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영어 나라에 빠진 아이들 - 어린이의 영어 자신감이 자라는 동화 한경 아이들 시리즈
허준석(혼공쌤) 지음, 오승만 그림, 빅희쌤(Vicky Leee) 영어 작문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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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75 이상한 영어 나라에 빠진 아이들(허준석(혼공쌤) 지음/한국경제신문)

어린이의 영어 자신감이 자라는 동화

초등 영어의 1타 강사 EBS 혼공쌤의 영어 울렁증 극복하기!!

세계화와 정보화 시대에 가장 많은 정보를 저장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바로 영어다.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은 현대 사회의 중요한 경쟁력 중의 하나다.

우리 아이들도 다 안다. 그래서 부모가 영어학원 다니라 하면 투정 부리면서도 다니는 거다. 문제는 영어에 대한 압력이 너무 심해서 부작용이 나타날 정도라는 것.

영어 얘기만 나오면 과민성 대장 증상이 발생하는 주인공 지원이 정도인 아이들도 제법 된다.

 

우리나라에서 영어는 두 가지다. 학교 내신과 수능을 대비한 영어 하나와 실생활에서 사용하기 위한 생활영어 둘. 초등에서 고등학교까지 12년 동안은 영어 문법과 구문 등 시험에 대비한 영어 공부에 열을 올린다. 10년 넘게 영어를 공부하지만,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바닥을 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본인의 부족한 영어 실력을 자녀를 통해 대리 보상하려는 부모들이 많다 보니 아이들이 느끼는 영어에 대한 부담은 계속 늘어나기만 한다.

 

운동이든 공부든 처음 시작할 때 기초가 중요하고 자세가 중요하다.

EBS 초등 영어 대표 강사인 저자가 강조하는 즐겁게 영어를 익히는 법이 동화를 통해 소개된다. 운동할 때 힘을 빼야 제대로 되듯이, 이제 영어에 대한 부담을 살짝 내려놓고 제대로 말하고 듣고 소통하는 영어 실력을 길러보자.

 

파파고나 구글 번역기도 있는데 왜 영어를 배워야 하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

영어 실력이 모자랄 때야 번역기를 돌리는 것이 편하겠지만, 일일이 번역기를 쓰다 보면 바로바로 이해하는 것보다 한참 느리게 된다. 영어를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다 보니 실수를 창피해한다. 우리말도 실수하면서 배웠는데, 어떻게 다른 나라 말을 실수 없이 처음부터 완벽하게 배울 수 있을까? 외국인이 한국말을 부자연스럽게 해도 우리가 알아듣고 대화할 수 있는 것처럼 영어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자주 많이 쓰다 보면 자유롭게 구사하는 날이 올 것이다.

 

영어 공부는 내 마음을 바다같이 넓게 만들어 주는 과정이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해 준다.

 

책의 시작 부분에 아이들에게 영어란 무엇일까요? 하는 질문을 던진다. 골칫거리다, 괴물이다, 잔소리다, 극혐이다 등등 부정적인 대답에 더해 우리의 주인공 지원이의 대답. ‘상한 음식이다.’ 지원이에게 영어는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였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 공항 화장실에서 만난 외국인. 지원이와 소영이는 중절모를 쓰고 회중시계를 들고 있는 바니라는 외국인과 대화하고, 급하게 게이트로 이동한다.

비행기 안에서 쏟아지는 잠에 취했다가 깨어보니

“Welcome to Canada!”

드라마 <도깨비>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단풍국캐나다에 도착했다는 이야기만큼 뜬금없지만 신기한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신비한 세계로 빠져든 지원이와 소영이.

캐럴 아줌마와 바니 아저씨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캐나다 학교를 다니게 된다.

영어로 된 교과서를 읽고, 친구들과 영어로 대화하고, 영어로 생활하는 게 낯설고 어려운 지원이와 소영이. 하지만 용기를 내서 캐나다에 있는 동안 재미있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로 마음을 먹고 울적한 마음을 털어낸다.

또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현지인처럼 영어를 잘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대신 배우려는 자세를 갖기로 마음을 먹는다.

