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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 밖의 강
리처드 도킨스 지음 / 동아출판사(두산) / 1995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1995년에 두산동아에서 출간되었고 후에 오류를 수정하고 다듬어 재출간한 사이언스북스의
<에덴의 강>이 나왔다. 아내 랄라 워드의 삽화는 그리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쨌든 리처드 도킨스의
책과 다시 만났다.
유전자의 강(DNA의 강)으로 설명하기 시작함으로써 제목의 궁금증을 저자는 풀어준다. 이런 오래된 강
이 끊임없이 이어져ㅡ더러는 사라지고 갈라지는 등의 과정을 거쳐ㅡ내려온다는 사실은 상당히 흥미롭
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신호를 설명하며 이야기하는 저자의 방식은 역시 어렵지 않았다.
1장 디지털 신호의 강
살아남는 데 능숙하려면 유전자는 같은 종ㅡ같은 강ㅡ에 있는 다른 유전자와 협력하는 일에도 능숙해
야만 한다. 장기간에 걸쳐 살아남으려면 유전자는 다른 유전자의 훌륭한 동료여야만 한다. 유전자는 동
료나 배경, 즉 같은 강에 있는 다른 유전자들과 잘 어울려야 한다. 그러나 다른 종의 유전자는 서로 다
른 강에 있는 셈이므로 그들은 서로 잘 어울릴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같은신체를 공유할 필요
가 없기 때문이다. (26~27쪽)
나이가 들면서 족보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족보란 일반적인 집안문서가
아니라 세세한 성향까지 기록한 문서를 일컫는다. 바로 유전자 정보 말이다. 즉, 간단한 예로 미래의
내 아이가 지닌 외향적 성향에서 나와 내 배우자의 것이 아닌 것일 때 어느 쪽인지 알고자 하는 것이다.
내향적 성향은 외향적 성향보다 알기 어려우므로 바라지도 않는다. 또 물론 유전자에 없는 정보인
돌연변이적 요소도 생각해 두어야 한다. 도대체 이런 것을 왜 알고 싶으냐 말한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그저 알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의 사소한 유전정보는 질병이
나 집안특징을 나타내줄 것이다. 이것을 통해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 믿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생각한
것이었는데 리처드 도킨스의 책과 만나면서 언젠가는 실현 가능하리라 확신했다. 적어도 내가 유전자
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의 생각이지만 헛된 바람은 아니었음을 안 것이다. DNA는 그 안에 수많은 자
료를 축적하고 있는 살아있는 놀라운 존재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원했던 문서의 최고봉이 아닐까 싶다.
2장 아프리카 이브와 그녀의 자손
우리는 오직 어머니한테서만 미토콘드리아를 받는다. 아버지도 미토콘드리아가 있지만 100% 모계유전
이기 때문이다. 왜 모계유전이냐면 난자와 정자가 만날 때 정자에는 없고 난자에만 있기 때문이다. 미
토콘드리아는 작은 발전소라 생각하면 되는데 이 속에서 당분이 연소되고 에너지가 생겨나는 중요한
것이다. 태어나는 아이가 남자든 여자든 그 아이의 미토콘드리아는 모두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에서 이어져 온 것이다. 예전에 일본에 갔을 때 어떤 분이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TV 프로그
램을 보았는데 모계의 유전자를 따라 선조를 추적하는데 중요한 것은 부계가 아닌 모두 모계로만 추적
된다는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지금에서야 그것이 미토콘드리아 때문임을 알게 된 것이다. 또 신기하게
도 세대를 거칠 때마다 쪼개지거나 합쳐지는 일이 없다는 사실이다. 한 계보만을 통해 한결같이 내려오
는 것이 신기하다. 이후 미토콘드리아 이브에 관한 이야기로 휘몰아치는 내용은 이해된다는 점에서만
보더라도 알찬 내용이었다.
3장 모르는 사이에 점차 나아지기
<이기적 유전자>로 시작한 리처드 도킨스의 책읽기. 특히나 이 책은 더 세부적이며 근원적이라 느껴진
다. 전자의 책에서 저자 생각의 틀을 보았다면 다른 책은 그 틀을 구성하는 각 요소에 관한 내용으로
그의 생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소제목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차 리처드 도킨스를 이해해가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4장 신의 효용목적
유전자들은 때때로 개체 수준에서 이타적인 협력자세를 갖도록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심지어 개체 자신
을 희생하도록 하여 그들의 이기적인 복지를 극해화할 수 있다. 그러나 유전자가 집단의 복지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우연의 일치이지 유전자가 바라는 1차적인 목적은 아니다. 이것이 바로 '이기적
인 유전자'의 의미이다. (156쪽)
여전히 되풀이되며 명백히 이야기하고 있는 그의 논리를 엿볼 수 있다.
5장 복제자 폭탄
생명폭발의 시발점에는 어떠한 마음도 없었다. 창조성도 의도도 없었다. 단지 화학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스스로를 복제하는 화합물이 생겨나자, 더 성공적인 변종이 덜 성공적인 변종
을 물리치고 빈도수를 늘리는 자동적인 경향이 생겨난 것이다. (187~188쪽)
지구의 복제자 폭탄이 우주의 먼 거리를 항해하다 다른 복제자 폭탄을 만날 확률이라던가 이미 폭발해
버린 다른 복제자의 잔해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상상을 하며 우리 몸의 소우주와 대우주를 비교
해 보았다. 저자의 말처럼 '확실히 이런 생각은 우리가 보통 가지고 있는 편협한 의식에 뭔가 영감을
준다' (201쪽)
날마다 해와 달이 번갈아 찾아오며 우리의 일상은 지나간다. 그런 와중에 각자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관
심분야에 심취해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그러나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한다. 사
실 이런 것들이 그다지 중요한 것이냐는 의문 말이다! 바꿔서 생각해보면 보통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보
다 우리는 지나가는 타인의 말 한마디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런 말보다
좋아하는 것에 빠져 지내는 시간이 유익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식으로 정당화시켜서 말하지만 어차피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과학서를 늦게 접했지만 읽을수록 재미있는 학문이다. 설사
그것이 지금 당장 내 삶에 물질적인 보탬이 되지 않더라고 말이다. 정신적인 보탬이 커질수록 일상이
즐거워진다고 믿기에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 아마도 유전자도 그것이 나을 거라고 격려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