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석을 따라 서울을 거닐다 - 광복 이후 근대적 도시에서 현대적 대도시로 급변하는 서울의 풍경 표석 시리즈 3
전국역사지도사모임 지음 / 유씨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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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표석을 따라 한성을 거닐다>, <표석을 따라 경성을 거닐다>의 시리즈물이다. 굳이 따지고 본다면 한성이 곧 경성이고, 경성이 곧 서울이다. 그러니 같은 지역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구석구석 발품을 판 셈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같은 주제를 다룰 수 있는 자신감은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이 든다. 소제목에서 보이듯 광복 이후 근대적 도시에서 현대적 대도시로 급변하는 서울의 풍경을 담고 있다. <표석을 따라 제국에서 민국으로 걷다>도 있다고 하는데 어떨런지는 잘 모르겠다. 스토리텔링을 원하는 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표석만으로, 표석에 써있는 안내문만으로 그 현장을 짐작해본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까닭이다. 답사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남겨진 터를 찾아다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역사를 남겨진 터를 통해 상상할 수 있다는 건 경이롭기까지 하다. 집에서 감옥살이와 같은 생활을 한지도 벌써 2년이 지나고 있다. 답답함을 달래기 위해 슬쩍 가까운 곳으로 바람이나 쐬러 가보자고 나설 때도 있지만 코로나라는 녀석이 길목에 버티고 서 있으니 맘대로 쏘다닐수도 없는 일이다. 서울만큼 많은 이야기를 가진 곳도 없다. 그 많은 이야기를 책을 통해 듣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隔世之感이나 桑田碧海라는 말이 제대로 어울리는 곳이 바로 한양이자 서울일 것이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청계천의 변화도 그렇고, 논과 밭뿐이던 영동이 서울의 중심이라는 강남으로 자리잡은 것도 그렇고, 구로공단이 가산디지털단지로 바뀌며 그 형태를 변환한 것도 그렇고 옛날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요즘은 레트로 스타일이 유행이라고 한다. 다시말해 복고주의를 지향한다는 말이다. 힘겨운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옛날의 체제나 전통등을 그리워할 뿐이지 진심으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닐 것이다. 딱 하나, 서로에게 믿음이 있었고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것만 빼면 그렇게 막무가내로 돌아가고 싶어할 만큼 아름다웠다고는 말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 시절의 영등포는 정말 대단했었다. 영동이라는 말이 곧 영등포의 동쪽이라는 뜻이었으니 영등포의 크기와 무게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구로구, 금천구, 관악구가 영등포에서 분할되어진 구역이다. 학창시절에 친구들과 영등포역 시계탑 밑에서 만나자던 약속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의 영등포는 그 시절의 영등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책에서 보여주고 있지만 아파트 옆에서 소를 몰며 밭을 가는 농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 당시 강남 개발의 시작이었다. 이 책은 강남을 개발해야만 했던 시대의 흐름과 정권의 속내도 살짝 들춰내고 있다. '졸부'나 '복부인'과 같은 말들이 그 때 생겨난 것이다. 아울러 그 시대 '공순이'라고 불리우며 수출의 역군으로 자리매김했던 소녀들이 살던 구로동과 가리봉동 가옥의 형태를 소개한다. 정말 어려운 시절이었다. 청계천 복개공사로 인하여 삼일고가가 없어졌고 그로인해 생겨난 것이 평화시장이었다. 하지만 평화시장도 그 옛날의 평화시장은 아니다. 그야말로 隔世之感이나 桑田碧海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으로 탈바꿈되어버린지 오래다. 평화시장 한쪽에 자리잡고 있던 헌책방 거리는 지금도 그리운 곳 중의 하나다. 서울은 이제 바야흐로 세계적인 도시로써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파주 헤일리 '근현대사박물관'과 동인천 '수도국산박물관'은 개인적으로 마음을 빼앗긴 박물관이다. 그 곳에 가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느끼게 된다. 모든 것이 정말 빠르게 변해버렸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서울의 옛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또다시 느끼게 된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것을.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닌데 왜 이리도 오래된 듯한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금천구에 수출의 역군 '공순이'들이 살던 그 '벌집'을 전시해놓은 곳이 있다고 한다. 청계천 끝자락에 복개공사 이전 청계천 자락에 살던 사람들의 집을 전시해 놓은 곳이 있다고 한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한번 가봐야지 다짐해 본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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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말을 할 수 있다면 - 의학 전문 저널리스트의 유쾌하고 흥미로운 인간 탐구 보고서
제임스 햄블린 지음, 허윤정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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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인간의 의미를 변화시키는 가운데 우리는 충분히 주의하고 숙고해 기술을 채택하고 있는가?"