 

동화 중간 중간에 혼공쌤의 영어 잘하는 방법 팁이 소개된다.

영어를 잘 듣는 팁 중의 팁

1 소리를 낼 수 없으면 들을 수 없어요.

2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덕후되어 보기

영어 읽기를 잘하는 비법

1 쉬운 책, 좋아하는 책으로 출발하기

2 녹음기 활용

3 글과 대화하기

영어 쓰기를 잘하는 비법

1 필사하기와 일기 쓰기

2 문장 순서 바꿔 보기

3 영어 교과서 활용하기

 

캐나다 친구들과의 좌충우돌 생활을 통해 지원이는 자연스럽게 영어를 흡수하게 되고, 소영이의 영어 실력도 더욱 탄탄해진다. 그리고 영어뿐 아니라 캐나다의 문화를 익히며 동시에 한국의 문화도 체험하는 활동을 한다.

 

연애를 글로 배우면 연애에 성공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언어를 글로 배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는 목적이 학술지에 논문을 쓰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자유롭고 열린 태도로 영어를 경험하는 것이 좋겠다.

정답 골라내기식의 영어는 이제 그만! 영어 울렁증도 끝!!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이상한영어나라에빠진아이들 #허준석 #혼공쌤 #한국경제신문 #혼공훗짜 #영어울렁증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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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열여섯 살을 지켜준 책들 - 모험하고 갈등하고 사랑하기 바쁜 청소년들에게
곽한영 지음 / 해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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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74 나의 열여섯 살을 지켜준 책들(곽한영 지음/해냄)

모험하고 갈등하고 사랑하기 바쁜 청소년들에게

책 제목에 들어있는 열여섯 살’. 중학교 3학년. 나는 그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다. 사춘기가 극성을 부리는 시기를 살짝 비켜난 아이도 있고, 여전히 질풍노도의 한가운데 머물러 있는 아이도 있다. 모두 떠다니고 있다. 그것이 희망이든 불안이든. 아직 어느 한 곳에 뿌리내리고 나뭇등걸을 두껍게 키우기에는 이른 나이다. 성장의 방향과 속도가 아직 정해지지 않는 시기다.

 

어른들 모두 그 시기를 거쳤다. 그런데 어른 중에는 그 시기를 잊고 세상의 기준대로만 살기를 강요하는 사람도 있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훌륭한 어른이 된다는 거짓말을 스스럼없이 해대기도 한다. 말 잘 듣는 아이, 공부만 하는 아이, 사고 치지 않는 아이로만 자라라고 강요하면,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인생을 언제 스스로 일굴 수 있을까?

 

책을 사랑하는 법 교육자인 부산대학교 곽한영 교수가 자신이 지냈던 그 혼돈의 시기를 지켜준 책들을 소개한다. 16권이다. 첫 번째 소개하는 데미안에서 책을 덮을까 봐 겁이 난다. 문자보다 영상에 익숙하고, 교훈보다는 재미가 먼저인 아이들이고, 그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이야기하기가 미안하다. 그래도 그다음 책이 어린 왕자라서 다행이다. 아마 이 책을 읽은 친구들이 많지 않을까? 다 읽지는 않았더라도 제목 정도는 아는 책이니까 교수님의 이야기가 통하지 않을까? 교수님이 이야기해주는 16권의 책이 대부분 재미있는 책이라서 또 다행이다.

 

사람들은 대개 어떤 대상을 좋음과 싫음, 행복과 불행, 착함과 나쁨 등 분명하게 대비되는 쌍으로 판단 내리고 싶어 합니다. 그것은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편리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좋은 판단을 내리는 것은 선한 목소리가 이겼기 때문이고 반대로 내가 악행을 저지르는 것은 악마가 내 안에 들어왔기 때문으로 판단합니다. 이 사이에서 사라져 버리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입니다. 선행에도 악행에도 책임이 없는 , 달리 말하면 타인의 의지에 따라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텅 빈 존재가 되고 맙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둘로 나누어 바라보는 세계관을 깨뜨려야 합니다. 그것은 안온하지만 분명한 한계를 지닌 사고방식이자 나를 둘러싸고 있는 입니다. 이것을 깨뜨리는 순간 나는 스스로 설 수 있는 독립적인 존재로 탄생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는 선과 악의 낡은 관념을 넘어서 융합적인 세계관을 지닌 정신적 존재로 성장해 나갑니다. 그렇게 등장하는 상징이 아브락사스입니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충돌하는 두 세계> 중에서

