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만드는 사람 - 개정보급판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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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연히 병원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보기 시작한 잡지에서 남미 최남단 파타고니아에서 양을 치며 살아가는 늙은 목동의 사진을 보게 된다. 독일 기자인 폴커 한트로이크가 기고한 기사였다. 그 기사를 읽고 무언가에 홀린 듯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파타고니아에서 전설로 내려오는 바람을 만드는 사람 '웨나'를 열두 살 때부터 죽는 순간까지 찾아다녔다는 네레오 코르소의 이야기는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상당히 관념적인 소설이겠거니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지만 네레오 코르소의 여정을 따라가는 동안 알 수 없는 설렘을 느끼기도 했다. '웨나'가 단순히 전설속의 인물이 아닐수도 있겠다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뭘까, 이 알 수 없는 전율은.


어린 소년은 도박과 술에 찌든 아버지에 의해 목동으로 팔려갔다. 고원의 외진 오두막에서 맞이하던 첫날 밤 세상의 모든 것을 뿌리뽑을 기세로 달려들던 바람이 무서워 몇날 며칠을 울었다. 그러다 늙은 가우초를 만나 바람을 만드는 '웨나' 이야기를 듣게 되고, 목동으로써의 삶에 적응하며 '웨나'의 흔적을 찾아 협곡을 누빈다. 파타고니아라는 곳은 어떤 곳일까? 궁금했다. 탐험가 마젤란이 원주민의 발자국을 보고 '커다란 발'이란 뜻으로 붙인 이름이라는데 원주민어로는 '황량한 해안'이라는 뜻이란 말도 있다고 하니 이름만으로도 그 곳이 어떤 곳인지 어림 짐작하게 된다. 아르헨티나와 칠레를 모두 품은 곳으로 파타고니아 안데스와 파타고니아 대지로 나눈다. 대부분 화성암과 변성암으로 이루어져 있고 해안에 낭떠러지가 솟아 있는 곳이 많다. 경작에 적합하지 못한 지역이 많아 목축, 특히 양이나 소를 방목하는 곳이 압도적으로 많다. 최근에 석유개발이 시작되면서 파타고니아 지역 개발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당연히 목동인 가우초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가우초는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중심으로 한 초원지대 팜파스의 주민이나 목동을 일컫는 말이다. 목동은 철저하게 혼자인 삶을 살았다. 서로 떨어진 각자의 오두막에서 그가 탈 말과 양치기개들이 전부였다. 때가 되면 먹을 것과 필요한 것을 가지고 오는 몇몇의 사람이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에스파냐인과 인디언의 혼혈로 19세기 중반까지 번성했다는 말도 보인다. 왜 이렇게까지 파타고니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것일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책을 읽는 내내 미리 찾아본 파타고니아에 대한 정보는 이 소설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소설의 주인공 네레오 코르소의 삶이 이곳에서 시작되어 이곳에서 끝을 맺게 되는 까닭이다. 또한 그가 떠났던 남미의 모든 여정속에 파타고니아라는 의미가 너무도 깊게 내재되어져 있음이다. 책을 읽고나니 네레오 코르소라는 가이드를 따라 파타고니아 고원지대를 여행한 기분이 들었다. 그 여행을 끝내기에 살짝 아쉬운 마음도 있고.


혼자만의 삶을 살아가는 가우초 이야기는 이채로웠다. 무언가를 찾아 떠난 여행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여행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행은 우리 영혼의 결핍을 채워주지 못한다. 수많은 사람이 삶의 의미를 여행에서 찾고자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삶에 대한 정의를 찾는다는 게 어렵다는 말일 터다. 무엇하나 부러울 것 없는 왕자로 태어난 싯다르타는 동서남북의 문을 통해 인간의 生老病死를 보았다. 그리고 그는 생각했다. 그런 것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를. 하루하루가 붕어빵을 찍어내듯 같은 패턴으로 살아진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은 권태롭다. 길들여진 것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여행을 떠나보지만 결국에는 다시 돌아와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 일상인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오늘 나의 하루는 특별하고 멋진 날이 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막 찍어낸 붕어빵처럼 따뜻하고 바삭한 날이 있는가 하면 온기를 잃은채 찌부러진 하루도 있다. 그 권태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혹은 자신을 돌아보기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한다거나 삶의 의미를 찾고 싶다고 가끔 우리는 여행을 떠나지만 그 여행끝에서 우리는 알게 된다. 그저 하루 하루를 충실하게 살면 되었던 거라고. 목동 네레오 코르소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것도 모든 것은 자신의 마음속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이 철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아이비생각


