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항상 옳고 너는 그른가 - 갈등, 변절, 내로남불의 시대를 이해하는 도덕심리학
오둔 달 지음, 배동근 옮김 / 북트리거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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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인 사람과 집단의 심리를 이해하고 싶어 이 책을 펼쳤다. 그러나 저자 오둔 달이 던지는 질문은 더 깊었다. 왜 우리는 자신의 잘못에는 관대하면서 타인의 잘못에는 엄격한가? 내가 옳다고 믿는 도덕적 판단은 어디에서 비롯되며, 왜 달라지는가?

 

저자는 도덕적 판단의 변화를 변덕이나 오류로 단정하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도덕을 고정된 진리로 보거나 감정과 사익에 휘둘리는 것으로 설명해서는 인간의 도덕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도덕적 판단을 세 가지 개념으로 풀어낸다.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가(도덕적 관심), 누구를 도덕적 고려의 대상으로 삼는가(도덕적 연결), 충돌하는 가치 중 무엇을 우선하는가(도덕적 조정). 나아가 본성과 양육, 감정과 이성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실험과 설문, 관찰을 통해 도덕적 판단이 달라지는 이유를 탐구한다.

 

도덕적 판단은 개인의 성장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며, 역사 속에서도 변화한다. 노예제와 여성의 권리, 인권과 기후 정의를 둘러싼 인식의 변화는 도덕적 관심의 대상과 범위가 시대에 따라 달라져 왔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를 이익 추구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새로운 경험과 이유를 통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도덕적 고려의 범위를 바꾸기도 한다. 따라서 판단이 달라졌다는 사실만으로 변덕이나 오류라고 단정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어떤 이유로 판단을 바꾸었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오랫동안 학교와 사회 현장에서 수많은 갈등과 가치관의 충돌을 목도해 온 나에게도 이 지점은 깊은 울림을 준다. 그렇다고 모든 도덕적 변화가 성장이라는 뜻은 아니며, 타인의 판단 맥락을 이해한다고해서 그 잘못을 용인하는 것도 아니다. 나치당에 입당했던 자신의 할아버지를 추적한 저자의 말처럼, 이해는 결코 면죄나 승인이 아니다. 도덕심리학은 옳고 그름의 정답을 대신 내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판단의 배경을 살펴보게 함으로써 각자가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도록 유도할 뿐이다.

 

책을 덮으며 질문은 타인에서 나 자신으로 향했다.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가? 나와 같은 편의 잘못에는 관대하면서 반대편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는가? 내가 옳다는 확신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갈등과 혐오가 일상화된 시대, 타인의 도덕성을 심판하기 전에 자신의 판단 근거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해는 면죄가 아니며, 성찰은 판단의 포기가 아니다. 내가 항상 옳다는 확신을 의심하는 일, 그것이 더 나은 도덕적 판단의 출발점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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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누군가를 돌볼 수 있을까? - 청소년을 위한 첫 돌봄 수업 ㅣ 사계절 1318 교양문고
최유나 외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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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학생들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다. 이 아이들 중 누군가는 집에 돌아가 아픈 부모를 돌보고, 어린 동생을 챙기며 가사를 혼자 감당하고 있을지 모른다. ‘영 케어러(Young Carer)’. 아직 돌봄을 받아야 할 나이에 돌봄의 무게를 짊어진 이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네 명의 저자 모두 영 케어러 출신이다. 이들은 청소년기의 돌봄이 단순히 삶을 갉아먹는 비극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삶을 지탱하는 거대한 ‘돌봄 역량(생존 기술)’을 체득하는 과정이기도 했음을 증언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전환은 돌봄을 개인과 가족의 희생에서 ‘사회의 공적 기본값’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돌봄을 가족의 책임, 특히 여성에게 집중된 사적 노동으로 치부해 왔다. 그러나 인간은 전 생애에 걸쳐 다양한 취약함을 지닌 채 살아가는 존재다.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보장하는 배리어프리와 유니버설 디자인이 모두를 위한 공공재이듯, 돌봄 역시 특정 가족의 짐이 아니라 누구나 존엄한 일상을 누리도록 보장하는 사회의 기본값이어야 한다.

 

사회가 돌봄을 기본값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평등한 악순환은 반복된다.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깎아 돌봄을 제공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 희생 위에서 무임승차하며 편리함을 누린다. 누구나 돌봄을 주고받는 존재라는 전제 아래 사회의 제도와 역할을 재구성하는 ‘보편적 돌봄 제공자 모델’은 돌봄을 모든 시민의 권리이자 공동의 책임으로 재정의하게 한다. 돌봄을 개인의 선의나 효심에 맡기지 않고,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바꿔내야 하는 이유다.

