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로 떠나는 문양여행 - 궁궐 건축에 숨겨진 전통 문양의 미학 인문여행 시리즈 17
이향우 지음 / 인문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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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양을 주제로 한 책을 오랜만에 보는 듯 하다. 책을 펼쳐보면서 내심 쾌재의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궁을 찾아가게 되면 전체적인 풍경이나 전각의 형상 위주로 보게 된다. 또한 그 전각의 역할에 대해 공부하게 된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답사여행이 문화의 한 흐름처럼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아마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흥준 前문화재청장의 역할이 컸을 것이다. 사실 그 책의 시리즈를 보면서 우리문화유산에 대한 의미를 다시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는 건 인정해야만 한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하게 만들어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제대로 마음먹고 보지 않는 한 문양을 통해 한국의 미학을 느낀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각각의 문양이 철저히 유교적인 조선의 문화를 품고 있는 까닭이다. 유교적인 문화라는 게 상당히 관념적인 말로 다가올 때가 많다. 단순히 우리에게 남겨진 몇가지의 풍습과 전통이라는 틀만으로 유교를 말하고 이해한다는 게 어려운 까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5대궁궐 중 한 곳도 가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울러 각각의 전각에 대한 설명을 하라고 한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이 웃으며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한 때 편액의 글씨와 주련에 빠져 전각의 윗쪽만 보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좋지 않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했던 문양들이 늘 안타까웠는데 이 책을 통해 미처 보지 못했던 문양들을 이미지로나마 보게 되니 반갑고 기쁘다. 전통문양이라고는 하지만 주로 동물문이나 식물문, 문자문을 많이 볼 수 있다. 거기에 색으로 아름다움을 꾸며내는 단청까지 더하면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儉而不陋華而不侈검이불루화이불치'라는 말처럼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문양의 종류나 단청의 종류까지 모두 외워가며 살펴보기는 어렵겠지만 자주 볼 수 있는 문양에 담긴 의미를 안다면 답사에서의 즐거움이 배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대체적으로 보면 동물문에 벽사의 의미를 담았고, 식물문을 통해 자손의 번영을 담았으며, 문자문을 통해 장수와 그 가정에 기쁨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이 책에서 많은 예로 들어주는 문양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경복궁 자경전의 꽃담이나 십장생굴뚝, 교태전의 뒷뜰에 자리한 아미산의 굴뚝일 듯 하다. 갈 기회가 있다면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혹은 저마다 다른 목적으로 궁궐이나 유적지를 방문한다.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안고 있는 곳이라면 아무래도 한번 더 보게 될 것이다. 현대인의 시점에 맞춰 만들어진 스토리텔링보다는 당시에 그곳에서 살았을 사람들의 생활을 한번 더 그려볼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그 순간 머리속에는 드라마의 장면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이 책을 통해 미처 보지 못했던 다양한 문양들을 보게 되어 너무 좋았다. 마침 다시 복원되었다는 향원정을 보고 싶었는데 시간을 내서라도 이 책속에서 소개해준 문양들의 목록을 적어 꼼꼼하게 한번 더 봐야지 다짐하게 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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