지금 당신과 함
께 있는 사람이오. 그 누구도 자신이 앞으로 어떤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라오. 그
리고 가장 중요한 일은 함께 있는 그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오. 이는 인간이 이 세상에 온 유일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오. (68쪽, 세 가지 물음. 1903년.)



 잘 알려진 이 글은 언제 읽어도 수긍이 간다. 다만, 마지막 부분의 인간이 이 세상에 온 유일한 이유는
제외한다. 그 이유는 인간마다 다르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유일한' 이라는 말도 좋아하지 않는다.
앞으로 살면서 바뀔 수 있는 생각이지만 아직은 그렇다. 이 인용 글을 수긍하게 될지는 알 수 없으
니 단정하진 않겠다. 또 넓게 보자면 선을 행함으로써 모두가 행복해질 테니 근거 없는 말도 아니다.
그래도 묻고 싶다. 나 그리고 당신이 세상에 온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누군가 삶에 회의를 느낀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내용, 삽화는 물론이고 손사이즈에도 딱 맞다.
이 책장을 넘기는 순간은 마음의 평안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도 한 마디 거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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