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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정호승 / 열림원 / 199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의 많은 시를 얼마나 오래도록 암송하고 마음에 두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사랑과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가 너무도 친숙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잊지 않고 따뜻한 위로까지 건네주었으니까...
또한 자연친화적인 마음에 교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 시가 노래로 불렸듯 나도 노래하고 싶게 만드는 시인.
'사람의 가슴속에는 누구나 다 시가 들어 있다.
그 시를 내가 대신해서 한 권의 시집으로 묶었다.' ㅡ 시인의 말.
'내가 사랑하는 사람', '수선화에게', '나무들의 결혼식', '마음의 똥', '아버지들' 등을 비롯해 무심코
펼쳐드는 페이지마다 그가 말한 달팽이가 천천히 돌아다닌다. 동화적인 감성과 작은 것에서도 이입
해서 느끼는 연민의 정이 겨울밤을 훈훈하게 한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는 시인이 말처럼 마음은 이미 나만의 바닷가로 달려간다.
나무들의 결혼식
내 한평생 버리고 싶지 않은 소원이 있다면
나무들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낭랑하게
축시 한번 낭송해보는 일이다
내 한평생 끝끝내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우수가 지난 나무들의 결혼식 날
몰래 보름달로 떠올라
밤새도록 나무들의 첫날밤을 엿보는 일이다
그리하여 내 죽기 전에 다시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은은히 산사의 종소리가 울리는 봄날 새벽
눈이 맑은 큰스님을 모시고
나무들과 결혼 한번 해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