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이 말을 할 수 있다면 - 의학 전문 저널리스트의 유쾌하고 흥미로운 인간 탐구 보고서
제임스 햄블린 지음, 허윤정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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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인간의 의미를 변화시키는 가운데 우리는 충분히 주의하고 숙고해 기술을 채택하고 있는가?"

바꿔 말하면 이렇다. "기술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이해하려고 하는가?"(-141쪽)

인체 내부를 찍은 사진들은 진단을 내리기 위한 퍼즐 조각들이다. 의사가 CT(또는 엑스레이나 MRI) 사진을 살펴볼 때 어떤 질병이 진행돼 환자를 괴롭히는지 완전히 확실하게 말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170쪽)

병원에서 환자가 너무 아파서 음식을 입으로 먹지 못하거나 환자에게 위장관도 사용하지 못할 때 최선의 방법은 (종합 영양 수액이라고 알려진) 영양 혼합물을 정맥에 직접 주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세심한 고려와 감시가 아무리 엄격하게 이루어진다 해도 환자의 간 기능이 멈추고 장내 세균이 소멸할 때까지 몇 달 동안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227쪽)

만일 나더러 우리가 피하고 조심해야 할 것에 대한 보편적 권고를 꼽아보라고 하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자만심이다. 둘째는 귀가 얇은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다 알지는 못한다는 게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차이에 대한 오해가 모든 식이요법 유행의 중심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246쪽)


이런 주제의 책을 읽으면 시선보다 생각이 앞서 나간다. 그렇다면 혹시 이런 것도? 라는 생각과 함께 어쩌면 그럴 것이다,라는 예측을 먼저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제목에서 이미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예시하고 있었던 까닭이다. 책의 제목처럼 우리 몸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아마도 귀를 닫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귀가 얇은 까닭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건강보조 식품을 많이 챙겨먹는 까닭이다. 목차를 보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신체의 표면인 겉모습에서부터 감각 작용을 통한 인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먹기, 수분 보충을 위한 마시기, 성에 관한 궁금증, 죽음에 관한 우리의 생각등 총6장의 주제로 나누어 각각의 질문을 소제목으로 선택했다. 마치 초등학생이 질문한 것처럼 느껴져서 피식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그 질문들이 우리의 허를 찌르고 있기 때문에 웃음기를 바로 거둬들일 수 밖에 없게 된다. 실례로 2장의 질문을 살펴보면 이렇다. 면역력을 ‘증진’할 수 있나요?, 카페인이 수명을 늘려주나요?, 당근을 충분히 먹으면 안경을 완전히 벗을 수 있을까요?, 잠은 실제로 몇 시간 자야 할까요?, 자기 전에 휴대전화를 보면 정말 안 되나요? 처럼 평소에 우리가 한번쯤은 들어봤거나 의심스러웠을 법한 질문들이 대부분이다. 3장과 4장에서 대답하고 있는 질문들도 역시 마찬가지다. 밤늦게 왜 나쁜 음식이 당길까요?, 종합비타민을 먹어도 괜찮을까요?, 달걀이 오트밀보다 건강에 좋을까요?, 프로바이오틱스는 효과가 있나요?, 하루에 물을 여덟 잔씩 마셔야 하나요?, 스포츠 음료나 탄산수를 마시면 일반 물을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인가요? 여기에서 단 한가지만이라도 피해갈 수 있는 질문이 있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단언컨대 없을 것이다. 질문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우리의 지식은 얇고 그에 따라 귀 또한 얇은 것도 사실이다. 오죽하면 건강염려증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125쪽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면역계라는 것은 사실 우리 몸 활동의 전체를 말한다. 면역계의 '과잉'활동이 염증질환을 만들어냈다. 우리의 신경세포계는 많은 신경세포로 연결되어 있는데 뇌의 훈련된 학습으로 인하여 시냅스의 가지치기 단계에 혼란이 온다. 다시 말해 면역계가 증진된다는 것은 과도한 스냅스의 가지치기가 발생하고 그 현상이 바로 조현병이나 알츠하이머와 같다는 것이다. 그러니 면역력증진이란 말을 내세우며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많은 기업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는 얘기다. 면역계는 음료의 형태로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면역력은 어린시절부터 왜 될수록 다양한 삶의 형태로 살아가야 하는가를 말해준다. 훈련되어 학습되어진다는 것 자체가 바로 우리 삶의 형태와 연관되어지는 까닭이다. '통찰력을 키우는 게 사실을 외우는 것보다 중요하다' 는 말이 프롤로그에서 보인다.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앓고 있는 병은 본래 사회적 질병이자 생활 습관병이 많다. 비만이나 당뇨, 심장사와 같은 유전적 요인이 30%쯤이며 60%는 사회적 환경이나 환경의 영향이 행동에 좌우된다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결국 의료계가 할 수 있는 일은 10%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런 일들은 왜 일어나는 걸까? 여기서 다시 거론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기업의 이윤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명제다. 현대사회는 자유를 내세우는 자본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건강보조 식품'의 효과를 그다지 믿지 않는다. 수많은 광고를 통해 우리에게 들어오는 나쁜 질병들에 관해서도 굳이 그들의 말에 좌우되는 삶을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우리의 식단이 서구화되면서부터 '건강보조 식품'이라는 말이 세상에 떠돌기 시작했다. 바꿔말하면 우리가 서구화 식단으로 가지 않았다면 굳이 필요없는 것들이란 말이 되지 않을까? 오래전에 읽었던 책 <만들어진 전통>을 떠올린다. 우리가 굳건히 믿어 의심치 않았던 많은 전통이 사실은 일부에 의해 전통처럼 여겨지도록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알고 크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지금 수많은 광고를 통해 우리를 현혹하는 보조식품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선진국, 즉 자국에서는 판매행위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들이 많다. 햄버거나 코카콜라 역시 자국에서는 비만과 성인병의 원인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들이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으로 건너가 자리를 잡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당근을 많이 먹는다고 눈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2차세계대전 중 영국의 왕립공군은 자국의 조종사들이 당근을 많이 먹어서 야간시력이 뛰어나다고 소문을 퍼뜨렸고 당시 비타민에 집착하던 많은 대중이 그것을 믿었다는 것이다. 근거없는 소문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 현대사회에 부유물처럼 떠다니고 있는 것이다. 베타카로틴이 남아돌게 되면 오히려 눈과 피부가 노래질수가 있다. 유아의 경우 비타민A를 너무 많이 먹이면 머릿속 압력이 증가한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기전에 휴대전화를 보면 정말 안되나요? 대답은 YES. 만약 건강을 잃고 싶다면 자기전에 휴대전화를 열심히 들여다보면 된다. 또한 잠이 부족한 사람은 음주운전자와 똑같다는 말이 눈길을 끈다. 사람에게 적정 수면 시간은 여러모로 취합해 보았을 때 7시간으로 나왔다고 한다. 불면증으로 수면제에 의존하는 사람으로써 여간 염려스러운 게 아니다.