바꿔 말하면 이렇다. "기술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이해하려고 하는가?"(-141쪽)

인체 내부를 찍은 사진들은 진단을 내리기 위한 퍼즐 조각들이다. 의사가 CT(또는 엑스레이나 MRI) 사진을 살펴볼 때 어떤 질병이 진행돼 환자를 괴롭히는지 완전히 확실하게 말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170쪽)

병원에서 환자가 너무 아파서 음식을 입으로 먹지 못하거나 환자에게 위장관도 사용하지 못할 때 최선의 방법은 (종합 영양 수액이라고 알려진) 영양 혼합물을 정맥에 직접 주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세심한 고려와 감시가 아무리 엄격하게 이루어진다 해도 환자의 간 기능이 멈추고 장내 세균이 소멸할 때까지 몇 달 동안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227쪽)

만일 나더러 우리가 피하고 조심해야 할 것에 대한 보편적 권고를 꼽아보라고 하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자만심이다. 둘째는 귀가 얇은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다 알지는 못한다는 게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차이에 대한 오해가 모든 식이요법 유행의 중심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246쪽)


이런 주제의 책을 읽으면 시선보다 생각이 앞서 나간다. 그렇다면 혹시 이런 것도? 라는 생각과 함께 어쩌면 그럴 것이다,라는 예측을 먼저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제목에서 이미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예시하고 있었던 까닭이다. 책의 제목처럼 우리 몸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아마도 귀를 닫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귀가 얇은 까닭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건강보조 식품을 많이 챙겨먹는 까닭이다. 목차를 보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신체의 표면인 겉모습에서부터 감각 작용을 통한 인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먹기, 수분 보충을 위한 마시기, 성에 관한 궁금증, 죽음에 관한 우리의 생각등 총6장의 주제로 나누어 각각의 질문을 소제목으로 선택했다. 마치 초등학생이 질문한 것처럼 느껴져서 피식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그 질문들이 우리의 허를 찌르고 있기 때문에 웃음기를 바로 거둬들일 수 밖에 없게 된다. 실례로 2장의 질문을 살펴보면 이렇다. 면역력을 ‘증진’할 수 있나요?, 카페인이 수명을 늘려주나요?, 당근을 충분히 먹으면 안경을 완전히 벗을 수 있을까요?, 잠은 실제로 몇 시간 자야 할까요?, 자기 전에 휴대전화를 보면 정말 안 되나요? 처럼 평소에 우리가 한번쯤은 들어봤거나 의심스러웠을 법한 질문들이 대부분이다. 3장과 4장에서 대답하고 있는 질문들도 역시 마찬가지다. 밤늦게 왜 나쁜 음식이 당길까요?, 종합비타민을 먹어도 괜찮을까요?, 달걀이 오트밀보다 건강에 좋을까요?, 프로바이오틱스는 효과가 있나요?, 하루에 물을 여덟 잔씩 마셔야 하나요?, 스포츠 음료나 탄산수를 마시면 일반 물을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인가요? 여기에서 단 한가지만이라도 피해갈 수 있는 질문이 있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단언컨대 없을 것이다. 질문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우리의 지식은 얇고 그에 따라 귀 또한 얇은 것도 사실이다. 오죽하면 건강염려증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125쪽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면역계라는 것은 사실 우리 몸 활동의 전체를 말한다. 면역계의 '과잉'활동이 염증질환을 만들어냈다. 우리의 신경세포계는 많은 신경세포로 연결되어 있는데 뇌의 훈련된 학습으로 인하여 시냅스의 가지치기 단계에 혼란이 온다. 다시 말해 면역계가 증진된다는 것은 과도한 스냅스의 가지치기가 발생하고 그 현상이 바로 조현병이나 알츠하이머와 같다는 것이다. 그러니 면역력증진이란 말을 내세우며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많은 기업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는 얘기다. 면역계는 음료의 형태로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면역력은 어린시절부터 왜 될수록 다양한 삶의 형태로 살아가야 하는가를 말해준다. 훈련되어 학습되어진다는 것 자체가 바로 우리 삶의 형태와 연관되어지는 까닭이다. '통찰력을 키우는 게 사실을 외우는 것보다 중요하다' 는 말이 프롤로그에서 보인다.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앓고 있는 병은 본래 사회적 질병이자 생활 습관병이 많다. 비만이나 당뇨, 심장사와 같은 유전적 요인이 30%쯤이며 60%는 사회적 환경이나 환경의 영향이 행동에 좌우된다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결국 의료계가 할 수 있는 일은 10%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런 일들은 왜 일어나는 걸까? 여기서 다시 거론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기업의 이윤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명제다. 현대사회는 자유를 내세우는 자본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건강보조 식품'의 효과를 그다지 믿지 않는다. 수많은 광고를 통해 우리에게 들어오는 나쁜 질병들에 관해서도 굳이 그들의 말에 좌우되는 삶을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우리의 식단이 서구화되면서부터 '건강보조 식품'이라는 말이 세상에 떠돌기 시작했다. 바꿔말하면 우리가 서구화 식단으로 가지 않았다면 굳이 필요없는 것들이란 말이 되지 않을까? 오래전에 읽었던 책 <만들어진 전통>을 떠올린다. 