 

저자는 소개되는 작품의 줄거리를 한 페이지로 요약해서 맨 앞에 배치했다. 책을 읽었더라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상태라면 내용을 떠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다음 책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작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의 성장 과정이나 작가의 작품 세계나 작가의 인생에 영향을 준 인물이나 사건, 시대적 배경을 친절하게 소개한다. 바로 작품의 설명으로 들어가지 않고 작가와 작품의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다.

 

16권의 책이 쓰인 시기가 대개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라서 오늘의 기준으로 작품을 판단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제국주의적 사고, 남녀 차별, 인종차별 등 보편적 가치를 침해한 부분에 대해 저자는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 속에는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작품도 있다. 당시에는 줄거리 중심으로만 읽어서 지나쳤었는데, 인권의 가치를 상기하며 다시 읽어보니 작품에 대한 감상이 달라졌다.

 

소설의 주인공이나 장치들이 주인공의 실제 생활이나 경험에서 탄생한 사례들을 알게 되면서 재미가 더욱 커진다.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사막여우는 작가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 아에로포스탈의 아프리카 지사에서 일할 때 우연히 만나 음식을 주며 길들이게 된 여우가 원형이다.

어린 왕자가 사랑하는 장미는 자유분방한 남미 여성이자 사교계의 여왕으로 유명했던 콘수엘로로, 예쁘지만 변덕스럽고 친절한가 하면 가시를 들이대고, 쉴 새 없이 요구하고 변덕을 부려 결국 어린 왕자를 소행성 B612에서 떠나가게 한다.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에서 의미를 찾고 싶었던 갈매기 조나단은 다른 친구들이 모두 먹는 일에만 골몰해 어떤 먹이를 얼마나 많이 먹을 수 있을 것인지만을 생각하고 있을 때 먹는 일 대신 나는 일에 더 관심을 갖는다. 더 높이, 더 멀리, 더 빠르게 날기 위해 거듭해서 창공으로 몸을 던지는 일만을 반복한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생각하는 미래란 잘 먹고 잘사는 것, 생존그 자체이다. 반대로 말하면 생존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 삶은 무시무시하게 불안하고 위험한 선택이다.

하지만 조나단은 묻는다. 그게 전부인가? ‘단지 살아남는다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면 그건 바보 같은 동어 반복이 아닌가? 살기 위해 산다보다 더 제대로 된, ‘왜 사는가?’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날아라! 슈퍼보드>로 만난 서유기만큼이나 반가웠던 책이 바로 플랜더스의 개. 어릴 적 TV 만화로 먼저 알게 된 <플란다스의 개>. 저자의 설명을 통해 원작과 만화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60쪽짜리 단편을 52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다 보니 원작과 많이 달라졌다.

두 주인공 넬로와 알로이즈의 나이가 각각 16, 12세에서 10, 8세로 크게 낮춰졌다. 그러는지 보니 둘의 관계가 애정의 관계가 아닌 소꿉친구, 어린아이들 사이의 관계로 묘사됐다. 16세의 넬로에게는 당연했을 우유 배달 일이 10세의 네로가 하게 되면 불쌍한 일이 된다.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에서 제목 때문에 우리가 쉽게 잊는 사실이 하나 있다. 왕자가 희생한 것은 그저 보석과 금박 껍데기들일 뿐이지만 정작 진짜로 자신의 생명을 바쳐 가장 큰 희생을 한 것은 바로 제비가 아닐까?

