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
윌리엄 세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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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언제 읽어도 그 대사에 빠져서
시간가는 줄 모른다. 비록 셰익스피어가 창작한 것이 아니고 자유롭게 다른 작품에서
소재를 빌려와 자기의도에 맞게 재구성했다고 하지만 그의 능력을 의심할 수 없을 만
큼의 천재성이 드러난다. 이 작품에는 사랑과 배신, 믿음, 음모, 내면, 치밀함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비극이 모두 들어있다. 그리고 가장 특징적인 것은 역시 각 등장인물의

대사다. 특히 햄릿의 대사는 수없이 되새김하여도 지겹지 않고 놀라울 뿐이다.

'인간이란 참으로 걸작품이 아닌가! 이성은 얼마나 고귀하고, 능력은 얼마나 무한하며, 생김새와 움직
임은 얼마나 깔끔하고 놀라우며, 행동은 얼마나 천사 같고, 이해력은 얼마나 신 같은가! 이 지상의 아름
다움이요 동물들의 귀감이지 ㅡ 헌데, 내겐 이 무슨 흙 중의 흙이란 말인가? 난 인간이 즐겁지 않아 ㅡ
여자도 마찬가지야.' ㅡ 75쪽, 햄릿.


인간임에 누릴 수 있는 능력을 열거하고 결국 그래도 싫다고 말할 만큼 햄릿의 상태는 절망적이었다.
특히 어머니의 배신으로 여자를 믿지 않으며 그로 인해 오필리아의 비극도 햄릿의 몫이 된다. 모친을
혐오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오필리아를 만났더라면 사랑이 넘치는 희극이 되었겠지만 역시 햄릿은 되
돌릴 수 없는 비극 중의 비극이다.

'난 그저 북북서로 미쳤을 뿐이야. 바람이 남쪽으로 불면, 뭐가 발인지 톱인지 분간할 수 있다고.'
ㅡ 78쪽, 햄릿.


의미심장한 햄릿의 말과 빠질 수 없는 요소로는 기가 막힌 은유를 들 수 있겠다. 어쩌면 그렇게 적재적
소에 딱 맞게 빗대는지...그리고 단 한 줄도 허튼소리 없는 대사와 상황에 극적인 전개까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ㅡ 94쪽, 햄릿.


보통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로 잘 알려진 말. 원문은 [To be, or not to be]이나 함축하
고 있는 의미를 더 포괄적으로 느끼도록 '있음이냐 없음이냐'로 바꾼 거 같다. 어감은 전자의 것이
멋져 보일지 모르나 내 생각에도 후자가 더 포괄적인 거 같다. 있음과 없음...

'죽는 건 ㅡ 자는 것뿐일지니,
...(중략)...
죽는 건, 자는 것. 자는 건
꿈꾸는 것일지도' ㅡ 95쪽, 햄릿.


이 대사는 뉴트롤스(New Trolls)의 곡 아다지오(Adagio)가 저절로 떠오른다.
아다지오의 가사를 보자.

To die, to sleep
May be to dream...


이토록 수많은 영감을 주는 작품이니 시간은 가도 변함없이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책이 될 수밖에 없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시간을 판 主소득이 먹고 자는 것뿐이라면, 짐승 이상은 아니다. 우리에게 그렇
게 넓은, 앞뒤를 내다보는 사고력을 넣어주신 분께서, 그 능력과 신과 같은 이성을 쓰지 않고 썩이라
고 주신 건 분명코 아니다. 헌데 이 무슨 짐승 같은 망각인지, 혹은 결과를 너무 꼼꼼하게 생각하는
비겁한 망설임인지 ㅡ 그 생각을 쪼개봤자, 반에 반만 지혜이고 나머지는 비겁함이겠지만 ㅡ 난 내가
왜 이건 하리라고 살아말하는지 모르겠다, 해치울 명분과 의지, 힘과 수단이 있음에도. 흙처럼 흔한
예가 날 훈계한다.' ㅡ 149쪽, 햄릿.


동시에 햄릿의 말은 독자인 나까지 훈계하고 있다. 때로 방황하나 결코 타협하지 않고 돌진한다!

그리고 햄릿에서 관심이 가는 또 다른 인물은 바로 오필리어이다. 아마도 영화의 영향이 크다 하겠다.
멜 깁슨이 햄릿으로 나오고, 글렌 클로즈가 왕비, 헬레나 본햄 카터가 오필리어였던 오래된 영화가
있는데 아직까지 지워지지 않고 있다. 창백한 얼굴과 실성한 그녀의 행동과 표정에서 책에서 많이 언
급되지 않았어도 비극적인 그녀의 캐릭터를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표지그림은
바로 오필리어다.

너무도 사실적으로 표현된 오필리어의 표정과 꽃이 뇌리에 박혀버렸다.
거기에 덧붙여 왕비가 그녀의 죽음을 오빠에게 전해주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거울 같은 물 위에 하얀 잎을 비추며 냇가에 비스듬히 수양버들 자라는데, 그것으로 네 누이가
기막힌 화환을 미나리아재비, 쐐기풀, 들국화, 그리고 입 건 목동들은 더 야하게 부르지만 정숙한
처녀들은 <죽은이 손>이라는 야생란과 엮어서 만들었지. 흰 가지에 풀꽃관을 걸려고 올라가다,
한 짓궂은 실가지가 부러져, 풀화환과 네 누이가 울고 있는 개울로 떨어졌어. 입은 옷이 쫙 퍼져
그녀는 인어처럼 잠시 뜬 채, 옛 찬가 몇 구절을 그 동안에 불렀는데, 자신의 위기에는 무감하게
되었거나, 마치 물에서 태어나고 거기에 적응된 생물 같아 보였지. 그러나 멀지 않아 그녀의 의복
이 마신 물로 무거워져, 곱게 노래하는 불쌍한 그애를 진흙 속 죽음으로 끌고 갔어.' ㅡ 172쪽, 왕비.


비극적이지만 꽃 같은 그녀에게 어울리는 낭만적인 죽음이다. 그래서 여러 화가가 오필리어를 그리
고 그녀를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셰익스피어가 이 시대를 살고 있다면 과연 어떤 희비극이 나왔을지 궁금해진다.

햄릿을 읽지 않았다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는 바이며,
책상 가까운 곳에 늘 보이게 두는 책이 될 만큼 무한한 애정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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