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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이웃종교로 읽다
오강남 지음 / 현암사 / 2006년 4월
평점 :
이 책을 언제부터 읽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책이었다. 아주 오랜동안을 책꽂이에 꽂힌 채 그 앞을 수도없이 왔다갔다 하던 나를 바라보았을 저 책에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우선은 불교라는 종교에 대해 알고 싶었던 까닭이기도 하지만 이웃종교로 읽는다는 그 다음말에 왠지 마음이 동했던 처음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종교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 가장 먼저 나는 왜?라는 질문부터 하게 된다. 그 끝없는 물음표들을 어떻게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지? 도대체 왜 그래야만 하는거지? 하며 끝도 없이 나를 힘겹게 했었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너무도 많다싶을 정도로 그야말로 난무하는 교회의 모습이 보인다. 하늘로 아니 천당으로 가기 위한 길이 너무 많은 것이다. 하기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지옥이라 생각한다면 그 정도의 교회만으로는 천당가기 너무 힘들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적 교회 한번 안가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성가대 생활도 오래 했을 뿐 아니라 학생시절에는 학생부 임원을 할 정도로 정말 열심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왜 기독교인이 되지 못했을까?
종교라는 의미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그러면서도 왜 저렇게 형식적이어야 하는지, 왜 저토록 문자주의 혹은 율법주의라는 것에 얽매여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보이지 않는 마음들이 안타깝기만 했다. 마음도 없이 그저 '믿음'이라는 글자 앞에서 벌벌 기다시피하는 그들의 모습이 나는 싫었다. 내가 가진 것, 내가 인정한 것만이 옳다고 떠들어대는 그들이 모습이 나는 싫었다. 종교라는 것은 마음으로부터 시작되어져 종내는 나의 마음을 편하게 안정시켜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너무도 많이 했었다. 또하나의 구속으로 존재하는 종교를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던 거다. 또하나의 구속이라는 말이 잘못된 것일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구속이란 의미로밖에는 보여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종교, 과연 그것이 무엇이건데 이토록 나를 힘겹게 하는가!
큰 맘 먹고 책장을 펼쳤다. 모태신앙이었던 기독교인이 왜 불교에 관한 책을 써야 했는지, 왜 불교에 관한 공부를 해야 했는지, 그리고 자신이 기독교와 불교에 관한 공부를 하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우리가 생각해야 할 종교관은 이런 모습을 해야 한다는 작가의 노력과 자부심이 가득하여 나도 함께 묻어가기에 너무 좋았다. 불교의 역사적인 배경이나 동양의 불교, 서양의 불교 그리고 각 나라마다의 불교에 관하여 들려주시던 말들이 너무 편하게 다가왔다. 불교를 아는 것은 더 이상 불교 신자들만의 의무가 아니라는 말, 하나의 종교를 알기 위해서는 다른 종교와의 비교를 통한 분석과 이해가 필수라는 말('하나의 종교를 아는 사람은 아무 종교도 모른다!' ), 많은 불교 서적이 출간되고 있지만 불교 이론을 설명하는 책의 대부분이 주로 불교 지도자들이 쓰고 있어 어려운 불교 용어와 사상을 쉽게 풀지 않고 그대로 쓰는 것이 대부분이라 일반적인 (바로 나와같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 특히 그리스도교와 불교를 넘나들면서 예로 들어주는 여러가지 해설은 평소 내가 했던 의문점에 대한 마침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경험하고 생각했었던 것들이 모두 이 안에 들어있었다.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두가지를 서로 어울려가며 같은 맥락으로써 읽을 줄 알았던 작가의 그 커다란 마음씀씀이에 나는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있는데 하물며 우리의 마음을 다스리는 커다란 일을 함에 있어서 외골수적인 생각을 하면 안된다는 가르침앞에서는 정말 숙연해지기도 했다. 그래, 바로 그거야!
오래 된 연못
개구리 뛰어든다
물소리 퐁당
- 일본의 가장 유명한 하이쿠 시인 바쇼의 작품(269쪽)
이름에 무엇이 있는가?