우리의 삶은 웅덩이와 같소. 우리의 모든 욕망이 뒤섞인 혼탁한 물로 가득 차 있는 웅덩이 말이오. 태양이 내리비치면 웅덩이를 가득 채운 물이 조금씩 증발하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에 이르면 흘수선에 도달하오. 이때 우리는 처음으로 한번도 보지 못하고 생각지도 못한 바닥을 떠올리게 된다오. 물이 가득 차 있을 때 절대 드러나지 않는 진실과 대면할 시간이 가까워진 것이오. 우리가 믿었던, 어쩔 수 없이 믿을 수 밖에 없는 것들의 진실이 드러날 시간이 다가온 것이오. 그러나 우린 그 바닥에 더러운 오물이 있을지, 어떤 고결한 것이 있을지 알지 못하오. 그걸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모든 물이 증발하고 바닥이 드러났을 때뿐이오. (~248쪽,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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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묵정밭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아이들 24
이성자 지음, 조명화 그림 / 책고래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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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왔을 때 건물 옆에 작은 텃밭이 있다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책속의 말처럼 그야말로 묵정밭이었던 거다. 한 해, 두 해... 사람들이 왜 그 공간에 쓰레기를 버리는지 알 수 없었지. 그래서 우리가 그 밭에 뭔가를 심기로 했다. 첫 해에는 꽃을 심기로 했다. 밭을 갈아 씨를 뿌렸다. 열심히 물을 주었더니 싹이 났다. 반가운 마음에 또 열심히 풀을 뽑아주었는데 결과가 허망했다. 간신히 올라오던 싹이 잡초보다 늦게 자라 결국 잡초를 위한 밭이 되어버렸던 거다. 새싹을 이겨낸 잡초들은 정말이지 놀라운 속도로 번식하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개망초가 날아와 자리를 잡더니 달개비도 몇송이 피워올라왔다. 이런! 아주 자연스럽게 꽃밭이 만들어지고 있었던 거다. 가장 구석진 곳에서 자라고 있던 주름잎꽃이나 광대나물꽃은 왜 그리도 예쁘던지... 신기하게도 서로의 자리를 침범하지 않았다. 우리도 거들기 시작했다. 돼지풀도 뽑아주고 쓸데없이 남의 자리를 탐하는 잡초는 모두 뽑아주면서. 물론 그 다음해 봄에는 채소로 바꿔 심어 채소가꾸는 맛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처럼 땅은 모두를 품어 안는다. 이 책속의 묵정밭처럼. 꽃과 벌과 나비와 무당벌레, 들쥐까지 흐뭇하고 따스하게 품어안던 묵정밭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이 책속에 담겨 있다. 진정 우리가 곁에 두어야 할 것은 빠름도 아니고 채우기도 아니다.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모든 것은 자연속에서 우러나온다. 인위적인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것들이 우리에게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애들처럼 무슨 그림책이야? 가끔 듣는 말이다. 그림책은 애들만 보는거야? 하고 되묻는 말에 모두 어이없다는 듯 웃고 말지만. 사실 그렇다. 그림책이나 동화책은 왜 애들만 보는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종종 마주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있다. 솔직하게 말해 애들이 보는 동화보다는 그다지 동화스럽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나마 그런 책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에 눈에 띄면 자주 들여다보는 편이다. 동화는 힐링이다. 어디에서 이렇게 맑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싶어서. 이기적이지 않고 원래의 제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동화라는 공간이 아닐까 싶어서. 바쁜 생활속에서 우리가 자주 외쳐대는 말들이 있다. '느림'의 철학이라거나 '내려놓기', '비우기' 등등... 그러나 말뿐인... 그렇다면 우리는 왜 저런 말들을 소리로만 외쳐대는 것일까? 아마도 그런 것들이 필요한 까닭이겠거니 한다. 느리게 가야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려놓아야 할 때를 지나치는 바람에 욕망의 늪에서 허덕이는 자신을 만날 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비워야 한다고 수도없이 말을 하면서도 끝내는 비워내지 못하는 자신을 바라볼 때, 그 때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육체의 힐링도 필요하겠지만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정신의 힐링, 마음의 힐링이 아닐까 싶다. 그런 때는 이렇게 얇고 작은 동화책 한권이 위안을 줄 때도 있다. 