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컨스피러시 -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한 대 테러 전쟁
에이드리언 다게 지음, 정탄 옮김 / 끌림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면서 불현듯 일전의 신문기사가 생각났다. 우리나라의 종교단체에서 봉사라는 목적으로 아랍권을 찾았다가 납치되어던 사건말이다. 꽤나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하여 협상을 시도했다던 기사.. 그 기사로 인하여 세계각국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던... 테러라는 말 자체를 실감하기에 나는 너무 멀리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부르짖는 것과 또한 느닷없이 건물속에 쳐박힌 비행기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9.11테러에 관한 것들도 어떻게 저럴수가 있는지 그저 놀라울 뿐. 가만히 생각해보면 테러라는 것 또한 하나의 종교전쟁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책속에서 만나지는 테러의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면 어김없이 종교가 등장하는 까닭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일국의 그것도 세계의 중심에 있다고 하는 큰 나라의 대통령조차도 자신의 종교관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 나는 또다시 생각하게 된다. 도대체 무조건적인 믿음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고.

컨스피러시conspiracy... 찾아보면 공모共謨라고 나온다.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뜻을 모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책제목 자체가 하나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어보기도 한다. 베이징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는 상황, 그리고 그 베이징을 향한 여러 사람의 공동모의가 이 책의 가장 큰 줄기인 까닭이다. 가장 냉철하면서도 비열한 그 공모의 밑바닥엔 저마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저의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이익이 생기는 일이라면 적과의 동침조차도 마다하지 않는 실리주의 원칙일까? 실상적으로 베이징에 관한 이야기는 별로 없다. 그 베이징을 향한 시선들을 따라가면서 이야기는 전개되어지고 있다.  베이징은 사실상 표적물로써의 이미지일 뿐이지 상황전개속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좀 더 알기쉽게 표현하자면 알라신을 내세운 이슬람과 전능하신 하나님을 내세운 기독교가 맞붙고 있는 것이다. 제각각 저들의 신이 더 잘났다고 떠들어대고 있는것과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거기에 한가닥 더 붙여보자면 소수민족 국가들의 권리주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덩치 큰 나라들에게 비이커안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달궈지는 소수민족 국가들이 이제는 그 뜨거워지는 것을 참을 수 없다고 튀어오르기 시작했다는 거다.

책속의 설정이 가슴 떨리게 두려운 까닭은 생화학테러라는 점일 것이다. 바이러스라는 무시무시한 무기가 우리가 숨쉬는 공기속에서 우리를 공격한다고 생각해보라.  지은이는 자신이 테러리스트라고 가정하고 이 소설을 썼다고 했지만 첩보 부대에서 근무하고 베트남전에도 참전했었던 지은이의 이력을 살펴본다면 그리 과장된 설정만은 아닌 것 같아 내심 놀랍기도 했다.  인물들이야 허구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흘러가는 전개과정은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듯이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정말 지독한 힘이예요. 종교말입니다. 논리보다 믿음에 바탕을 둔다는 것. 그게 바로 종교의 문제죠." "우리는 늘 자신보다 더 나은 존재를 믿고 싶어하죠. 그게 바로 인간인가 봐요. 그리스와 로마를 봐요. 전쟁을 대변하는 신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폴로,헤르메스,제우스."(285쪽)... 지은이가 현재 호주 국립대학 아랍 이슬람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라는 이력을 보고나서야 테러전의 밑바탕에 종교적의식이 깔려 있는 까닭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아니 굳이 그런 지은이의 이력을 들이대지 않는다해도 이미 오래전부터 종교를 앞세운 전쟁은 끝도 없는 게 사실일게다. 신의 이름을 앞세우며 서로가 서로를 향해 전쟁을 선포한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이세상 모두가 저만이 옳타고 외쳐대고 있는 것과 다름없음이다. 지은이의 말처럼 세상이 잔인한 광기로 울부짖고 있다는 말에 조금은 공감한다.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당신은 결코 이 책을 손에서 놓을수 없을 것이다...라는 말이 책의 뒷표지에 써 있었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도 나는 책의 초입부에서부터 이 책을 손에서 놓고 싶었다.  이제 막 소설쓰기를 배우는 학생이 원리원칙대로 배열해가며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는 게 나의 첫느낌이었던 까닭이다. 그만큼 더디다는 말도 되겠지만 사실 넘겨지지 않는 책장과의 싸움은 힘겨웠다. 4장의 Chapter로 이어지고 있었지만 첫장 최종해결로 가는 길은 너무 길었지 않았나 싶다. 테러전의 긴박한 숨결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었다면 테러전으로 가기전에 이미 지쳐 쓰러질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테러전의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발판이었다고 변명할 수 있을까?  지루하기까지 한 종교적 심리전이었다. 1차공격을 하고나서 그들이 외쳐대던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 나, 그에 대응하며 끝도 없이 요한계시록을 들먹이며 아마겟돈을 외쳐대던 상대편의 의식에는 정말 짜증스럽기까지 했다. 한편의 시나리오를 미리 읽어버린 듯한 이 느낌을 지을수가 없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떠오르는 장면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이미 우리의 기억속에 산재되어져 있는 뻔한 장면들이란 생각이 들어 나의 기대감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적으로 다가오던 테러전의 실체에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은 이미 우리가 그런 세상속에서 살고 있다는 말일게다. 테러... 단지 언어적인 의미로써 내게 보여지던 테러라는 말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 준 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이비생각


"마지막으로, 그들의 종교만이 구원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 원리주의자들에게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대체 어떤 신이 10억의 기독교인들과 10억의 이슬람교도들, 40억이 넘는 다른 종교와 신념을 가진 사람들을 창조해놓고 그중 한 그룹에게만 지도를 준단 말입니까. 대체 어떤 신이 자신의 피조물 중에서 극히 일부만 구하고 나머지는 유황 지옥속에서 불타게 한단 말입니까. 대체 어떤 신이 자신의 위대함을 무고한 여성들과 아이들을 무수히 죽이는 것으로 보여준단 말입니까. 그런 신이라면 저는 숭배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들의 신이 잔혹한 폭력을 승인했다고 믿는 사람들은 원전을 제대로 읽지 않은 것입니다. 다양한 언어로 쓰여 있는 원전을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다른 문화와 신념을 가진 분들에게 도와달라고 호소할 것입니다. 타협은 약한 것이 아니라 지혜로운 것입니다." (-43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