 

교사로서 이 책은 두 가지 과제를 남겼다. 교실에서 조용히 돌봄의 부담을 감당하고 있을 영 케어러 학생들을 알아보는 눈을 기르는 것, 그리고 돌봄을 주제로 한 시민 교육을 실천하는 것이다. 청소년을 단순한 보호 대상에 가두지 않고, 기꺼이 돌보고 존엄하게 돌봄받는 '돌봄 시민'으로 바로 세우는 시선이 절실하다.

 

나아가 돌봄의 출발점에는 '자기 돌봄'이 있다. 자기 자비(Self-Compassion)는 힘든 자신을 탓하는 대신 스스로의 편이 되어 주는 태도다. 특히 영 케어러가 돌봄을 멈추거나 '돌보지 않을 권리'를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무능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실패임을 직시해야 한다. 스스로를 돌볼 여백을 주는 일 역시 사회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기본 조건이다.

 

《나도 누군가를 돌볼 수 있을까?》는 돌봄을 사적 선행이나 가족의 의무에서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원리로 확장하는 책이다. 누구나 취약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취약함을 함께 감당할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바꾸는 것. 돌봄이 특별한 희생이 아니라 당연한 사회적 기본값이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서로의 안녕을 지키는 단단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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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리더 수업 -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는 시스템 설계자의 탄생
윤주용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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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보고서를 쓰고, 코드를 만들고, 데이터를 분석한다. 신입사원의 입지가 줄어든다는 경고음이 크지만, 정작 가장 서늘한 위기감을 느껴야 할 이는 팀장급 중간관리자다. 정보 취합과 일정 조율, 보고서 검토처럼 팀장이 해온 '관리' 업무의 상당수를 AI가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해 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AI 시대, 인간 리더의 존재 이유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저자 윤주용은 단호하다. 관리를 내려놓고 판을 설계하라.

 

저자는 수천 명의 현장 리더를 만나며 정립한 ‘효과적인 팀을 만드는 아홉 가지 전략 로드맵’을 제시한다. 그 핵심은 문제의 원인을 구성원의 '태도'나 '열정'에서 찾지 말라는 것이다. 저자는 팀원들의 마음속 계산기인 WIIFM(What's In It For Me)을 파악하여, 조직의 목표를 개인의 직관적 혜택으로 번역해 주는 것이 리더의 진짜 역할이라고 말한다. 약속을 어긴 팀원에게 감정적 비난 대신 행동의 차이만 건조하게 비춰주는 '거울(Mirror) 피드백', 장애물을 조기에 치워주는 '10분 스탠드업 미팅' 등은 모두 구성원의 책임감에 기대기보다 일이 굴러가는 구조를 만드는 실전적 도구들이다.

 

34년간 학년부장과 부장교사로 교직 조직을 이끌어온 경험에 비추어 봐도 이 메시지는 서늘하게 와닿는다. 특히 인사권이나 금전적 보상 수단이 부재한 학교 현장이야말로, 개인의 선의나 미덕에만 의존하는 리더십이 가장 먼저 한계에 부딪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동기부여를 개인의 사명감에만 맡기지 않고, 명확한 역할 설계와 시스템을 통해 마찰을 줄여주는 것. 시스템이 단단해질수록 사람 사이의 관계는 오히려 부드러워진다는 저자의 지적은 학교 조직에서도 명징한 진리다.

 

AI가 인간의 영역을 빠르게 대체할수록 방향을 제시하고, 관계를 다지며, 사람을 성장시키는 인간 본연의 역할은 더욱 선명해진다. AI 시대의 리더십은 사람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기술이 각자의 강점을 발휘하며 성과를 내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능력이다.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하려다 지쳐버리는 관리자에서 벗어나, 자신이 없어도 스스로 굴러가는 견고한 구조를 남기는 사람. 이 책은 변화의 거센 파도 속에서 리더가 끝내 붙잡아야 할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 가장 명쾌하게 일깨워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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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역사 - 현대 한국인의 몸과 마음을 만든 근대 ㅣ 역사학자 전우용의 한국 근대 읽기 3부작 2
전우용 지음 / 푸른역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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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도장, 짜장면, 포경수술, 현모양처론, 접대문화. 교과서 속 거창한 주제에 익숙한 이들에게 이러한 일상의 파편들이 역사책의 당당한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다소 낯설게 다가온다. 그러나 역사학자 전우용은 역사의 무대를 왕과 영웅의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보통사람들의 지극히 평범한 삶터로 과감히 옮겨온다. 《내 안의 역사》는 서구화와 식민지 근대화, 그리고 압축 성장의 격동기를 지나며 현대 한국인의 몸과 마음, 무의식을 형성해 온 근대의 미시사를 52꼭지의 풍성한 이야기로 촘촘하게 펼쳐낸다.