정말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가끔 서점에 들러 동화책을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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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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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두 남자를 주축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온 빅토르와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광고쟁이 후고가 그 주인공이다. 빅토르는 유명 미술품 거래인이다. 스톡홀름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갤러리에 취직하여 대표의 마음을 사로잡고 스무살이나 차이나는 그의 어린 딸 옌뉘가 성인이 될때까지 기다리는 치밀함까지 보인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대표의 딸과 결혼하여 갤러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옌뉘는 단 한푼의 위자료도 받지 못한 채 처녀의 몸으로 버림 받았다. 게다가 빅토르는 거리의 여자를 통해 얻게 된 자신의 아들 케빈마저도 사나운 동물이 우글거리는 케냐의 평원에 버리고 온다. 온갖 비열하고 치사한 방법으로 얻은 자신의 것을 나눠주기 싫어서.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는 천재적 광고쟁이의 재능을 타고난 후고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 만든 회사 이름이다. 인터넷을 통해 각국의 사람들이 요청한 복수를 대신 해주고 있다. 합법적임을 강조하며 시작했지만 합법적으로는 복수를 할 수 없다는 사실앞에서 잠시 주춤한 사이 그를 찾아 온 두사람이 있었으니 빅토르에게 버림받은 옌뉘와 케빈이다. 빅토르에게 복수를 해달라고 찾아왔다가 엉뚱하게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의 직원이 되어버린 옌뉘와 케빈. 이제 저들은 빅토르에게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주차때문에, 혹은 이웃의 소음때문에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오를 때 실제로 복수를 꿈꾸기도 했다. 비오는 날 물을 튕기며 지나가는 차 뒤에다대고 "가다가 빵꾸나라~", 개똥을 치우지 않고 그냥 가는 개주인을 보면서 "에라이~ 개똥에 미끄러져라~", 자전거도로를 전세낸 듯 비키라고 소리지르는 자전거 부대를 보면서 "가다가 넘어져라~" 등등 악담을 퍼부은 적도 많다. 진짜로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가 있다면 복수를 의뢰할 사람이 많지 않을까? 복수가 정말 달콤하다면. 하지만 제목만 보고 소소한 우리의 일상을 생각했다가는 크게 한방 얻어맞는다. (사실 그런 이야기를 생각했다. 대리만족이라도 하고싶어서) 우리가 일상속에서 꿈꾸는 복수는 정말이지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생각하면 그 많은 것을 어떻게 다 복수하면서 살아갈 수 있겠는가? 역으로 물을만큼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소소한 복수의 형태는 잠깐 보여질 뿐이다. 이야기는 곧 빅토르와 후고의 시점으로 좁혀진다. 그 와중에 케냐에서 건너 온 치유사 올레 음바티안과 남아프리카공화국 표현주의 화가 이르마 스턴의 유작 두 점이 등장한다. 케빈이 양아버지 올레에게서 도망쳤을 때 들고 왔던 그림 두 점이 진품으로 확인되면서 이야기가 꼬이기 시작한다. 이르마 스턴은 실존인물로 독일계 유대인 혈통의 화가였다. 세계를 여행하면서 아프리카와 아랍 여인들의 삶을 그렸다고 하는데 이 책속에 그녀의 실제 작품이 실려있다. 원시적인 느낌은 고갱과 비슷하지만 독특한 색채가 작품의 특징이라고 한다. 복수가 아니라 예술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이야기의 흐름이 다소 엉뚱한 듯 보여지긴 하지만 어느새인가 후고의 복수계획이 성공하길 바라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웃음의 포인트는 찾지 못했으나 몰입도는 좋았다는 말일 터다. 이웃과 갈등을 빚고 있는 친구의 복수 계획을 세워주다 이 책을 쓰게 됐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기자 출신 작가라는 말이 시선을 끈다. /아이비생각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의아했다. 코로나로 힘든 세상 유쾌하게 웃을 수 있다,는 책띠의 말에 공감할 수 없어서였다. 유머에도 북유럽식이 있고 아시아식이 있고 미국식이 있을까? 뭐, 틀린 말은 아니다. 각자의 문화가 다르다보니 웃음코드가 다를 수 있다.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어떤 사람은 웃고 어떤 사람은 웃지 않는 것처럼 어느 부분에 웃음이 담겨 있는지 서로 공감하지 못할 때도 있다는 말이다. 웃긴다기보다는 조금은 허황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요나스 요나손이란 작가의 이름이 낯설게 다가와 그의 작품을 찾아보았더니 눈에 익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란 책이 보인다. 오랜 기간 기자와 PD로 일하다가 뒤늦게 작가로 데뷔하면서 쓴 첫작품이라고 나온다. 요양원에 있던 100세 노인이 죽음을 기다리기보다 남은 생을 즐겨보자고 창문을 넘어 도망치면서 시작된다는 이 소설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책의 소개글에서 말하고 있듯이 급변하는 현대사의 주요 장면마다 끼어들어 역사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는 설정은 이 책속에서 보여지는 배경과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어진다. 조금은 황당하면서도 과장된 설정들이 어색하지않게 잘 맞아떨어지는 걸 보면.