종합비타민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인식에 대해 꼬집고 있으며 빵이란 이름으로 불리우며 우리의 건강에 심각성을 초래하고 있는 글루텐에 대한 문제점도 말해준다. 글루텐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는 빵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 종이 번성하고 퍼지면서 빵은 세계적인 주식이 됐다. 하지만 글루텐 자체보다 그것이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새로운 관계 그리고 그 관계의 존속기반인 돈과 심리가 훨씬 흥미롭다. 글루텐은 제과 제빵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도 정체성과 회복력, 토대를 형성하게 됐다.(-229쪽) 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글루텐이 '자기면역 질환'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글루텐이 없는 것이 곧 건강한 것은 아니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자연식이 답일까? 아니 그렇지도 않다. 무엇이 되었든 하나만으로 완벽함을 취할 수 없는 까닭이다. 달걀이 오트밀보다 건강에 좋을까? 이건 어느쪽에서 연구비를 댔는지가 중요하다. 프로바이오틱스는 효과가 있을까? 과연 포장지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미생물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보면 된다. 하루에 물을 여덟 잔씩 마셔야 할까? 물섭취 권장량이란 것은 없다. 스포츠음료가 우리 몸에서 오히려 수분을 빼낼 수 있다는 말은 수분 보충을 위해 음료수를 마셔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콜라겐은 우리 몸 어디에나 있는 단백질이다.(-403쪽)... 사실 새로운 주제를 다룬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주제는 자주 언급되었으면 좋겠다.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누군가가 이 사회에 꼭 필요한 까닭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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