우리가 굳건히 믿어 의심치 않았던 많은 전통이 사실은 일부에 의해 전통처럼 여겨지도록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알고 크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지금 수많은 광고를 통해 우리를 현혹하는 보조식품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선진국, 즉 자국에서는 판매행위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들이 많다. 햄버거나 코카콜라 역시 자국에서는 비만과 성인병의 원인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들이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으로 건너가 자리를 잡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당근을 많이 먹는다고 눈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2차세계대전 중 영국의 왕립공군은 자국의 조종사들이 당근을 많이 먹어서 야간시력이 뛰어나다고 소문을 퍼뜨렸고 당시 비타민에 집착하던 많은 대중이 그것을 믿었다는 것이다. 근거없는 소문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 현대사회에 부유물처럼 떠다니고 있는 것이다. 베타카로틴이 남아돌게 되면 오히려 눈과 피부가 노래질수가 있다. 유아의 경우 비타민A를 너무 많이 먹이면 머릿속 압력이 증가한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기전에 휴대전화를 보면 정말 안되나요? 대답은 YES. 만약 건강을 잃고 싶다면 자기전에 휴대전화를 열심히 들여다보면 된다. 또한 잠이 부족한 사람은 음주운전자와 똑같다는 말이 눈길을 끈다. 사람에게 적정 수면 시간은 여러모로 취합해 보았을 때 7시간으로 나왔다고 한다. 불면증으로 수면제에 의존하는 사람으로써 여간 염려스러운 게 아니다.


종합비타민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인식에 대해 꼬집고 있으며 빵이란 이름으로 불리우며 우리의 건강에 심각성을 초래하고 있는 글루텐에 대한 문제점도 말해준다. 글루텐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는 빵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 종이 번성하고 퍼지면서 빵은 세계적인 주식이 됐다. 하지만 글루텐 자체보다 그것이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새로운 관계 그리고 그 관계의 존속기반인 돈과 심리가 훨씬 흥미롭다. 글루텐은 제과 제빵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도 정체성과 회복력, 토대를 형성하게 됐다.(-229쪽) 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글루텐이 '자기면역 질환'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글루텐이 없는 것이 곧 건강한 것은 아니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자연식이 답일까? 아니 그렇지도 않다. 무엇이 되었든 하나만으로 완벽함을 취할 수 없는 까닭이다. 달걀이 오트밀보다 건강에 좋을까? 이건 어느쪽에서 연구비를 댔는지가 중요하다. 프로바이오틱스는 효과가 있을까? 과연 포장지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미생물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보면 된다. 하루에 물을 여덟 잔씩 마셔야 할까? 물섭취 권장량이란 것은 없다. 스포츠음료가 우리 몸에서 오히려 수분을 빼낼 수 있다는 말은 수분 보충을 위해 음료수를 마셔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콜라겐은 우리 몸 어디에나 있는 단백질이다.(-403쪽)... 사실 새로운 주제를 다룬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주제는 자주 언급되었으면 좋겠다.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누군가가 이 사회에 꼭 필요한 까닭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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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이후의 삶 - 지속가능한 삶과 환경을 위한 '대안적 소비'에 관하여
케이트 소퍼 지음, 안종희 옮김 / 한문화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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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TV를 보다가 '수륙양용차'에 대해 말하는 걸 들었다. 길이 막혀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배를 띄워 수상교통수단과 병행하겠다는 말이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덜컹했다. 가만히 놔둬도 오염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우리는 또다른 한강의 기적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번에는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어두운 한강의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문제에는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을 파악하여 근본적인 것부터 해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내노라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근원적인 문제해결보다 당장 그것을 덮어두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런 행태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니 또 시작이군, 하면서 혀를 차게 된다. 모든 것을 서울에만 치중시키는 각종 행정편의적인 행태부터 뜯어고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적절하게 나누어 행정을 본다면 지방도 살고 주택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일이다. 겉모습만 그럴싸한 도시보다는 살아 숨쉬는, 그야말로 사람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는 도시가 서울이라면 정말 좋겠다.