인간과 인간, 생명체와 다른 생명체가 서로 마음을 나누고, 함께 손을 잡고, 입을 맞추고 체온을 나누며 이 추운 세상을 견뎌내는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일이 아닐까? 그것이 설령 왕자의 쪼개진 심장과 얼어붙은 시체로 남아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제비의 운명으로 귀결되는 것일지라도.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꽃이 있으랴.

청소년기를 어른의 기준 혹은 어른의 불안으로 재단해서 건너뛰게 할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공간은 무균실도 아니고 온실도 아니다. 자신의 인생을 그려보고 방향을 정해보고 걸어가 보는 것. 어른의 역할은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는 것뿐이다. 결국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길을 묵묵히 그리고 신나게 달려가기를 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나의열여섯살을지켜준책들 #곽한영 #해냄 #청소년을위한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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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거북은 어디로 가야 할까? - 기후 위기와 지리 발견의 첫걸음 5
최재희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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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73 바다거북은 어디로 가야 할까?(최재희 지음/창비)

EBSi 사회탐구영역 강사이자 휘문고 지리 교사인 저자와 함께 <기후 위기를 지리적으로 바라보기>

지진과 화산활동 같은 지형에 의한 재해가 아닌 기후 요인에 의한 피해가 매년 놀랄 만큼 늘고 있다. 기후 위기를 경고하면서 인간은 쏙 빼고 동식물이나 지구가 아파요!’라고 외치는 시대는 끝났다. 결국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체험하는 중이다.

사계절 온화한 날씨를 보이던 우리나라도 이제 한여름 기온이 40도를 넘나들고, 겨울에는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고, 연평균 강수량 1,200mm인 우리나라에 하루 10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빈번하고, 봄과 가을에 극단적인 가뭄이 발생한다.

이 책에는 여러 종의 멸종 위기종이 등장한다. 그러나 인류의 활동 방향을 수정하지 않으면, 이제 곧 인간이 멸종 위기종이 될 처지다.

 

지구는 적도에서 극지방으로 올라가면서 일반적으로 열대-건조-온대-냉대-한대 기후를 보인다. 기후마다 나타나는 식생과 인문환경이 모두 다르다. 즉 분포하는 식물이나 동물의 모습이 다르고, 거주하는 인간의 생활양식에도 차이가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은 바로 이전의 모습과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경기도 안성에서 바나나가 재배되고 사과 재배 지역도 강원도까지 확대되는 등, 온대 기후였던 우리나라에 아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과 곤충, 어류가 등장하고 있다.

 

전 지구적인 기후 위기는 지역적으로 기온과 강수량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어떤 곳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데, 또 다른 곳은 극심한 홍수에 시달리는 식이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섬은 최근 몇 년간 지속된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곳의 열대림 또한 위기인데, 화전 농업, 불법 채굴, 목초지 개간, 불법 벌목, 식량 마련을 위한 사냥 등으로 열대 우림에 사는 여우원숭이들이 서식지를 침해당할 뿐 아니라, 사냥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구의 허파라는 열대림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 평균 기온을 높이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다. 열대림의 또 다른 별명이 생물 종 다양성 보고(보물 창고)’.

열대림을 지키는 것은 지구상 모든 생명체가 필요로 하는 산소를 지키고, 다양한 생물의 삶을 지키는 것이고 결국 우리 인류의 삶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지구온난화현상까지 겹치면서 도시 열섬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해서 도시에 사는 고양이들이 힘들다. 고양이만 힘든 게 아니라 인간도 힘들다. 역대 최고치의 폭염 일수를 계속해서 경신하는 상황에서 더욱 여름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바로 취약 계층이다. 여름철 에어컨 가동이 늘면 전기 발전을 늘려야 하고, 그러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고 이런 순환이 반복되면 필연적으로 대기 온도 상승이 나타나고, 그러면 이상 기후가 나타날 확률이 높아진다. 이상 기후에 따른 폭염 일수 증가와 긴 무더위는 다시 도시 열섬 현상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책 제목에 등장하는 바다거북은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 사는 매부리바다거북이다. 아름답고 화려한 등껍질 때문에 사냥당하고, 보금자리인 산호가 죽어가면서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바다의 아마존이라는 그레이트배리어리프는 길이 약 2,000km, 너비 약 500~2,000m로 한반도 면적보다도 넓다. 이 거대한 산호초 군락 역시 개발을 통한 경제적 이익이라는 위협 앞에 흔들리고 있다.

