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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정원 - 정원에서 얻은 깨달음
마리온 퀴스텐마허 지음, 장혜경 옮김 / 책씨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우연히 이 책의 정보를 읽은 적이 있었다. 당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계획해둔 다른 책에
밀려 잊고 지냈다. 그러다 어느 날 지인이 선물을 해주었을 때 깜짝 놀랐다. 한마디로 묻지 않고 어찌
알았을까 싶었다. 좋은 책이라 나누고 싶었다는 추천 말과 다시 내 마음에 들어온 책. 그래서 자못 진지
하게 책장을 넘겨보기 시작했다.
독일의 자연주의자 마리온 퀴스텐마허의 글은 담담하고 꾸밈없었다. 이 사람은 그저 자연이나 식물을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 영적 느낌까지 지닌 그런 사람이었다. 신을 언급하는 부분에서는 무교인 내게 낯
설어 괴리가 있었지만 그와 별개로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누구든 식물과의 교감을 떠올려 본다면 이해
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깨달음이니까.
처음에는 저자의 진지함을 전부 이해할 수 없기도 해서 내 의식이 그렇게나 닫혀있었나 싶더니 책을 읽
어갈수록 내 안에 잠들어 있던 하나의 감각을 깨우듯 혹은 신을 깨우듯(여기에서 신은 종교적 신이 아
닌 내 안의 신이다.) 변화가 일었다. 한 번에 밀려오는 감정의 파도가 아니라 단계적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듯 마치 출렁이는 파도 같았다. 그 물결의 파동이 전해주는 느낌은 극명했다. 저자의 경험에서 나오
는 진정한 통찰력. 나는 아직 멀었음을 실감했다.
식물을 가꾸지 않은지 오래라 더 무뎌졌던 마음이 어느새 창밖 나무의 속삭임에도 귀 기울이게 했다.
역시 표면에 집착하는 것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이 책은 그런 본보기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읽어갈 수
록 더 소중해지는 책이었다. 문학작품에서 작가의 통찰력에 감탄하듯 이 책에서도 저자의 통찰력은 낡
아빠진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힘들 때 자연 속에 있기만 해도 위안을 얻듯 이 책은 녹색 마음으로 나
를 다독여 주었다. 그러나 한 번에 술술 읽힐 수 있는 책이 아니어서 가독성은 높지 않았다. 그래서 천
천히 시간을 갖고 만났던 책이다.
늙은 담쟁이가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그 매력을 부러워했다. 나는 늙어가며 꽃을 피울
수 있을지 자문해 본다. 그저 시들고 꼬부라지는 건 아닐지…. 늙은 담쟁이에게서 또 하나를 배운다. 그
영혼을 닮아가고 싶다.
한 식물에 관해 짤막하게 적힌 저자의 내적 심상이 녹아있기에 그때마다 매일 책장을 넘기며 명상하는
시간이라 생각했다. 일반적인 식물이야기 책과 현저한 차이가 여기서 나타난다. 더구나 이 책의 사진은
모두 흑백이다. 내가 추구하던 방향이다. 지식이 아닌 마음으로 식물을 대하는 태도와 시선.
데이지꽃은 작은 몸짓의 스승이다. 그러기에 진정 겸허한 자세로 우리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중략)... '엷은 색의 약한 줄기와 작고 화려한 꽃들과 은은한 향기의 형체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그
것들은 그 완벽한 초라함으로 작은 존재의 힘을 상징하는 순수한 신호일 수 있다. 이 작은 생명이 너에
게 큰 위로를 베풀 수 있으리니…….'
ㅡ 60쪽, 데이지꽃. 인용말은 시인 알브레히트 리스의 말.
각 식물의 이름 아래에는 그 식물에 관한 시인들이나 작가들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수많은 이들이 자
연의 식물을 찬양하는 모습이다. 앞으로도 이어질 이들에 대한 경탄을 짐작해보니 지구에서 이 생명체
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