이 책은 지속가능한 삶과 환경을 위한 '대안적 소비'에 관하여 말하고 있다. 시장중심의 산업주의와 소비주의의 늪에 빠진 현대인들은 좀 더 빠르게, 좀 더 편리하게만을 외치며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사람들이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닐 것이다. 이익에 눈이 먼 선진국이나 거대기업이 그 시장의 중심에 있는 까닭이다. 소비문화 측면에서 우리가 소비하는 대상은 어느 때보다 더 다양하며 많고 화려하다.(-39쪽) 모든 것이 너무나도 흔한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물질적 부의 생산은 삶의 풍요한 목적으로 간주할 필요도 없고, 간주해서도 안된다.(-23쪽) '위장 친환경'이라는 말이 눈길을 끈다. 얼마전 뉴스를 통해 알게 된 '보온병'의 가면은 아마도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었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되었기를 바란다. 적게는 서너개에서 많게는 열댓개까지 소유하고 있다는 보온병이나 텀블러는 하나를 15년 정도를 써야만 친환경 제품이 된다는 그 기사는 정말 놀라웠다. 더불어 친환경이라는 말을 붙이면서 끝도 없이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내는 기업의 잘못된 행태를 지적했었지만 문제는 그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었다. 소비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즐거움에 대해 진정한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것이 진정으로 필요해서라기보다 새로 나왔다거나 혹은 어떤 이슈와 접목시켜 특별하다고 부각시키는 기업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소비자의 마음이 문제라면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물론 소비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많아지고 흔해진 세상에서 과연 내가 지금 취하고자하는 즐거움이 얼만큼의 무게와 크기를 갖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하는 말이다. 진정으로 지구환경과 기후변화를 염려한다면 이제는 과도한 소비를 멈출 때다.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인 소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과도한 소비는 경제대국과 거대기업만을 배부르게 할 뿐이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건강을 걱정해주는 척, 우리의 패션을 책임져 주는 척, 우리의 만족감을 채워주기 위해 그렇다고 말하면서 소비패턴을 빠르게 바꿔 나가는 건 기업이다. 왜냐하면 소비를 부추킬수록 자신들에게 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노동자의 값싼 노동력과 환경파괴라는 무서운 과정을 숨기고 있다. 그것이 드러날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자본가가 주도하는 과학기술과 산업화의 관점에서 제시된 진보 개념을 아무런 이의 제기없이 더 이상 그대로 둘 수는 없다. 또한 지속 불가능한 환경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에게 좋은 삶의 모델로 간주되어서도 안된다. 이제는 덜 기술 중심적이고 덜 성장 지향적인 조직이 더 발전된 복지 기준과 복지 제공 방법을 제사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45쪽) "결론적으로 우리의 문명을 지구가 감당할 수 있게 하려면 부유한 국가들부터 먼저 경제 성장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58쪽) 낙관주의자들은 "기술이 환경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143쪽) 이 모든 말에 백퍼센트 공감한다. '대안적 쾌락주의'라는 말은 덜 쫓기고, 덜 탐욕적인 생활 방식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말하고 있다. 사회의 기준에서 바라보는 좋은 삶은 어떤 것인가. 과연 그런 모든 조건을 충족한 사람들은 만족감에 뿌듯해할까? 그렇다면 그 만족감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어질까? 만약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될지는 분명하다. 아마 상상도 하기 싫을 것이다. 쓰레기 수거장에 가보면 한번도 입지 않은 옷이나 봉지도 뜯지 않은 식품가공류들이 셀 수 없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그런 주제를 다룬 다큐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것들은 여전히 쌓이고 쌓여 불태워지거나 매립된다. 그것은 곧 환경파괴와 기후변화의 주 원인으로 자리잡는다. 문득 코로나로 중국의 공장들이 멈추었을 때 우리가 볼 수 있었던 파란 하늘이 떠오른다. 그렇게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우리는 조만간 마스크를 일상화하는 생활에 익숙해져야 할 운명이었다. 