 

이 책의 가장 커다란 미덕은 우리가 오랜 세월 당연하게 여겨온 풍경들의 숨은 기원과 정교한 변화 궤적을 직시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유리거울의 보급은 타인과 자신을 바라보는 외모 지상주의의 서막을 열었고, 거실 한복판에 들어선 TV는 가족을 단란한 대화자가 아닌 수동적인 ‘관객’으로 재편했다. 조선 시대 남성들의 바깥일이었던 장보기는 근대를 거치며 여자들의 집안일로 바뀌었고, 우리가 전통적 미덕이라 믿어왔던 현모양처론 역시 중세 유교의 유산이 아니라 메이지 시대 일본에서 이식된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였다. 접대문화의 뿌리 또한 명월관 기생 문화에 닿아 있다. 익숙해서 질문조차 던지지 않았던 삶의 구석구석마다 저마다의 서늘하고 다채로운 역사가 깃들어 있었고, 결국 내 몸의 습관과 어휘, 가치관 전체가 그 역사의 산물임을 깨닫게 된다.

 

사회과 교사로서 이 책은 단순한 교양서를 넘어 교실 수업과 아이들의 삶을 생생하게 이어주는 더없이 탁월한 교육적 자양분이 되어주었다. 특히 해방 직후 경성대(현 서울대) 입학시험에 한국어 과목을 넣는 문제를 두고 교수들이 집단 반발했던 ‘국어 소동’은 식민지 잔재가 해방 공간에까지 얼마나 깊고 집요하게 남아 있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묵은 빚’을 둘러싼 채무 관계의 변천사, 가방이나 구두처럼 차마 번역하지 못하고 삶에 흡수된 단어들에 남은 식민 경험의 흔적도 깊은 사유를 부른다. 모두 교실에서 아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오늘의 삶과 연결 지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생생한 주제들이다.

 

역사는 단단하게 제본된 교과서 속 빛바랜 연표나 암기용 사실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늘 내가 누리는 일상의 편의와 습관적인 표현,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풍경 속에도 역사는 유유히 숨 쉬고 있다. 이 책을 통과하고 나니 늘 마주하던 일상이 이전과 완전히 다르게 읽히기 시작한다. 연탄 한 장, 짜장면 한 그릇, 우리가 내뱉는 말 한마디에도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쌓여온 통증과 희망의 시간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결코 지난 과거를 단편적으로 외우는 일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나'라는 존재가 어떤 역사적 궤적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를 비판적으로 묻고 성찰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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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덴티티 - 공유된 정체성으로 성장하고 협력하며 조화를 이루는 법
제이 반 바벨.도미닉 패커 지음, 허선영 옮김 / 상상스퀘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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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흔히 나 혼자만의 고유한 본질을 떠올린다. 그러나 제이 반 바벨과 도미닉 패커의 《아이덴티티》는 되묻는다. 그 ‘나’는 정말 나 혼자 만들어낸 존재일까? 저자들은 우리가 흔히 나만의 영역이라 믿었던 인지, 판단, 선택의 과정이 사실 ‘사회적 정체성’이라는 렌즈를 통해 깊게 매개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어두운 방에 들어설 때 안경을 바꿔 끼듯 상황에 따라 정체성을 전환하며, 지식 역시 개인의 머릿속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망 속에 존재한다.

 

이 책의 뛰어난 미덕은 밀그램 실험이나 스탠퍼드 감옥 실험 같은 고전 심리학 연구를 ‘공유된 정체성’이라는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실험의 가설·설계·결론을 차근차근 풀어내며 논리적 통찰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의 뇌는 인종차별주의를 추구하도록 준비되었다기보다는 사회적 정체성을 추구하도록 준비된 것”이라는 지적처럼, 정체성은 편견과 반향실 효과, 당파적 분열을 낳는 위험 요소인 동시에 연대와 희생,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내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 선의의 비판자가 보장될 때 집단이 혁신으로 나아간다는 원칙과 리더십에 대한 제언은 조직을 이끄는 이들에게 유용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다만 아쉬운 지점도 존재한다. 모든 사회 현상을 정체성이라는 단 하나의 렌즈로 설명하려다 보니, 갈등의 뿌리에 있는 경제적 이해관계나 구조적 요인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다뤄진다. 또한 정체성의 역학에 대한 낙관적인 결론에 비해, 개인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은 다소 막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이 현장에 던지는 시사점은 매우 무겁다. 특히 교사의 역할을 다시금 성찰하게 만든다.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데 머물지 않고, 학생 스스로 건강한 정체성을 형성하도록 돕는 동시에 그 정체성의 감옥에 갇히지 않도록 이끌어야 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 맹목적으로 동조하기보다, 정체성의 작동 원리를 깨닫고 성찰하며 행동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덴티티》가 전하는 최종 메시지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과거 지향적 질문을 넘어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나아가 ‘우리는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갈 것인가’라는 미래 지향적 주체성의 회복이다. 어떤 집단에 속할지는 온전히 통제할 수 없더라도, 어떤 가치를 나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일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사회적 정체성을 이해하고 선한 방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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