기후 변화에 따른 바닷물 온도 상승에 산호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산호의 죽음은 산호초에 기대어 사는 수많은 바다 생물에게 위협이 된다. 우리의 주인공 매부리바다거북의 주요 먹이인 해조류의 소멸로 바다거북의 먹이 활동에 큰 위기가 된다.

 

초원과 사막 사이의 경계 지대에서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사막화 역시 기후 위기의 대표적 피해 사례다. 아프리카의 사헬 지역에서는 다마가젤과 같은 야생 동물이 멸종 위기에 도달했다면, 몽골에서는 유목민의 가축이 위협을 받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귀염둥이 스벤’, 캐럴 루돌프 사슴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의 루돌프는 사슴이 아니라 순록이다. 순록은 혹독한 추위 속의 황무지인 툰드라 기후에서 서식한다.

툰드라 지역은 여름철에 지표면과 가까운 땅이 잠시 녹을 뿐, 그 속까지 모두 녹지는 않는다. 이곳이 바로 1년 내내 얼어 있는 영구 동토층이다. 기후 위기의 관점에서 저자는 이 영구 동토층을 판도라의 상자로 표현하고 있다. 즉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처럼 재앙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영구 동토층에 묻혀 있던 미생물이 활동하게 된다. 활성화된 미생물은 동물의 사체와 같은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를 만들어낸다. 또 다른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 지구온난화가 더욱더 빨라지고, 지구가 더워지면 영구 동토층이 녹는 범위가 넓어지고 속도도 빨라진다.

 

이번 세기 최악의 팬데믹인 코로나19의 시작은 아직 수수께끼로 남아 있지만, 야생 박쥐에서 시작해 또 다른 야생 동물이 중간 숙주가 되고 결국 인간에게 전파되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공통적인 가설이다. 그렇다면 박쥐가 재앙의 원인인가?

더 중요한 원인은 인간이 박쥐의 서식 공간까지 침범해 들어가면서 박쥐의 체액과 배설물에 감염된 2차 숙주와의 접촉 빈도가 높아진 것이다. 야생 동물을 식용으로 거래하는 행위, 야생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행위, 나아가 박쥐의 이동을 유발한 인간의 행위가 결국 감염병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각 챕터의 마무리는 기후 토론으로 벌어진다. 다양한 시각을 통해 기후 위기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유기적으로 분석하는 힘을 키운다.

열대림의, 산호초 군락의 보존 VS 개발

도시의 고밀도화는, 극지방의 해빙은 기회일까 VS 위기일까

사막화 방지가 우선 VS 유목민의 삶이 우선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지구 가열이란 용어를 써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래야 문제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동감이다. 기후 위기로 인해 사는 곳을 떠나야 하는 일은 사하라사막 주변에서 사는 다마가벨이나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매부리바다거북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기후 난민이 되어 고향을 떠나고 있다. 지구가 힘들면 결국 인간이 힘들게 된다.

 

오늘날의 기후 위기는 인간 활동의 영향이 가장 크다. 인위적인 활동 탓에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라면 역으로 그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것도 오직 인류뿐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바다거북은어디로가야할까? #최재희 #창비 #기후위기 #멸종위기인간 #지리적사고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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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감각, 10세 이전에 완성된다 - 옥스퍼드대 조지은 교수가 알려주는 평생을 좌우하는 공부 베이스
조지은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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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72 공부감각, 10세 이전에 완성된다(조지은 지음/쌤앤파커스)

옥스퍼드대 조지은 교수가 알려주는 평생을 좌우하는 공부 베이스

우리 아이가 공부만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공부 잘하는 행복한 아이가 되는 법!

우리 아이의 공부 감각을 키워주는 법!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언어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동양학부와 언어학부에서 한국학과 언어학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다.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과정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아동학과 언어학을 공부했고,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아이들의 엄마가 된 이후에 이중언어 습득 관련 연구와 저술에 집중하고 있다.

