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숨을 쉬니?
날마다 길과 길 사이를 걷고,
길모퉁이를 돌 때마다
가슴은 바람을 맞니?

돌아와, 도시로 깊숙이 들어가.
도시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걸어.
묵은 옷 사이로 속살이 터져 나와
찬란한 빛을 사방으로 던지며
걸어가는 눈빛에 날개를 달아,

계단이 숨은 건물 위를
지나가는 네 모습은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아름다워.

걸어가, 도시의 숲 소음의 골짜기로,
암사슴이 돌아오지 않을
날리는 넝마 사이에 발자국을 내고
강이 되어.

바람이 찾아온 밤이 가기 전에
새벽을 위해 폭풍을 만들어.
번개 사이로 걸어오는 네가 보여.

힘이 없다고 느껴지면 새 힘을 키워.
너답게 네 속에서 비밀처럼 키워.
은밀한 실뿌리로 하루를 살고,

낮은 썰물, 밤을 밀물로 다가서서
스치는 살별처럼 수맥으로 들어가
그 화음 잎사귀로 딸랑거리며
하늘로 솟을 때까지.


* 최동문 시인의 두번째 시집 [아름다운 사람]中 '아름다운 사람'

이곳 서울의 한가운데 깊숙하게 박혀있는데 좋아하는 시인의 이 시가 적적한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오늘은 음악을 줄창 듣고 있다. 오랜만에 말이다.

- 4339.02.18.흙의 날. 새벽을 보내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