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석을 따라 서울을 거닐다 - 광복 이후 근대적 도시에서 현대적 대도시로 급변하는 서울의 풍경 표석 시리즈 3
전국역사지도사모임 지음 / 유씨북스 / 2021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표석을 따라 한성을 거닐다>, <표석을 따라 경성을 거닐다>의 시리즈물이다. 굳이 따지고 본다면 한성이 곧 경성이고, 경성이 곧 서울이다. 그러니 같은 지역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구석구석 발품을 판 셈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같은 주제를 다룰 수 있는 자신감은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이 든다. 소제목에서 보이듯 광복 이후 근대적 도시에서 현대적 대도시로 급변하는 서울의 풍경을 담고 있다. <표석을 따라 제국에서 민국으로 걷다>도 있다고 하는데 어떨런지는 잘 모르겠다. 스토리텔링을 원하는 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표석만으로, 표석에 써있는 안내문만으로 그 현장을 짐작해본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까닭이다. 답사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남겨진 터를 찾아다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역사를 남겨진 터를 통해 상상할 수 있다는 건 경이롭기까지 하다. 집에서 감옥살이와 같은 생활을 한지도 벌써 2년이 지나고 있다. 답답함을 달래기 위해 슬쩍 가까운 곳으로 바람이나 쐬러 가보자고 나설 때도 있지만 코로나라는 녀석이 길목에 버티고 서 있으니 맘대로 쏘다닐수도 없는 일이다. 서울만큼 많은 이야기를 가진 곳도 없다. 그 많은 이야기를 책을 통해 듣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隔世之感이나 桑田碧海라는 말이 제대로 어울리는 곳이 바로 한양이자 서울일 것이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청계천의 변화도 그렇고, 논과 밭뿐이던 영동이 서울의 중심이라는 강남으로 자리잡은 것도 그렇고, 구로공단이 가산디지털단지로 바뀌며 그 형태를 변환한 것도 그렇고 옛날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요즘은 레트로 스타일이 유행이라고 한다. 다시말해 복고주의를 지향한다는 말이다. 힘겨운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옛날의 체제나 전통등을 그리워할 뿐이지 진심으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닐 것이다. 딱 하나, 서로에게 믿음이 있었고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것만 빼면 그렇게 막무가내로 돌아가고 싶어할 만큼 아름다웠다고는 말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 시절의 영등포는 정말 대단했었다. 영동이라는 말이 곧 영등포의 동쪽이라는 뜻이었으니 영등포의 크기와 무게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구로구, 금천구, 관악구가 영등포에서 분할되어진 구역이다. 학창시절에 친구들과 영등포역 시계탑 밑에서 만나자던 약속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의 영등포는 그 시절의 영등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책에서 보여주고 있지만 아파트 옆에서 소를 몰며 밭을 가는 농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 당시 강남 개발의 시작이었다. 이 책은 강남을 개발해야만 했던 시대의 흐름과 정권의 속내도 살짝 들춰내고 있다. '졸부'나 '복부인'과 같은 말들이 그 때 생겨난 것이다. 아울러 그 시대 '공순이'라고 불리우며 수출의 역군으로 자리매김했던 소녀들이 살던 구로동과 가리봉동 가옥의 형태를 소개한다. 정말 어려운 시절이었다. 청계천 복개공사로 인하여 삼일고가가 없어졌고 그로인해 생겨난 것이 평화시장이었다. 하지만 평화시장도 그 옛날의 평화시장은 아니다. 그야말로 隔世之感이나 桑田碧海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으로 탈바꿈되어버린지 오래다. 평화시장 한쪽에 자리잡고 있던 헌책방 거리는 지금도 그리운 곳 중의 하나다. 서울은 이제 바야흐로 세계적인 도시로써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파주 헤일리 '근현대사박물관'과 동인천 '수도국산박물관'은 개인적으로 마음을 빼앗긴 박물관이다. 그 곳에 가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느끼게 된다. 모든 것이 정말 빠르게 변해버렸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서울의 옛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또다시 느끼게 된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것을.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닌데 왜 이리도 오래된 듯한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금천구에 수출의 역군 '공순이'들이 살던 그 '벌집'을 전시해놓은 곳이 있다고 한다. 청계천 끝자락에 복개공사 이전 청계천 자락에 살던 사람들의 집을 전시해 놓은 곳이 있다고 한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한번 가봐야지 다짐해 본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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