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죽음 알베르 카뮈 전집 5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95년 9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카뮈의 소설보다 산문, 철학/문학 에세이를 좋아한다. 이것은 산문 등에 비해서 그렇다는
말이다. 그의 소설은 만날 때마다 그 무게가 내 삶의 버거움으로 변해 나를 짓누르곤 한다.
그래서 무거움에 끌리어 천천히 질-질-질 끌려간다. <시지프 신화>처럼 까뮈와 만나는 시간은 오래도
록 밀착되어 결국 그 속에 잠겨 기쁘게 ㅡ 이 기쁨은 장 그르니에의 가슴 벅찬 기쁨과는 확실히 다르
다 ㅡ 미끄러져 잠기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알베르 카뮈식 의식이 아닐까! 결코 만만하거나 가볍지
않은 몽롱한 느낌 말이다. 아마도 그의 글을 접하면 자꾸만 반추해 보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적인 죽음(1부)과 의식적인 죽음(2부)으로 나뉜 이 책은 읽는 내내 작가의 다른 책이 끊임없이 떠
오른다. <안과 겉>, < 시지프 신화>, <이방인> 등이 그렇다.

1부에서 메르소는 자그리스를 살인한다. 그리고 2부에서 메르소는 자그리스를 떠올리며 죽음을 맞이
한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그러나 그 속에는 다소 지루한 전반부도 있지만 자르리스와 메르소의 말을
빌려 작가가 전하는 글이 흥미롭다.


알다시피 사람은 육체적 욕구와 정신적 욕구 사이의 균형에 의하여 자신을 평가하는 것이오. 메르소,
당신은 자신을 판단하고 있는 중이오. 지독하게 밀이지요. 당신은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소. 야만인처
럼 살고 있소. (75쪽, 자그리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돈을 버느라고 삶을 허비해요. 돈으로 시간을 벌어야 하는데 말예요.
(82쪽, 자그리스)


예술에 있어서는 적절한 지점에서 정지할 줄 알아야 하고, 조각작품을 창조할 때는 더 이상 손질을 해
서는 안 되는 순간이 늘 찾아오는 것이며, 또 이런 경우에 있어서는 통찰력이 주는 가장 섬세한 역량보
다는 무심(無心)의 의지가 항상 예술가에게는 더 많은 도움이 된다. 그와 마찬가지로 행복 속에서 삶을
완성하려면 최소한의 무심이 필요한 것이다. 그 무심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것을 노력으로 획득
해야 한다. (170쪽)


...죽음을 겁낸다는 것은 바로 삶을 겁낸다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죽는 것에 대한 공포는 인간 속에 살
아서 움직이는 것에 대한 끝없는 집착을 정당화해주는 것이었다. (200쪽)



죽음을 의식적으로 맞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인가. 죽음도 시간이 필요하다.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삶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에도 정신을 놓지 않고 싶다. 그러면 미소를 지으며 마감
할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것이 핵심이다. 의식적인 죽음... 비루한 내 말로는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삶
의 신비. 그 신비가 한 꺼풀씩 풀릴 때마다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의식한다는 것은 하나
의 축복이며 저주이다. 그러나 모두 부르짖지 않는가. 아프고 깨지더라도 안 하는것보단 행복하다고.
그래서 나도 날마다 더디지만 한 발짝씩 걷고 있다.

* 아, 이 책은 작가의 미발표 작품을 펴낸것으로 상세한 설명이 지루할만큼이나 책에 자세하게 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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