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원리
장기표 / 한길사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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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원리
장기표 / 한길사 (1996년) 소장본 1996년

'사랑의 철학', '사랑의 정치'를 부르짖는 정치가 장기표의 사랑론에
관한 책.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랑이 기본이념인 그가 은혜를 받은
사람의 딸 결혼선물로 쓴 편지글이다. 그중에서도 '부부사랑'에 중점
을 두고 내용을 설파하며 넓게 나아가 모든 사랑에 관해 풀어두었다.
그의 말처럼 사랑의 합일성이 부부뿐 아니라 더 나아가 이 사회 전체에 넘쳐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장배열이 다소 불규칙한 느낌을 제외하고는 아니 반복되는 점을 제외하고는 내용 자체는 충분한 동감을 이끈다.



'사랑의 초월성을 인정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사랑의 비합리성을 주장할수는 없다. 사랑은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감정의 폭발 같지만 사실은 오랜 기간 축적된 과학적 노력의 결과물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ㅡ 8쪽.


도입부의 말처럼 그는 차근하게 하나씩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워낙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의 감동보다는 하나의 학설을 듣고 이해하는 느낌이 먼저 든다. 내게는 그것이 은근히 재미있다.
아무래도 추상적으로만 썼다면 오히려 그저 그런 책으로 치부하고 덮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랑의 실천성을 강조하는 것은 사랑이란 감정의 소비가 아니라 가치 있는 일을 창조하고 생산
하는 행위임을 밝히고자 해서이다. 사랑이란 소비행위가 아니라 사실은 창조행위이다.' ㅡ 66쪽


그야말로 처음부터 줄기차게 끝까지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펼치는 그는 성경과 불경뿐 아니라 많은
예를 통해 쉽고 직설적인 말로 풍부함을 뒷받침하며 설명한다.

'사랑이란 자기를 확산하는 것이라고 해서 세상이 저절로 자기화하는 것은 아니고 자기가 사랑을 실
천하는 것만큼 자기를 확산시켜가게 되는 것이지. 이러한 의미에서 사랑은 노동이란다. 가치를 창출
해가는 인간의 노동 말이다. 노동 혹은 노력이 아닌 사랑은 참된 의미에서 사랑이 될 수 없음을 아는
것도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ㅡ 77쪽


'평화시장의 전태일은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각성과 단결이 필요하
다고 보아 노동자들의 각성과 단결을 촉구했건만, 노동자들은 그러한 전태일을 보고 바보 같은 소리
하지말라고 해서 마침내 전태일은 노동자들의 각성과 단결과 투쟁을 호소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바치
고 말았었지.' ㅡ 112쪽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가 사랑하는 것만큼 대상을 자기화하게 되는바, 만약 우주 전체를 사랑하는 사
람은 우주 전체를 자기화하게 된다. 이처럼 우주 전체까지도 자기화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면 어찌
주체적이지 아니하고야 가능할 수 있겠는가.' ㅡ 123쪽


사랑예찬론자의 글을 정신없이 읽는 동안은 몰랐는데 책장을 덮을 때쯤에는 내게 '역시 사랑을 하
자.'라는 생각과 더불어 정치에 무관심한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물론 저자가 주체적인 사랑을 위해
'사회적으로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131쪽)이라는 말을 해서이기도 하지만 학창시절
에는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자신을 떠올렸다. 비판하고 참여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내가 말해보았자 세상은 멋대로 흐르더라 하며 말조차도 하지 않는다. 갑자기 정치에 관심이 옮겨지지
는 않겠지만 아주 조금씩 신경을 쓰자고 마음 한편에 숙제를 담아두었다. 역시 정치가답게 정치 쪽으로
한 독자의 눈을 돌리게 했으니 이 정도면 성공한 게 아닐까 싶다. '사랑의 정치'는 얼마만큼 왔을까.

* 장기표 블로그 = http://blog.naver.com/changkp.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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