우리가 장미라고 하는 그것은 다른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향기는 마찬가지
- 셰익스피어
저 두가지의 글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점은 아마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게는 아무 꾸밈없는 그 처음의 세계라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속에서 모든 것을 찾으려고 하는 마음, 우리가 한번 건너뛴 시선으로 바라볼 때 그곳의 진리는 이미 사라져버리고 없다는 느낌이었다. 어느샌가 내 손에는 볼펜이 들려져 있다. 그리고 아주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과 같은 마음이 되어 있었다. 공감하며 읽어갈 수 있는 그 시간이 너무 편하고 좋았던 까닭이다. 그야말로 글자만 읽는 책읽기가 아니라 공감대를 형성해가며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넓혀가고 싶은 욕심이었을 게다. 오로지 불교라는 종교의 배경과 특징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종교인이 되기 위해서 혹은 진정한 종교를 받아들이는 마음자세를 배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가장 많이 고개를 끄덕거렸고 우리도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하게 염원했던 부분은 바로 동야의 불교가 서양으로 넘어가서 자리를 잡게 되는 대목이었던 것 같다. 정말 너무도 욕심이 나는 대목이었다. 우리는 왜 저렇게 될 수 없는 것일까? 간단하게 요약해 보자면 이렇다.
하나, 기복적이거나 의례 중심에서 참선 혹은 명상 중심으로
둘, 스님 중심에서 재가 불자 중심으로
셋, 남녀 차별에서 남녀 평등으로
넷, 수직적 권위주의에서 수평적 대등관계로 (지도자와 불자의 위계적 차별도 적다)
다섯,가족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각자 개인의 종교를 인정해야 한다)
여섯, 종파주의에서 연합주의로
일곱, 종교적 고립에서 종교간 대화로
여덟, 사회 고립에서 사회 참여로
책의 307쪽에 나와있는 이 여덟가지는 서양 불교의 특징과 동향에 관한 이야기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단순히 서양불교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종교적인 입장을 대변하여 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하고.. 베트남의 유명한 틱낫한 스님께서 수행중에 옆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만 이렇게 수행을 해야 하는가 하여 참여불교를 말씀하셨다는 말을 보면서 참으로 놀라웠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지금 우리의 세상속을 떠돌고 있는 모든 종교는 변해야 하며 또한 변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일전에 TV를 통해 보여지던 광고가 생각난다. 성탄절에 스님들이 교회를 찾아가 함께 기뻐하고 석탄일에 모든 사람들이 함께 기뻐해주던 그 광고... 얼마나 멋진 일인가 말이다.
개인적으로 산을 너무 좋아하다보니 산에 오를 때마다 수학공식처럼 따라다니는 산사에 머무를 때가 많았다. 잿빛 가사를 걸치고 하얀 고무신을 신은 스님들의 그 조용한 움직임, 지붕 한 귀퉁이에 매달려 바람이 불 때마다 아주 맑은 소리로 내게 다가오던 풍경의 속삭임이 너무 좋았다. 종교적인 생각과는 상관없이 그 산사가 안고 있던 느낌만으로도 나는 충분했다. 어느날 문득 불교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서점을 찾았지만 그 딱딱함으로 다가오던 문자들이 내게는 너무 생소했다. 몇권을 책을 들춰보고 읽어보고 하기를 반복하다가 끝내는 빈손으로 나오기 일쑤였다. 왜지? 이래가지고 대중적인 종교라고 할 수가 있겠나? 참 바보같은 질문이었겠지만 왠지 내 가슴 한켠에 남아 나를 느끼고 있는 산사의 이미지와 불교라는 종교를 같이 묶어버렸던 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다가 어느 틈엔가 대웅전의 불상앞에서 절을 올리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사실 어떻게 절을 해야하는지도 몰랐고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저 옆의 아주머니가 하시는 모양대로 따라했을 뿐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가슴 한쪽에 바람이라도 들어온 양 그렇게 시렸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던 것 같다. 인연이었을까? 그 뒤로도 나는 산사를 자주 찾는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도 불교인이라는 말을 감히 하지 못한다. 종교적인 면에서보다는 모든 형식을 떠나서 그저 나를 한번 더 돌이켜 생각할 수 있는 그 시간을 허락해주는 공간이 너무 좋았고 조용하게 주변을 위해 마음을 모아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니 그저 좋을 뿐이다. 이런 내가 어찌 종교의 유무를 따질 수 있겠는가 말이다. 나에게는 정말 크나큰 도움이 되었던 책이었다. 메모를 시작하며 읽었는데 어느새 몇장의 메모가 생겼다. 책속에는 작가가 추천해주기도 했고 참고했다던 책들이 참 많다. 서점에 갈 기회가 있다면 메모를 들고 가 한번 더 찾아볼 요량이다. 그러고보니 어느샌가 인터넷 서점에 익숙해져버린 내 모습이 보인다. 발품파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종교인이라면 꼭 한번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니 굳이 종교를 갖지 않아도 좋다. 읽어본다면 참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