 

공부에 관한 관심으로 세계 1등인 나라가 우리나라다. 그런데 그 공부가 인생의 지혜와 행복과 거리가 먼 진학과 직업으로만 경도되어있다. 아이의 행복을 원치 않는 부모는 없지만, 미래의 행복을 볼모로 오늘의 행복을 뺏고 있는 부모가 많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학원 뺑뺑이를 시키고 옆집 아이의 성적과 비교하는 부모가 자녀교육을 열심히 하는 부모라 여겨진다.

 

아이의 행복한 인생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아이가 아니라 부모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 앞으로의 사회는 평생 학습의 사회이다. 학자가 아니더라도 세상에 대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높이고 다른 사람과 공존하는 감성 교육이 필요한 때다.

저자는 공부에도 감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공부 감각이 생생할 때 즐겁고 내실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습 감각: 공부의 감각을 깨우려면 기다림이 필요하다.

영어 감각: 정확하게가 아니라 풍부하게 공부하라.

미래 감각: 미래가 원하는 인재의 핵심 요소

소통 감각: 사교하며 공부하게 하라

행복 감각: 공부 감각의 완성은 행복이다.

 

의사나 전문직이 되어 높은 수입을 올리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을 하는 것 자체가 공부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타인과 공감하고 소통하며 자신을 성장시키는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우리 아이의 공부 목표가 되어야 한다. 행복한 삶을 위한 공부를 위해 부모에게 꼭 필요한 것이 기다림이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조바심을 내는 부모지만, 잠시 아이 교육에 대한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우리 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교육에 관해 공부해야 한다.

 

아이들의 공부 감각을 일깨우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부모다. 공부 감각은 공부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 논리적인 접근, 적극적인 표현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형성된다. 무엇보다 지금 아이들이 발전시켜야 하는 감각은 주변 환경과 사물에 대한 호기심, 탐구심, 즐거움이다. 이 감각이 없어지면, 당장 학업에 두각을 나타내더라도 후에 공부가 더 넓고 깊어져야 할 때 벽에 부딪힐 것이다. 이 공부 감각을 찾는 첫 번째 단계는 아이가 무엇에 즐거워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아이의 미래를 갉아먹고 있다> 중에서

 

#학습감각 학습 감각은 학원에서 기를 수 없다. 아이의 삶 속에서, 집에서 엄마 아빠와의 끊임없는 소통에서, 세상을 향한 탐구심 속에서 키워나가야 한다.

아이가 자기주도학습 하기를 바라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아이의 주도성은 부모의 재촉이나 억압으로는 훈련되지 않는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학습 동기의 동력으로 삼는 지적 호기심을 잃지 않도록, 그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도록 최소한의 땔감만 제공하는 것이다.

 

#영어감각 영어 교육의 핵심은 아이들이 영어를 재미있는 언어로 인식하고, 말하고 듣는 것으로부터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어를 배척하지 않고 한국어와 영어를 조화롭게 쓰는 방법을 배워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어 울렁증이 세계 최고라 한다. 강압적인 영어 교육 환경에서 심어진 두려움은 아이의 인생 전반에 걸친 언어 학습에 치명적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영어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철자나 문법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래감각 지금 세상을 놀라게 하는 챗GPT나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창작하는 AI 기술은 몇 년 뒤에는 당연한 일상이 될 것이다. 미래 인재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정보를 적절히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능력의 핵심은 한국이 지금껏 소홀히 했던 관찰력, 통찰력이다. 그리고 경쟁이 아닌 공존과 공생이다.

 

#소통감각 대화가 없다면 학습도 없다. 부모가 아이의 모든 말에 동의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모든 말을 들어주기는 해야 한다. 아이의 말을 한두 마디만 듣고 안 된다.”고 대답하는 소통 방식은 특히나 위험하다.

아이에게 정말 칭찬이 필요한 순간은 넘어지고 실수했을 때다. 격려와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부모한테서 듣는 칭찬은 평생에 영향을 미친다.

