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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 - 산.들.강.바다.하늘에 사는 우리 동물 54가지
박병상 지음, 박흥렬 그림 / 알마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10월 말에 산에 다녀왔다. 거주지를 옮기고 나서 이곳의 산은 처음이었는데 단풍철이라 그런지 우르르
몰려온 등반객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자주 보는 광경도 아니고 단풍놀이 하러 나온 이들을 탓할 수도
없다. 나야 가까운 곳에 사니 멀리서부터 찾아온 이들보다 산을 찾을 기회도 많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산에 사람이 가득 차면 산의 소리는 작아지고 사람의 소리만이 들린다. 그날도 그랬다. 동물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고 새소리도 아침에 일어나 창가에서 듣는 소리보다 작았으며 다람쥐나 청설모도 한 마리
찾을 수 없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산에 갔을 때와 마찬가지였던 산행이었다.
솔직히 나는 환경에 관심이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얼마나 모르는 것이 많은지 새삼 깨달았다. 산에서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던 다람쥐의 귀함을 이제야 느낀 것이다. 저자는 알기 쉽게 주제에 따라 4부로 나
눠 차근차근 사라져 가는 생명의 목록을 이야기한다. 각 동식물체의 현재상태를 전달해주어 어느새 자
연스레 마음에서부터 느끼게 돕고 있다. 강한 의견을 피력하는 바가 아닌 저자의 마음으로부터 우러난
글이 오히려 호소력이 짙어졌다.
1부 한반도 생태에 눈뜨게 해 주는 동물들
영화 <쉬리>로 알려진 동명의 물고기 쉬리는 일급수에서 살며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아름다운 종
이다. 그런데 그저 좋고 희귀하면 다 보신용으로 사용하는 일부 사람들이 있었다니 실소를 금할 수 없
었다. 쉬리탕이라니, 당치도 않다. 그리고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간다는 참새서부터 개인적으로 추억이
있는 박새 등 수많은 동물이 우리의 생태를 그대로 나타내었다. 하천은 사행천으로 구불구불한 자연 그
대로의 모습에 이유가 있음에도 직선으로 건설한 모습은 예전에도 다큐멘터리를 통해 본 기억이 난다.
일본의 하천과 비교했는데 사행천으로 되살려야 생태계가 살 수 있으니 이제라도 적극지원 했으면 좋
겠다. 민간이 아닌 정부가 나서서 생태계 보전을 주도해야 한다. 생태계에서 사람 때문에 살아남지 못
하게 된 동물은 결국 최상위에 있는 사람에게 그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어찌 그걸 사람만이 모른
단 말인지. 호랑이가 전설로만 남았듯 다른 동물도 그 길을 밟게 되는 걸 막아야 한다.
2부 생태 위기를 알려 주는 동물들
아름다운 제주도는 나라의 보물이다. 그런 제주도의 조랑말이 골프장 건설로 줄어들고 있다. 말을 방목
해서 키우던 자리에 골프장을 건설하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골프장의 스코틀랜드산 잔디를 유지하
려고 농약과 살충제를 뿌려서 한라산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관광 제주도가 앓는 몸살은 하나의 신호
이다. 한 번 파괴된 생태계를 복구하려면 노력을 몇 배나 더 들여야 하며 시간 또한 오래 걸림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더는 생명이 들어설 수 없을 지경이 된다면 기다리다 모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지….
이밖에도 백합, 재첩, 짱뚱어 등의 이야기가 함께한다.
3부 생존의 길목에 선 멸종 위기 동물들
책을 통해 배운 것 중 산양이 우리나라에도 살고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비무장 지대에 살고 있으
며 설악산에도 살아있다고 하는데 정말이지 신비롭다. 이제는 이름만 전해지지 실제로 보기도 어려운
멸종 동물에 늑대, 수달, 두루미, 황새 등이 포함된다. 멸종된 동물은 어디에서 다시 되살린단 말인가.
생각할수록 비효율적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멸종 동물이 더욱 늘어만 갈 것이다.
4부 아주 흔해서 귀한 줄 몰랐던 동물들
20살 캠퍼스를 종종걸음으로 다닐 때 가장 빈번하게 들락거린 곳은 도서관 동이다. 뒤쪽으로 작은 산이
있었고 그곳은 나무들이 울창했다. 가끔은 도서관 가는 길에 청설모를 만나고는 했다. 그때 청설모를
보고는 까만 다람쥐라고만 생각했는데 친구가 알려줬었다. 이름도 예쁘고 귀여워서 친근하게 느껴지는
동물이었다. 그런데 그 청설모가 유해조수로 규정되어 퇴치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은 안타깝다. 먹이를
저장하려 땅에 파묻는 습성 때문에 잣나무 등이 자라게 되어 숲을 이루게 한 장본인이 이제는 골치 아
픈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왜 그렇게 되었는지의 근본적인 물음은 생략한 채 지금
의 현실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송사리, 두꺼비, 꿀벌이 줄어 들고있다. 흔하다고 당연하게 생
각했던 동물이 더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선조들은 동물과 더불어 사는 법을 알고 있었다. 우리보다 가진 것이 없이 궁핍했어도 자연 속에서 그
들과 나누며 살았는데 과연 비만으로 먹을게 넘치는 세상에서는 무엇을 더 잘 먹겠다고 천연기념물이
나 보호동물을 잡아먹으며 그들의 생태계를 파괴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분명한 사실은
생태계가 파괴되면 그 효과는 우리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진리이다. 환경보호에 앞장서지 않더
라도 인식은 하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와 어린 시절을 함께하던 동물이 추억의 동물로 잊혀져 간
다는 구슬픈 현실 앞에서 측은지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식물에는 그나마 관심을 많이 두면서도 동물에는 그보다 소홀했던 것도 반성했다.
이 긴 제목의 글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 어찌 잊을까.
저자의 절실한 마음 또한 잊을 수 없으며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원인이 우리들 때문이라는 사
실도 기억할 것이다. 여기서 만난 우리 동물 54가지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이 되려면 얼마나 기다
려야 할지 모르지만 더디더라도 꼭 그런 날이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환경단체가 반대하는 일은
한 번쯤 귀담아들어야 될 것이다. 우리의 생명줄을 스스로 자르는 것이 아닌지 자문하며 심사숙고할
중요한 일이다.
* 저자 박병삼 블로그 = http://blog.daum.net/brilsymb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