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새
에쿠니 가오리 지음 / 문일출판 / 199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에쿠니 가오리와 만난 첫 책이었다. 정확하게는 그녀의 작품을 영화로 만든 <도쿄타워>가 첫만남이었
으니까. 얇고 제목도 소박한 그녀의 책을 펼치며 어떤 감성이 들어 있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일본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 나도 그만큼 간접적으로나마 그녀의 유명세를 느꼈기 때문이다. 결론은 참 별
거 아니다 싶었다. 이 작가의 특징이란 걸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야말로 별거 아닌 일상의 소소함을 갖
고 글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우습다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이 사람, 마음의 수면에 돌을 하
나 던지고는 씨익 웃으며 사라지는 거 같다. 강렬하지 않지만 여운이 남는….


 어느 날 일상에 끼어든 작은 새와 주인공의 이야기. 모차르트, 창밖 세상으로의 산책, 끝말잇기, 세탁기
에서 빨래 돌아가는 모습을 좋아하는 작은 새. 또 스케이트를 타고 싶어하는 새이며 주인공 여자친구가
집에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사진을 넘어뜨리는 녀석이다. 이들의 일상은 보통사람들과의 일상과 다를
바가 없다. 대상이 사람과 사람이 아닌 사람과 새라는 점만 제외하고는.


나는 너의 작은 새야, 그렇지? (106쪽, 작은 새의 말.)


 작은 새의 말에서 외로움이 묻어난다.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이 말을 듣고 왜 나는 지극히도 일
본적인 감성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싱글이 많은 동시에 집단성이라는 이
중의 특징을 갖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저자가 일본인이니까. 누군가의 무엇
이 간절히 되기를 원하는 것은 사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작은 새가 전하는 작지만 예쁜 일상의 모습. 그리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 의식하며 마음이 안스럽
기도 한 일련의 과정을 겪는 둘의 관계가 조화롭다. 그 속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한겨울의 따뜻한 차
한 잔 같은 행복이 좋았다.

 누구나 잃어가는 희망에 대하여란 부제처럼 삶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무언가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나기
만을 고대하지 말기를. 살며시 눈을 돌려 살피면 별거 아닌 거 같은 일도 자신에게 희망이나 위로가 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확실히 다잡은 생각이다. 파랑새는 멀리에 있지 않다는 그 흔한 말에 절감한다
고나 할까. 그래서 이 책은 시시함에서 끝나지 않았다. 나의 작은 새야말로, 아니 그 새의 가벼운 깃털
하나로도 삶의 작은 희망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까. 머리와 가슴이 절로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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