멍때리기 대회를 일부러 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가 얼마나 사회적인 기준에 쫓기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인종차별주의자, 성차별주의자 또는 노골적인 비민주적 태도와 행동에 대해 비판하듯이, 낭비와 오염을 유발하는 방식의 개인적 소비를 비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238쪽), 던 저자의 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최악의 환경 남용을 바로잡고, 고삐 풀린 지구온난화를 통제하고, 착취와 불평등(각 국가와 세계적 차원 모두에서)을 제대로 해결하려면 더 부유한 사회는 덜 팽창적이고 더 재생 가능한 물질적 생활방식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것은 부유한 국가들이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질 (식품, 가전제품, 가구, 의류, 장난감, 스포츠 및 여가 용품등)을 공급하는데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즉 소비재 물품을 덜 혁신하거나 계속 바꾸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가로 그들은 더 많은 여가시간과 문화와 오락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재생 가능한 물질문화는 화려한 상품을 더 적게 공급하겠지만 상품의 내구성은 더 증가되고 구조적인 노후화는 감소시켜 폐기물을 줄이는 혜택을 누릴 것이다.(-12쪽) 그렇게만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5일제 근무를 하고, 주4일제 근무를 한다고해서 사람들에게 여가시간과 문화와 오락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인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가 당면한 모든 문제는 근원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탄소중립을 선언한다는 말을 들으면서 선진국들의 뻔뻔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말은 자신들이 싸놓은 똥을 개발도상국에게 치우라고 명령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소비자인 우리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 한 환경파괴와 기온변화는 점점 빨라질 뿐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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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로 떠나는 문양여행 - 궁궐 건축에 숨겨진 전통 문양의 미학 인문여행 시리즈 17
이향우 지음 / 인문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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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양을 주제로 한 책을 오랜만에 보는 듯 하다. 책을 펼쳐보면서 내심 쾌재의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궁을 찾아가게 되면 전체적인 풍경이나 전각의 형상 위주로 보게 된다. 또한 그 전각의 역할에 대해 공부하게 된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답사여행이 문화의 한 흐름처럼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아마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흥준 前문화재청장의 역할이 컸을 것이다. 사실 그 책의 시리즈를 보면서 우리문화유산에 대한 의미를 다시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는 건 인정해야만 한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하게 만들어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제대로 마음먹고 보지 않는 한 문양을 통해 한국의 미학을 느낀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각각의 문양이 철저히 유교적인 조선의 문화를 품고 있는 까닭이다. 유교적인 문화라는 게 상당히 관념적인 말로 다가올 때가 많다. 단순히 우리에게 남겨진 몇가지의 풍습과 전통이라는 틀만으로 유교를 말하고 이해한다는 게 어려운 까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5대궁궐 중 한 곳도 가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울러 각각의 전각에 대한 설명을 하라고 한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이 웃으며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한 때 편액의 글씨와 주련에 빠져 전각의 윗쪽만 보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좋지 않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했던 문양들이 늘 안타까웠는데 이 책을 통해 미처 보지 못했던 문양들을 이미지로나마 보게 되니 반갑고 기쁘다. 전통문양이라고는 하지만 주로 동물문이나 식물문, 문자문을 많이 볼 수 있다. 