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맛있는 철학이라니 - 일상 속 음식에서 발견한 철학 이야기
오수민 지음 / 넥서스BOOKS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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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36 <이렇게 맛있는 철학이라니(오수민 지음/넥서스)> #인문교양

일상 속 음식에서 발견한 철학 이야기

 

우선 이 책은 철학 개론서가 아님을 밝힌다.

동시에 요리에 철학의 내용을 버무린 가벼운 책도 아니다.

우리는 철학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 강하다.

 

철학은 어려운 것.

철학은 공부 많이 하는 사람만 하는 것.

철학은 우리의 일상과 관련이 없는 것.

철학은 재미없고 딱딱한 것.

 

철학책들을 읽다 보면 고대 소피스트부터 시작해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거쳐서 쭉 설명이 이어진다.

그러나 이 책의 순서는 개론서와는 다르다.

칸트와 헤겔로 시작해서 에피쿠로스학파를 거쳐 공자의 유학에 이른다.

이후 데카르트를 거친 후 다시 플라톤으로 갔다가 라이프니츠로 갔다가 다시 헤라클레이토스로 올라간다.

모두 음식과 짝꿍이 되어서 철학자들이 소개된다.

짐작하는 것처럼 그 음식의 성질이나 조리방법, 식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취향 등을 철학사상과 연결 지어서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최고 핵심 포인트이다.

  

  

유려하지는 않으나 사상의 핵심을 설명하는 저자의 내공도 단단함을 곳곳에서 확인하며 공부할 수 있었다.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이기 때문에 객관성을 보증해줄 수 있는 이성을 분석하고자 했던 칸트. 그리고 진정한 객관성은 대상을 남김없이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절대지絶對知를 향한 여정을 기술한 헤겔. -p83

하나의 세상을 살고 있지만 그 세상을 모두 동일하게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고유한 변화의 내용을 펼쳐내는 것. 그래서 서로 보는(지각하는) 세상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때부터 나는 라이프니츠가 세상을 제대로 봤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p208

라이프니츠는 무한한 경우의 수의 우주가 가능하지만 현재 존재하고 있는 단 하나의 우주가 실제로 가능한 최선의 우주라고 주장했고, 인간은 신을 가장 많이 닮은 피조물이기에 이성을 통해 신의 목적을 깨달아 그에 맞는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p214

 

과학교육을 전공하다가 철학으로 학문의 경로를 변경한 저자의 이야기부터 일상의 이야기들이 독자들과의 거리를 줄여주며 친근한 대화가 이어진다.

철학의 난해함과 막연함으로 답답할 때쯤 음식과 요리에 관한 이야기로 독자들이 책을 계속 읽게끔 만드는 기술을 발휘하고 있다.

 

위대한 철학자 칸트. 형이상학을 객관적인 지식으로 재건하기 위해 저술한 순수이성비판.

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책을 붕어빵을 통해 설명하는 저자.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성의 틀을 통해 인식한다는 점을 붕어빵의 틀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우리의 선천적 인식 틀 안의 주관 세계 즉 인식 구조 내부의 세계를 탐구하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붕어빵에 호두과자에 고소한 냄새를 피워내는 간식거리들을 동원했지만, 여전히 칸트는 나에겐 어려운 사상이었다.

 

모차렐라, 부라타, 브리치즈, 크림치즈 등은 저자가 좋아하는 치즈들인데 50대의 아저씨에게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음식들이다.

저자는 치즈의 숙성과정을 통해서 칸트를 비판한 헤겔의 철학을 소개한다.

 

칸트의 방식처럼 내가 사는 삶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어디까지가 나의 경험이고 어디까지가 그렇지 않은지를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건 우리의 경험에 관해서 그 무엇도 알려줄 수가 없다. 애초에 이런 방법은 우리에게 가능하지도 않다. 우리는 삶 밖으로 벗어나 본 적도, 벗어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가며 경험하는 과정 그 안에서 비로소 나는 내가 살아가는 세계를 파악할 수 있다. 마치 치즈를 맛보는 건 언제나 치즈의 숙성해가는 과정의 한순간일 수밖에 없는 것처럼. -p79

 

로아커, 레돈도, 킷캣이라는 개별적인 과자들이 공통적으로 속하는 웨이퍼라는 상위 개념을 통해서 플라톤의 이데아를 설명한다.

우리가 가장 많은 오해를 하는 사상이 바로 에피쿠로스의 철학이다.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스토아 철학의 금욕주의와 대비시켜서 쾌락주의로 배운 그 사상.

그래서 쾌락이 삶의 전부라며 쾌락 지상주의를 설파하는 듯한 인상을 갖게 된다.

에피쿠로스의 쾌락은 배고픔, 목마름, 추위 등의 고통스러운 상태를 벗어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고통의 해소가 끝난 후 찾아오는 쾌락이란 뜻으로, 오히려 금욕에 가까운 개념이다.

우리의 오해가 풀려갈 때쯤이 바로 두부오이샐러드와 생호박 파스타가 뜬금없이 등장하는 순간이다.

 

서양철학과 대비되는 동양철학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도 친절한 설명으로 풀어준다.

마치 짜장면이 중국 음식이 아닌 한국 음식인 것처럼.

그러면서 공자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돌려놓는다.

허례허식이나 꼰대 정신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공자 사상의 본래의 모습을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과 정치 분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유가 사상의 본연의 모습을 접하고 나니 2,500년이 넘는 공자 사상의 생명력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데카르트는 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밝혀낸 이후, 나라는 존재는 그렇다면 과연 어떤 존재인지 묻기 시작한다. 나의 감각하는 능력은 나의 생각의 일부이고,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확실히 내게 속하는 것이다.

내가 마트에서 버터를 고르고 있을 때, 내 앞에 있는 버터가 전부 환상이더라도 내가 버터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큼은 의심할 수 없는 확실한 참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나의 존재 또한 의심이 불가능해진다. -p169

 

플라톤의 국가를 읽으며 놀랍고 무서웠던 경험을 전한다. 사람을 세 가지 계급으로 국가가 분류하고, 국가의 여자들은 남편을 공유한다! 우수한 자질의 아이를 생산하기 위해 국가가 재생산을 관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플라톤은 자신이 제시한 국가상이 어디까지나 이상일 뿐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의 국가상은 비유와 같은 것이다. 우리의 공동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를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 비유.

 

강신주 선생은 철학을 급류에 떠내려가는 가운데 강바닥을 찍어서 중심을 잡게 하는 나뭇가지로 표현을 했다. 거친 현실 속에서 제대로 살아가기 위한 비장미가 느껴지는 정의로 기억한다.

저자는 책의 끝에 철학을 삶에 뿌리는 소금과 후추로 정의한다.

철학은 삶을 더욱 맛있게 만들어주는 고유한 기능을 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여유롭게 만들어준다.

여유. 삶의 여유. 경제적인 부가 가져다주는 여유가 아닌, 인식과 사고의 여유를 만들어주는 철학이 주는 여유. 목적에 충실한 공부가 필요한 시간이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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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2020-01-17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