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아의 복수 -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가 경고하는 인류 최악의 위기와 그 처방전
제임스 러브록 지음, 이한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 가이아라는 이름을 보았을 때 거짓말처럼 나는 지구를 생각했었다. 신화속의 여인 가이아가 누구인가? 바로 대지의 여신이다. 우리모두를 품어 주었던 대지의 여신.. 이 책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가이아 이론이란 것이 지구 전체가 동물이 체온과 화학적 균형을 조절하는 것처럼 내부 환경을 조절하는 하나의 생물로서의 기능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쉽게 말한다면 살아가기 위해 자기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으며 지금까지그렇게 해왔던 존재라는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생명이 살아갈 수 있도록 스스로 치유해가며 살아가는 하나의 존재.. 그런데 그 가이아가 지금 병들어 신음하고 있다고 한다. 늙고 병들어서 이제는 우리가 먼저 가이아를 생각해야 할 때가 왔다고 저자는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더이상은 품을 수 없을정도로 많아진 인구수와 그 인구들이 먹고 살기 위해 혹은 자신의 편안한 일상을 위해  저지르는 모든 일들이 가이아를 힘들게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처럼 두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고도 말하고 있다. 파괴능력과 문명건설 능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에너지를 오용하고 인구 과잉 상태로 만든것이 바로 인간이라고...  우리가 생활하는 일상속에서의 모든 움직임이 이산화탄소를 잉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올시다라는 대답밖에는 할 수가 없으니 지구라는 이름을 가진 가이아에게 그저 미안할 뿐이다.

매스컴이나 언론을 통해 흔히 들어왔던 지구온난화라든가 환경문제 따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이아를 살아있는 존재로써 인식하는 것이 먼저라는 말은 놀라웠다.  삶의 풍요로움을 위하여 '자연'이라고 불리워지는 모든 것들을 파괴하는 우리에게 최소한의 '시골'을 잃어버려서는 안되는거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음이다. 사실 나는 이 책속에 나와있는 열역학이니 양의 되먹임이니 음의 되먹임이니 하는 말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어려운 말들은 차치하고라도 내게 들려왔던 것들은 이랬다. 가이아가 복수를 하기 이전에 기후변화에 맞설 방어체제를 구축해야 하며 재생에너지를 얻기 위해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는 그런 것들.. 그리고 더이상은 '자연'을 파괴하여 지구에게 이중으로 타격을 가해서는 안되는거라는... 그많은 재생에너지들을 논하면서 저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핵에너지를 선택했을 때의 장점에 대해 끝까지 열변을 토한다. 유기농이니 풍력에너지니 하는 말들은 겉만 번지르르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 시설들을 마련하기 위해 파괴되어지는 자연을 염려하면서 말이다. 체르노빌 사태와 같은 상황을 예로 들어주면서도 핵에 관한 우리의 선입견이나 편견이 조속히 없어지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어차피 저 많은 인구들을 모두 먹여 살릴 수 있는 유기농식품이 아니라면 유기농식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더 많은 농경지를 만드는 것도 중단해야하며 지구 온난화를 막아주는 숲을 파괴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도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는 휴대폰과 컴퓨터에게 후한 점수를 준 저자의 변론에는 그렇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움직여야만 했다면 그것으로 인한 오염도가 훨씬 더 심해졌을거라는 말에 살풋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의 생활 자체가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자기 조절 능력에 의해 한번쯤은 뒤집어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게 될 시기가 가까워오고 있다는 말에도 나는 공감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래도 인간이라는 종은 끝까지 살아남을 거라는 말은 빼놓지 않았다. 그만큼 강하다는 말일까? 아니 어쩌면 그토록이나 이기적인 존재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억지일까?   언젠가 너무도 놀라운 마음으로 보았던《마이크로 코스모스》라는 다큐영화에서처럼 인간도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한갖 미물임에 불과할텐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일전에 보았던 《투모로우》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기후학자인 어느 박사가 지구의 기온 하락에 관한 연구발표를 하게 되고 급격한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빙하가 녹아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결국 해류의 흐름이 변하게 된다는.. 지구 전체가 서서히 빙하로 뒤덮이는 재앙을 보여주었던 영화.. 도시 전체를 거대한 얼음덩어리로 만들어가며 밀려들어오던 바닷물의 공포를 보면서 어쩌면 정말 저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그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 섬뜩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믿지 않았었다. 이 책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도 지금 우리 모두가 가이아의  늙고 병듬을 믿어야만 한다고, 그래야만 살길이 보일 거라고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영화속에서처럼 이 책의 저자도 해수면에 맞닿아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재앙이 닥쳐올지도 모른다고 예견한다. 언제였는지 일본이 가라앉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던 기억도 난다. 눈 앞에 시련이 닥쳐와야만 그것을 알 수 있다면 그때는 이미 늦어버린 거라는 저자의 말이 왠지 무서워지기도 한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 세대가 아니라 다음 세대가 그런 재앙을 맞이할 것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전문적인 해설을 따라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1 장에서 늙고 병든 지구의 현재상태를 설명해주는 것으로 시작하여 가이아가 무엇을 말하는 것이지, 그리고 그동안 가이아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가이아의 생활사라는 구분으로 이해를 도와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 실제적으로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 의미들을 이해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저자가 예로 들어주었던 21세기에 관한 예측이라거나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에너지원에 관한 이야기들은 환경론이나 지구라는 의미에 대해 언어적인 의미로밖에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나에게조차 왠지 조바심을 느끼게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앞으로 동식물과 많은 미생물들이 더이상은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가이아는 뜨거워질 것이고 최종적으로는 철저한 파국이 찾아올 것이라는 작자의 의도를 알아채기까지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저 끔찍한 책의 제목처럼 가이아의 복수가 시작되어진건 아닐까?  더이상은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 세계속의 이슈들이 모두 기후조건에서부터 왔다는 것을 부정할수는 없을 것 같다.  지구의 여기저기를 휩쓸고 다니는 커다란 홍수의 물결을 봐도 그렇고, 폭설에 의한 재앙소식도 우리를 두렵게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진이나 토네이도와 같은 회오리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의 처참한 모습들을 매스미디어를 통해 볼 때 전해져오던 그 전율들은 그저 그냥 생겨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속에서 은근히 비추어내던 지구의 예견된 앞날이 바로 저런 모습은 아닐런지... 무언가로 한대 맞은듯한 기분이다. /아이비생각

가이아도 그렇다. 자기 삶의 처음 오랜 세월 동안 세균만 있었고, 중년 막바지에야 최초의 다양한 동물상과 후생동물이 출현했다. 80년대에 들어서야 행성에 최초의 지적동물이 등장했다. 우리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든 간에, 가이아가 아직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을 때 우주에서 행성 전체의 모습을 보게 함으로써 우리는 가이아의 노년을 흡족하게 한 것이 분명하다. 불행히도 우리는 정신분열증 경향을 보이는 종이다. 그렇기에 파괴적인 성향이 점점 늘어나는 십대 무리와 한 집을 쓰는 할머니처럼 가이아는 점점 화가 나고 있으며, 그들의 행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들을 내쫓을 것이다. (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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