거기에 색으로 아름다움을 꾸며내는 단청까지 더하면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儉而不陋華而不侈검이불루화이불치'라는 말처럼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문양의 종류나 단청의 종류까지 모두 외워가며 살펴보기는 어렵겠지만 자주 볼 수 있는 문양에 담긴 의미를 안다면 답사에서의 즐거움이 배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대체적으로 보면 동물문에 벽사의 의미를 담았고, 식물문을 통해 자손의 번영을 담았으며, 문자문을 통해 장수와 그 가정에 기쁨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이 책에서 많은 예로 들어주는 문양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경복궁 자경전의 꽃담이나 십장생굴뚝, 교태전의 뒷뜰에 자리한 아미산의 굴뚝일 듯 하다. 갈 기회가 있다면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혹은 저마다 다른 목적으로 궁궐이나 유적지를 방문한다.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안고 있는 곳이라면 아무래도 한번 더 보게 될 것이다. 현대인의 시점에 맞춰 만들어진 스토리텔링보다는 당시에 그곳에서 살았을 사람들의 생활을 한번 더 그려볼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그 순간 머리속에는 드라마의 장면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이 책을 통해 미처 보지 못했던 다양한 문양들을 보게 되어 너무 좋았다. 마침 다시 복원되었다는 향원정을 보고 싶었는데 시간을 내서라도 이 책속에서 소개해준 문양들의 목록을 적어 꼼꼼하게 한번 더 봐야지 다짐하게 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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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선물하는 따뜻한 밥상 - 혼밥족, 1인 가구를 위한 건강 레시피
방영아 지음 / 아이리치코리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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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에서 밝혔듯이 혼밥족, 1인 가구를 위한 건강 레시피가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책소개글을 살펴보면 '건강과 미용, 품격과 실용을 겸비한 혼밥 비법서' 라는 말이 보인다.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작금의 시대에서 꼭 필요한 주제가 아닌가 싶어 눈길이 가기도 했지만 요리에 그다지 자신이 없는 사람이다보니 이 책을 보면서 뭔가 배울 수 있을거란 생각이 먼저였다. 사실 요리에는 자신이 없다. 그러니 반찬이라고 해봐야 맨날 먹는 게 그게 그거다. 기본반찬 서너 가지에 찌게나 국종류만 바뀔 뿐이다. 물론 계절에 맞는 반찬도 어지간하면 챙긴다. 건강을 지켜주면서도 품격과 실용을 겸비했다고 하니 기대감이 높았다. 식단 구성법, 기본양념, 식재료 보관법, 맛내기 비법등이 이 책속에 담겨 있다. 30년 가까이 주부로 살면서 한번도 해 먹어보지 못한 요리도 많았다. 한식에만 치우치지 않고 가볍게 해 먹을 수 있는 일식과 양식도 함께 어울어져 있다. 제때에 밥을 챙겨먹는다는 것도 어려운 바쁜 생활속에서 이렇게 우아하게 한끼를 먹을 수 있다는 건 분명 멋진 일이다. 혼자 살면서도 끼니를 제대로 챙겨먹을 수 있는 여유가 모두에게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리에 자신이 없는 까닭에 백종원의 레시피를 자주 들여다보는 편이다. 그가 하는 요리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가 하는 요리가 보통의 밥상에 올라가는 것들이 많은 까닭이다. 게다가 마치 식탁에 앉아있는 주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보고 있는 것처럼 레시피를 만들어주니 편하게 다가온다. 계량컵이니 계량스푼이니 하는 말보다 아빠 밥숟갈로 하나, 종이컵 반만큼의 분량이라는 식의 말이 가깝게 느껴진다는 말이다. 우리집 냉장고를 들여다본 것처럼 냉장고속에 있던 재료들을 모두 끌어내 하나의 요리로 뚝딱 변신시켜주는 마술도 은근 재미있어서 곧잘 따라하게 된다. 어떤 음식이 되었든 냉장고를 채워놓기 보다는 그때그때 조금씩 해먹는 게 낫다. 어떤 음식이든 즐겁고 맛있게 잘 먹으면 그게 다 몸에 좋은 것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책속에 소개된 요리를 해 먹으면 그야말로 선물같은 느낌이 들 듯 하다.


책속에 나와 있는 요리의 종류를 크게 ①몸을 맑고 가볍게 만드는 디톡스 혼밥, ②지친 나에게 선물하는 에너지 혼밥, ③친구와 함께 먹는 일품 초대요리, ④냉장고 속 흔한 재료 & 간편 식재료로 만드는 스피디 혼밥, ⑤두고 먹기 좋은 저장식과 활용 요리, ⑥매일 먹어도 맛있는 혼밥 반찬 으로 나누어주니 보기에도 편하다. 그 중에서도 혼밥 반찬에 시선이 갔다. 오랜만에 들깨즙 무나물도 한번 해 먹어봐야지, 좋아하는 꼬막 채소비빔밥도 꼭 먹어야지, 한다. 감자탕을 이리 간편하게 해 먹을수도 있겠구나 싶어 목록에 적어 놓는다. 콩조림이나 견과류를 넣은 멸치볶음, 우엉이나 연근조림, 진미채볶음, 메추리알조림, 오이짠지무침등은 기본 반찬으로 쟁여두면 괜찮은 것들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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