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대로 하세요 - 전예원세계문학선 306 셰익스피어 전집 6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신정옥 옮김 / 전예원 / 199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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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희극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는 제목만 보면 수동적인 여자가 복종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기지만 사실 그의 작품에서 실로 당차고 적극적인 여자가 주인공이다. 바로 로잘린드인
데 그녀는 <십이야(Twelfth Night)>의 남장여자 바이올라처럼 어쩔 수 없이 남장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 주변을 맴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바이올라 보다 더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로잘린드가 남장한 채 올랜도에게 사랑을 시험하며 여자에 대해 폄하하며 비판할 때(4막)나 올랜도와
로잘린드, 피비와 실비어스의 되풀이되는 말(5막)에서 이들의 말투나 대화를 들으면 웃음이 나올 지경
이다. 셰익스피어는 언어유희를 즐겼지만 이 극에서는 그보다 말장난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실로 깃털처럼 가벼운 말장난이며 특히, 로잘린드는 수다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이 수다스러움
이 로잘린드의 치밀한 성격을 말해줄 수도 있겠다.


오, 로잘린드여! 이 나무들을 수첩삼아 그 껍질에다 내 심정을 새겨 놓으리다. 그러면 이 숲에 사는 모
든 사람의 눈길이 그대의 미덕을 도처에서 알아볼 수 있을 것이오……달려라 달려 올랜도여, 그 아름답
고 정숙함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그녀의 이름을 모든 나무에 새기자. (퇴장) ㅡ 78쪽, 올랜도.



첫눈에 서로 반한 로잘린드와 올랜도. 그리고 남장한 로잘린드와 올랜도. 이들 사랑의 줄다리기가 재미
있다. 또 눈에 띄는 것은 아덴 숲이다. 이 숲은 왕궁과 떨어진 쫓겨난 전 공작과 따로나선 귀족들이 살
아가는 숲으로 하나의 유토피아다. 마치 로빈후드가 숲에서 자유롭게 살았던 것처럼 말이다. 어느때보
다 풍요한 마음을 갖고 생활하는 이들의 아덴 숲에 등장인물들이 모이면서 이야기는 활기를 띠고 결국
이 숲에서 아름다운 인연들이 맺어진다.


보다시피 불행한 것은 우리만이 아니오. 이 넓디넓은 세계라는 무대에선 우리가 지금 연기하고 있는 장
면보다 더 비참한 연극이 행해지고 있는 거요. ㅡ 71쪽, 전 공작.


이 세상 모두가 하나의 무대요, ㅡ 71쪽, 제이퀴즈.


인생은 무대라는 개념은 셰익스피어 극에서 자주 등장하며 극과 현실을 두루 오간다. 이 무대에서 막이
내리기까지의 시간을 인생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하며 위안을 얻기도 한다.
삶이 하나의 조롱이나 신의 인형놀이가 아닌 모두가 주인공인 무대라는 생각 말이다. 어느 장단에 발을
맞출지는 자신의 선택이다.

여기에서 광대 터취스턴은 다른 극에서 보이는 광대와도 조금 다르다. 정이 가는 타입은 아니나 귀엽기
그지없는 악동이다. 전 공작은 광대의 정의를 이렇게 말했다. '겉으로 바보인 척하며 그 그늘에 숨어
마음놓고 재담의 화살을 쏘아대는 거겠지.'(149쪽) 셰익스피어 극 대부분의 광대가 그렇다. 그러나
여기서 내 관심을 끈 것은 광대 터취스턴보다 제이퀴즈였다. 방랑벽에 우울증이 있으며 냉소적이며 비
판적인 그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우울증 로롯 마빈을 떠오르게 한다.
광대도 그렇고 제이퀴즈도 그렇고 둘 다 어딘가 나사가 빠졌다고 할까. 비어 있는 정신 속에 섬광처럼 스
쳐가는 그들의 재치가 마음에 든다.

이 희극은 셰익스피어의 수많은 희극처럼 단시간에 읽어낼 수 있으며 가볍게 지나칠 수 있다. 어쩌면
유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로잘린드가 끝맺음 말에 전하듯 각자 마음에 품은 사랑에 초점을 두고 이 극을
즐기면 유쾌한 애정극으로 느껴질 것이다. 같은 해에 쓰인 <십이야>처럼 말이다.

제목 <뜻대로 하세요(As You Like It)>에 대한 의미는 여러 견해가 있는데 내식으로 정리하자면 각기
원하는 바를 이루라는 행운의 외침이라 생각한다. 가볍게 즐기라고 썼으니 그렇게 이해하고자 한다.

뜻대로 하세요!
당신이 진정 원하는 데로!!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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