아이의 뇌 발달은 학습량과 큰 관련이 없다고 한다. 그보다는 부모와의 유대감, 신뢰, 자율성 등이 훨씬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행복감각 유년기 교육이 핵심은 정서 교육이다. 정서 교육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아이들을 조이기보다 풀어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아이들도 공부를 노는 것처럼, 즐기면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인생이라는 공부를 즐길 힘이 필요하다.

 

다른 집 아이, 다른 집 부모에게 눈길이 팔려 내 아이의 소중한 시간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명문대 입학만이 성공인 것처럼 여기는 사회 분위기에 휩쓸리고, 아이의 성적에 불안해하며 아이들을 공부밖에 할 줄 모르는 기계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꾹 참아가며 소중한 어린 시절을 희생하듯 보내서는 안 된다. 아이와 함께 행복한 미래뿐 아니라 현재도 그려나가는 것, 엄마 아빠가 함께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공부감각10세이전에완성된다 #조지은 #쌤앤파커스 #공부감각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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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질병의 왕국 - 만성질환 혹은 이해받지 못하는 병과 함께 산다는 것
메건 오로크 지음, 진영인 옮김 / 부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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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70 보이지 않는 질병의 왕국(메건 오로크 지음/부키)

만성 질환 혹은 이해받지 못하는 병과 함께 산다는 것

WHO가 정의하는 건강이란 질병을 앓지 않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를 넘어서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온전히 안녕한 상태. 여기 자기 인생의 절반 가까이 온전한 상태에서 벗어나 만성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건강과 행복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채 고통의 인생을 살아가는 기록이다.

 

예일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작가,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작가는 20대 초반부터 정체불명의 증상들에 시달렸다. 날카로운 전기 충격에 시달리고, 지속적인 피로와 브레인포그, 관절 통증과 악성종양 등 일상이 무너져내리는 시간을 견뎌내던 작가가 원하는 것은 진단이었다. 자신이 무슨 병으로 힘들어하는지를 모르는 시간이 길어져만 갔다.

 

실로 이 책은 병을 없애거나 무찌르는 대신 병과 함께 사는 이야기다. 병을 극복하는 미국적 정신은 놓아주고, 상호의존성을 찾는 이야기다. 신체는 언제나 다른 신체와 소통한다. 면역계는 보건 정책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과 정서에도 반응한다.

알려진 바가 별로 없는 질병을 앓으면, 의료계의 갖은 결점에 직면하게 된다. 건강보다 생산성을 더 중시하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부닥치며, 기존 체계에 들어맞지 않는 경험을 전달해야 하는 철학적 문제와도 마주한다. -메건 오로크

 

자가면역질환이라는 초기 진단은 증상을 완전히 설명해 주지 못했고, 작가는 스스로 자신의 병에 대한 탐구에 나선다. 의료계, 학계의 전문가와 동료 환자들을 만나 자료를 확인하고 소통하며 이 문제, 정확한 진단이 빠진 만성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자기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된다. 진단과 치료법이 모호한 병, 극복하기보다 함께 살아가야 하는 병, 남들 눈에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병이 많은 이의 삶을 갉아먹고 있었다.

 

저자의 고통스러운 증상에 대한 진단은 실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자가면역질환과 갑상샘 질환, 하시모토병, 라임병, 자율신경기능이상, 자궁내막증 등등.

자가면역질환은 신체가 어떤 이유로 자기의 건강한 조직을 공격하는 항체를 만드는 병이다. 또한 하시모토병이 자신의 감상선샘에 생긴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에 걸친 심각한 문제일 수 있음을 이해했다.

작가가 앓고 있는 많은 면역 매개 질환이나 염증 증상은 일정 시간을 두고 별안간 다시 공격해 온다.

항생제부터 가공식품이며 생활 환경 내 화학물질의 폭발적 증가까지 현대 사회의 특징으로 인해 이런 질병들이 광범위하게 늘어났다.

 

유전자와 바이러스와 스트레스와 면역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복잡한 결과가 질병이라고 해 보자. 그렇다면 진단의 명확성 대신 불확실성이 우리 세계에 고개를 내민다.

