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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탓하기 전에 심리학을 공부했다 - 심리학자의 마음 재건 수업
이현주 지음 / 어떤책 / 2026년 4월
평점 :

우리는 고통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빨리 벗어나려 애쓴다. 아픔은 제거해야 할 대상이고, 불행은 얼른 지나가야 할 사고라고 믿기 때문이다.나 역시 그랬다.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는 쪽을 선택해왔다. 무너지지 않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르게 묻는다. “이 고통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 고통에 이름을 붙이고, 관점을 바꾸는 용기
책은 일곱 장의 여정을 통해 무너진 자아를 다시 세운다. 저자는 먼저 막연한 불안에 심리학적 ‘이름’을 붙인다. 고통은 설명할 언어가 부족할수록 무작위한 폭력처럼 느껴지지만, 이름을 얻는 순간 그것은 비로소 우리가 다룰 수 있는 대상이 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인지적 재평가’를 통한 관점의 전환이다. 저자는 암이라는 비일상에 삶 전체를 잠식당하게 두지 않기로 결심한다. 직접 삭발을 감행하며 주체성을 선언하고, ‘주목착각’에서 벗어나 삶의 다른 결을 응시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나는 처음으로 멈췄다. 나는 그동안 고통을 없애야 할 문제로만 여겨왔지, 그 안에서 무엇을 다시 볼 수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회복은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복귀’가 아니라,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는 ‘변화’다.
▮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시 돌아오는 힘
책에 등장하는 여러 개념 중에서도 에릭 에릭슨의 발달이론은 질문의 방향 자체를 바꿔놓는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이 된다.”이 문장을 읽으며 나 역시 멈췄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이뤘는가?’로 나를 설명해 왔지,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가?’로 나를 바라본 적은 거의 없었다. 질문이 바뀌는 순간, 시선도 바뀐다.
ㆍ무엇을 잃었는가가 아니라,
ㆍ나는 지금 무엇을 붙잡고 있는가.
또 하나 오래 남는 문장이 있다. “자기조절을 잘하는 사람이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흔들린 뒤에도 다시 중심을 회복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 문장을 읽으며 깨닫는다. 나는 흔들리지 않으려 애써왔고, 그래서 오히려 더 쉽게 무너졌다는 것을. 심리학은 흔들림을 없애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흔들림 이후에 돌아오는 힘을 기르라고 말한다. 그것이 진짜 ‘버티는 힘’이다.


▮ 외상 후 성장, 모든 파도에 건배하기
항해의 끝에서 저자는 외상 후 성장(PTG)에 도달한다. 시련은 사라지지 않는다. 고통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그 고통은 더 이상 나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 계기가 된다.
저자는 자신의 흉터를 부끄러운 상처가 아니라, 치열하게 살아낸 ‘흔적’으로 다시 정의한다. 이 대목에서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우리는 파도를 없애며 살아갈 수는 없지만, 그 파도를 통과하며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을.
잘 살아낸 오늘이 모여 좋은 어른을 만들고, 세상과 좋은 작별을 할 내일이 된다.
그래서 이 책을 덮고 나면 하나의 질문만 남는다. 나는 지금, 이 하루를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가.
파도를 멈출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도망치는 대신, 그 파도에 건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단단한 선택이라는 것을.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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