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lizabeth Gilbert 지음, 노진선 옮김 / 솟을북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사람이 한평생 살아가면서 당연하게 하는 일들과 선택해서 하는 일들이 있다. 어떤 일에 가치를 두느
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은 수많은 사람 중의 유일한 사람으로서 차별성이 생긴다. 이 책의 저자는(ㅡ이
하 리즈로 통일.)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세 곳을 여행하며 경험하고 깨달은 이야기를 한 보따리
풀어두었다. 제목 그대로 이탈리아에서는 먹고(쾌락이며 본능에 충실.) 인도에서는 기도하고(아쉬람의
수행과정.) 인도네시아에서는 사랑하며(발리에서 새로운 사랑을 만난다.) 몸과 마음의 큰 변화가 있었
다. 이를 간접으로나마 읽으며 내 속에 억눌려있던 감정들도 함께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첫 번째로 머문 이탈리아에서 리즈가 느꼈던 미국에서 일만 하던 일 중독증자들이 제대로 즐기며 여가
를 보내지 못하는 이야기는 우리나라도 별로 다르지 않기에 먼 나라 이야기 같지 않았다. 사실 국적을
떠나서 현대인은 시간을 줘도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잠을 자거나 집에서 나오지 않기도
하며 주어진 휴일을 보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물론 여기서 의도적인 게으름은 제외해야겠다.

이탈리아에서 그녀가 즐긴 쾌락은 바로 음식이었다. 수많은 맛있는 음식 특히, 이탈리아 하면 떠오르는
피자와 아이스크림을 누리는 모습이 예뻤다. 또 리즈처럼 나 또한 이탈리아어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언
어에 대한 사랑을 동감했다.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언어는 한국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인데 언어
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사실 이 책에서 그런 여행의 볼거리가 주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의 장점은 바로 한 여인의
치유과정이다.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가끔은 적랄하다고까지 생각된다. 서양인
이라서 그런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실 글을 쓰는 작가들은 자신을 꾸밈없이 드러낼 수밖에 없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면 당연하리라.


그냥 괴로워해, 리즈. 외로움과 사이좋게 지내는 법을 배워. 외로움의 지도를 만들어.
평생 처음으로 외로움과 나란히 앉아봐. 인간적 경험의 세계로 들어온 걸 환영해.
하지만 채워지지 않은 네 갈망을 해소하기 위해 다시는 다른 사람의 몸이나 감정을 이용
하는 일은 하지마. (104쪽.)



이탈리아에서의 즐거움에 이어 다음으로 머문 곳은 인도였다. 가장 인상적인 여행지가 바로 이곳이다.
여기서 리즈는 명상과 수행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근원적인 질문과 고민을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특
히 구루기타라는 의식을 극복해내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자신을 인정하고 영적으로 눈을 뜨는 부분인
데 그 흔한 어려운 것은 지나간다는 말의 진리가 확인되는 순간이다.

명상에 관심이 있지만 생활화하지는 못하며 요가도 좋아하나 꾸준하게 하지 못하는 나에 비해 그녀는
퍽 끈질긴 집념의 사람이었다. 물론 나는 종교가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도 종교가 아닌 자신을 극복하
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기도라는 것은 특정 종교의 행위를 뛰어넘어 이미 내면을 들여다보
는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을 자신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다면 한 사람이 깨닫는 과정
을 지켜보는 것이 지루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소울메이트가 완벽한 짝이라고 생각해. 사람들이 원하는 것도 그거고.
하지만 진정한 소울메이트는 거울이야. 네가 억눌러온 모든 걸 보여주는 사람,
네 의식을 일깨워 일생을 바꿀 수 있게 해주는 사람...(생략) (228쪽)



마지막으로 머문 곳은 인도네시아의 발리었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 이곳으로 올 것이라 말했던 주술사
를 찾아가고 치료사 와얀을 만나고 또 그녀의 새로운 사랑을 만난 곳. 어쩌면 가장 안락한 생활을 한 곳
은 이곳이었던 거 같다. 어쩌면 서양인의 관점에서 보았기에 동양이 다소 신기하게만 느껴졌을 수도 있
지만 리즈는 분명히 용감한 사람이었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며 여행을 다만
관광이 아닌 깊이로까지 체험했다.

책표지도 강렬한 보라색이며 책띠에 실린 그녀의 얼굴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예쁜 미소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행복한 결말은 이미 예감하고 있었다. 잘 짜인 한 편의 로맨틱 소설처럼….
그러나 한 사람의 내적 여행기가 들어 있기에 이 책은 참 괜찮았다. 책을 읽을수록 어떤 지인이 떠올라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책을 다 읽던 날 그 지인이 책 제목에 관심을 보였다. 잠시 읽다가
덮어둔 책의 겉표지와 제목을 보더니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선물하겠다고 했더니 정말이
지 기뻐하는 모습이 천진한 아이 같았다. 리즈와 지인은 닮은 데가 있었다.

역시나 책을 덮으며 느낀 것은 살아가는 일은 끝없는 수행이란 생각이었다. 수행자란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가 하고 있는 일이니까. 다만, 그 깊이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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