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열여섯 살을 지켜준 책들 - 모험하고 갈등하고 사랑하기 바쁜 청소년들에게
곽한영 지음 / 해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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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74 나의 열여섯 살을 지켜준 책들(곽한영 지음/해냄)

모험하고 갈등하고 사랑하기 바쁜 청소년들에게

책 제목에 들어있는 열여섯 살’. 중학교 3학년. 나는 그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다. 사춘기가 극성을 부리는 시기를 살짝 비켜난 아이도 있고, 여전히 질풍노도의 한가운데 머물러 있는 아이도 있다. 모두 떠다니고 있다. 그것이 희망이든 불안이든. 아직 어느 한 곳에 뿌리내리고 나뭇등걸을 두껍게 키우기에는 이른 나이다. 성장의 방향과 속도가 아직 정해지지 않는 시기다.

 

어른들 모두 그 시기를 거쳤다. 그런데 어른 중에는 그 시기를 잊고 세상의 기준대로만 살기를 강요하는 사람도 있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훌륭한 어른이 된다는 거짓말을 스스럼없이 해대기도 한다. 말 잘 듣는 아이, 공부만 하는 아이, 사고 치지 않는 아이로만 자라라고 강요하면,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인생을 언제 스스로 일굴 수 있을까?

 

책을 사랑하는 법 교육자인 부산대학교 곽한영 교수가 자신이 지냈던 그 혼돈의 시기를 지켜준 책들을 소개한다. 16권이다. 첫 번째 소개하는 데미안에서 책을 덮을까 봐 겁이 난다. 문자보다 영상에 익숙하고, 교훈보다는 재미가 먼저인 아이들이고, 그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이야기하기가 미안하다. 그래도 그다음 책이 어린 왕자라서 다행이다. 아마 이 책을 읽은 친구들이 많지 않을까? 다 읽지는 않았더라도 제목 정도는 아는 책이니까 교수님의 이야기가 통하지 않을까? 교수님이 이야기해주는 16권의 책이 대부분 재미있는 책이라서 또 다행이다.

 

사람들은 대개 어떤 대상을 좋음과 싫음, 행복과 불행, 착함과 나쁨 등 분명하게 대비되는 쌍으로 판단 내리고 싶어 합니다. 그것은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편리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좋은 판단을 내리는 것은 선한 목소리가 이겼기 때문이고 반대로 내가 악행을 저지르는 것은 악마가 내 안에 들어왔기 때문으로 판단합니다. 이 사이에서 사라져 버리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입니다. 선행에도 악행에도 책임이 없는 , 달리 말하면 타인의 의지에 따라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텅 빈 존재가 되고 맙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둘로 나누어 바라보는 세계관을 깨뜨려야 합니다. 그것은 안온하지만 분명한 한계를 지닌 사고방식이자 나를 둘러싸고 있는 입니다. 이것을 깨뜨리는 순간 나는 스스로 설 수 있는 독립적인 존재로 탄생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는 선과 악의 낡은 관념을 넘어서 융합적인 세계관을 지닌 정신적 존재로 성장해 나갑니다. 그렇게 등장하는 상징이 아브락사스입니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충돌하는 두 세계> 중에서

 

저자는 소개되는 작품의 줄거리를 한 페이지로 요약해서 맨 앞에 배치했다. 책을 읽었더라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상태라면 내용을 떠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다음 책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작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의 성장 과정이나 작가의 작품 세계나 작가의 인생에 영향을 준 인물이나 사건, 시대적 배경을 친절하게 소개한다. 바로 작품의 설명으로 들어가지 않고 작가와 작품의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다.

 

16권의 책이 쓰인 시기가 대개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라서 오늘의 기준으로 작품을 판단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제국주의적 사고, 남녀 차별, 인종차별 등 보편적 가치를 침해한 부분에 대해 저자는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 속에는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작품도 있다. 당시에는 줄거리 중심으로만 읽어서 지나쳤었는데, 인권의 가치를 상기하며 다시 읽어보니 작품에 대한 감상이 달라졌다.

 

소설의 주인공이나 장치들이 주인공의 실제 생활이나 경험에서 탄생한 사례들을 알게 되면서 재미가 더욱 커진다.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사막여우는 작가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 아에로포스탈의 아프리카 지사에서 일할 때 우연히 만나 음식을 주며 길들이게 된 여우가 원형이다.

어린 왕자가 사랑하는 장미는 자유분방한 남미 여성이자 사교계의 여왕으로 유명했던 콘수엘로로, 예쁘지만 변덕스럽고 친절한가 하면 가시를 들이대고, 쉴 새 없이 요구하고 변덕을 부려 결국 어린 왕자를 소행성 B612에서 떠나가게 한다.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에서 의미를 찾고 싶었던 갈매기 조나단은 다른 친구들이 모두 먹는 일에만 골몰해 어떤 먹이를 얼마나 많이 먹을 수 있을 것인지만을 생각하고 있을 때 먹는 일 대신 나는 일에 더 관심을 갖는다. 더 높이, 더 멀리, 더 빠르게 날기 위해 거듭해서 창공으로 몸을 던지는 일만을 반복한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생각하는 미래란 잘 먹고 잘사는 것, 생존그 자체이다. 반대로 말하면 생존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 삶은 무시무시하게 불안하고 위험한 선택이다.

하지만 조나단은 묻는다. 그게 전부인가? ‘단지 살아남는다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면 그건 바보 같은 동어 반복이 아닌가? 살기 위해 산다보다 더 제대로 된, ‘왜 사는가?’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날아라! 슈퍼보드>로 만난 서유기만큼이나 반가웠던 책이 바로 플랜더스의 개. 어릴 적 TV 만화로 먼저 알게 된 <플란다스의 개>. 저자의 설명을 통해 원작과 만화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60쪽짜리 단편을 52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다 보니 원작과 많이 달라졌다.

두 주인공 넬로와 알로이즈의 나이가 각각 16, 12세에서 10, 8세로 크게 낮춰졌다. 그러는지 보니 둘의 관계가 애정의 관계가 아닌 소꿉친구, 어린아이들 사이의 관계로 묘사됐다. 16세의 넬로에게는 당연했을 우유 배달 일이 10세의 네로가 하게 되면 불쌍한 일이 된다.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에서 제목 때문에 우리가 쉽게 잊는 사실이 하나 있다. 왕자가 희생한 것은 그저 보석과 금박 껍데기들일 뿐이지만 정작 진짜로 자신의 생명을 바쳐 가장 큰 희생을 한 것은 바로 제비가 아닐까?

인간과 인간, 생명체와 다른 생명체가 서로 마음을 나누고, 함께 손을 잡고, 입을 맞추고 체온을 나누며 이 추운 세상을 견뎌내는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일이 아닐까? 그것이 설령 왕자의 쪼개진 심장과 얼어붙은 시체로 남아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제비의 운명으로 귀결되는 것일지라도.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꽃이 있으랴.

청소년기를 어른의 기준 혹은 어른의 불안으로 재단해서 건너뛰게 할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공간은 무균실도 아니고 온실도 아니다. 자신의 인생을 그려보고 방향을 정해보고 걸어가 보는 것. 어른의 역할은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는 것뿐이다. 결국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길을 묵묵히 그리고 신나게 달려가기를 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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