21세기는 의학이 질병 유발인자의 복잡성을 받아들이는 시대가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질병 서사도 극적인 시작과 궁극적 치유(혹은 비극적 죽음)로 구성되는 틀에서 벗어나, 더욱 섬세하게 변화를 설명하는 이야기로 진화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에서 다수의 환자는 건강과 질병 사이의 회색 지대에서 오랫동안 살아가면서, 안녕한 상태와 증상이 있는 상태를 별 특징 없이 오갈 것이다. -<의사도 모르는 병> 중에서

 

작가의 이야기는 10년에 걸쳐 있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법으로 병을 무찌르는 영웅담이 아니라 만성질환과 함께 지내는 이야기가 10년 넘게 진행 중이다.

저자는 소리치고 있다. 재난을 맞아 실종 상태에 빠진 사람이 소리치는 것처럼.

살려주세요. 여기 사람이 있어요.”

 

사람이 겪는 현실의 존엄성을 품는 일. 바로 그래서 내 이야기를 전할 방법을 알고 싶었다. 내 언어를 찾아내려고 그토록 애썼다. ‘극복에 실패한 상황을 병적으로 취급하는 문화 속에서 만성질환을 심리적 문제로 치부하면, 환자에게 품위 있게 병에 대처하라고 가르치면서 오히려 그들의 품위를 앗아가게 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웃음 치료> 중에서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항생제 처방을 통해 힘을 얻었지만, 항생제가 장을 망가뜨리고 세균의 균형을 망쳤다.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를 통해 면역계의 변화를 원했던 작가는 분변 미생물 이식(FMT)을 선택했다. 독한 부작용도 겪었지만, 작가는 임신에 성공한다. 그녀의 나이 서른아홉 살에.

 

미국의 의료계는 나를 진단하는 일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수년간 내 탐구를 가로막았다. 내 병을 인정하는 대신, 내 몸을 의료계가 아는 확실한 질병을 앓는 순종적인 그릇처럼 다루고자 했다. 복잡한 병이 깃든 내 몸은 생물학적 요소뿐 아니라 생애적 요소로 구성된 장소인데 말이다.

내 질병 서사는 목적지가 없다. 그보다는 나를 힘들게 하고, 놀라게 한 것들의 총합이다. 어렵게 만난 모든 사람, 내 몸에 대한 적응, 신체의 제약으로 선택하게 된 삶, 투병하면 얻은 앎, 버티고 인내하여 결국 진단을 받았기에 간간이 느끼는 자부심, 임신 전 아이를 고대하며 보낸 시간, 그 모든 것들. 지금은 아이가 있지만, 그 긴 갈망의 시간은 몸에 쓰여 있고 영혼에 칼로 새겨져 있다.

내 병은 언제고 무엇이든 올라올 수 있는 열린 창문으로 남았다. -<지혜 서사> 중에서

 

이 책은 분명 역경을 극복하고 행복에 도달하는 핑크빛 성공담이 아니다. 오히려 무채색과 어두움이 어울리는 고통의 이야기다. 그러나 작가 본인의 경험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글이다.

10년이 넘도록 저자는 체위성기립빈맥증후군, 엘러스단로스증후군, 자가면역항체 양성, 피로와 브레인포그, 신경 문제와 결합 조직 문제가 나타나고 날카로운 전기 충격에 아직도 통증을 느끼고 있다. 처음 듣는 병명이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치유의 이야기는 언제 등장하는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독자가 흔히 갖는 희망을 계속해서 무너뜨리는 글이다.

 

질병을 극복한 이후 더욱 강해졌다거나, 질병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더욱 지혜로워졌다는 식의 서술을 저자는 강력히 부정한다. 병은 선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작자가 질병과 함께하며 기록한 이야기는 나에게 많은 의미를 주었다.

아픔이 반드시 치유로 이어지지 않는 것을 아는 것, 인생의 목표가 성공이 아닌 것,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 그리고 질병과 함께 살아보는 것.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보이지않는질병의왕국 #메건오로크 #부키 #만성질환 #책읽는샘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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