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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6년 3월
평점 :

가제본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이 책의 일부를 먼저 읽게 되었다. 처음엔 행운이라 생각했는데, 읽고 나니 오히려 아쉬움이 더 크다. 첫 챕터 〈3일 전 와이프가 사라졌을 뿐〉을 덮는 순간, 나머지 아홉 편이 몹시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가제본 서평의 숙명이랄까. 이렇게 입맛만 남기고 책이 출간되길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이토록 야속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를 연출한 이동원 작가가 20년 가까이 현장에서 목격해온 인간 군상을 바탕으로 쓴 첫 소설집이다. 그는 타인의 고통을 기록하는 일로 생계를 이어왔음을 고백한다. 그 솔직한 고백은 이 책의 출발점이자, 독자를 향한 질문의 방향을 분명하게 설정한다. 우리는 과연 그와 얼마나 다른가.
제목은 직설적이다. ‘남의 불행을 먹고 산다’는 말은 소설 속 인물들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뉴스를 클릭하고, 사건을 검색하고, 타인의 고통에 시선을 머무는 우리 모두를 향한다. 불행은 더 이상 개인의 사건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빠르게 확산되고, 해석되며, 소비되는 이야기로 변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는다.

첫 작품은 그 구조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사라진 아내라는 사건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의 태도다. 걱정보다 먼저 계산이 앞서고, 공감보다 의심이 먼저 작동하며, 어떤 이에게 사건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된다. 이 책에는 완전히 무고한 인물이 없다. 선과 악의 경계가 아니라, 욕망과 두려움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얼굴이 반복해서 드러난다.
이 소설집이 인상적인 이유는 독자를 단순한 관찰자로 남겨두지 않는 데 있다. 우리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구경꾼으로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그 구조 안으로 끌려 들어간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나는 정말 이 이야기와 무관한 사람인가. 아니면 이미 그것을 소비해온 사람인가. 그 질문이 오래 남는다.
교실을 떠올리게도 했다. 학생들은 이미 수많은 사건을 ‘콘텐츠’로 접하며 살아간다. 공감보다 빠른 것은 판단이고, 이해보다 앞서는 것은 공유다. 이 책은 그런 시대의 감각을 낯설게 드러내며, 우리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타인의 불행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지를 되묻는다.
한 챕터만 읽었을 뿐인데도 마음 한켠이 묵직하게 남는다. 나머지 이야기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 질문을 확장할지 궁금하면서도, 그 불편함을 마주해야 한다는 점에서 망설여진다. 아마도 이 책은 끝까지 읽고 나서야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서 마주하게 될 질문은 결국 하나일 것이다. 나는 과연, 이 불행의 이야기에서 자유로운가.
“출판사에서 도서의 일부 가제본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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