이 책은 두 남자를 주축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온 빅토르와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광고쟁이 후고가 그 주인공이다. 빅토르는 유명 미술품 거래인이다. 스톡홀름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갤러리에 취직하여 대표의 마음을 사로잡고 스무살이나 차이나는 그의 어린 딸 옌뉘가 성인이 될때까지 기다리는 치밀함까지 보인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대표의 딸과 결혼하여 갤러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옌뉘는 단 한푼의 위자료도 받지 못한 채 처녀의 몸으로 버림 받았다. 게다가 빅토르는 거리의 여자를 통해 얻게 된 자신의 아들 케빈마저도 사나운 동물이 우글거리는 케냐의 평원에 버리고 온다. 온갖 비열하고 치사한 방법으로 얻은 자신의 것을 나눠주기 싫어서.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는 천재적 광고쟁이의 재능을 타고난 후고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 만든 회사 이름이다. 인터넷을 통해 각국의 사람들이 요청한 복수를 대신 해주고 있다. 합법적임을 강조하며 시작했지만 합법적으로는 복수를 할 수 없다는 사실앞에서 잠시 주춤한 사이 그를 찾아 온 두사람이 있었으니 빅토르에게 버림받은 옌뉘와 케빈이다. 빅토르에게 복수를 해달라고 찾아왔다가 엉뚱하게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의 직원이 되어버린 옌뉘와 케빈. 이제 저들은 빅토르에게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주차때문에, 혹은 이웃의 소음때문에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오를 때 실제로 복수를 꿈꾸기도 했다. 비오는 날 물을 튕기며 지나가는 차 뒤에다대고 "가다가 빵꾸나라~", 개똥을 치우지 않고 그냥 가는 개주인을 보면서 "에라이~ 개똥에 미끄러져라~", 자전거도로를 전세낸 듯 비키라고 소리지르는 자전거 부대를 보면서 "가다가 넘어져라~" 등등 악담을 퍼부은 적도 많다. 진짜로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가 있다면 복수를 의뢰할 사람이 많지 않을까? 복수가 정말 달콤하다면. 하지만 제목만 보고 소소한 우리의 일상을 생각했다가는 크게 한방 얻어맞는다. (사실 그런 이야기를 생각했다. 대리만족이라도 하고싶어서) 우리가 일상속에서 꿈꾸는 복수는 정말이지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생각하면 그 많은 것을 어떻게 다 복수하면서 살아갈 수 있겠는가? 역으로 물을만큼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소소한 복수의 형태는 잠깐 보여질 뿐이다. 이야기는 곧 빅토르와 후고의 시점으로 좁혀진다. 그 와중에 케냐에서 건너 온 치유사 올레 음바티안과 남아프리카공화국 표현주의 화가 이르마 스턴의 유작 두 점이 등장한다. 케빈이 양아버지 올레에게서 도망쳤을 때 들고 왔던 그림 두 점이 진품으로 확인되면서 이야기가 꼬이기 시작한다. 이르마 스턴은 실존인물로 독일계 유대인 혈통의 화가였다. 세계를 여행하면서 아프리카와 아랍 여인들의 삶을 그렸다고 하는데 이 책속에 그녀의 실제 작품이 실려있다. 원시적인 느낌은 고갱과 비슷하지만 독특한 색채가 작품의 특징이라고 한다. 복수가 아니라 예술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이야기의 흐름이 다소 엉뚱한 듯 보여지긴 하지만 어느새인가 후고의 복수계획이 성공하길 바라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웃음의 포인트는 찾지 못했으나 몰입도는 좋았다는 말일 터다. 이웃과 갈등을 빚고 있는 친구의 복수 계획을 세워주다 이 책을 쓰게 됐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기자 출신 작가라는 말이 시선을 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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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자의 일기
엘리 그리피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나무옆의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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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영국 남부 서식스 고등학교 탈가스 하이의 영어 교사. 40대 중반이며 큰 키에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다. 빅토리아시대의 고딕 소설 작가 홀랜드의 전기를 준비하고 있다. 마침 그녀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별관이 작가 홀랜드가 생전에 살았던 집이기도 하다. 그녀는 밤마다 일기를 쓴다. 일기라는 건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기도 하지만 때로 남에게 하지 못하거나 보여주지 못하는 어떤 감정상태를 담아놓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클레어의 일기가 이 소설의 주축이다. 조지아.. 클레어의 딸. 열다섯살이다. 문예창작반에서 공부를 하면서 추리소설에 빠져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 함께 살고 있지만 주말마다 재혼한 아버지의 집으로 간다. 여느 십대와 똑같은 삶을 살고 있지만 조지아에게는 타이라는 21살짜리 남자친구가 있다. 하빈더.. 강력계 형사다. 여성이지만 결단력이 있고 강한 면이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다. 모두 여자라는 점이 흥미롭기는 하다. 이 세명의 여자를 주축으로 이야기가 구성되어져 있다. 세 사람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날 클레어의 친구이자 동료인 엘라가 살해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지옥은 비었다'라는 문구가 쓰인 쪽지가 엘라의 시신 옆에서 발견된다. 클레어에 의해 그 다음말이 완성되어진다. '지옥은 비었다. 그리고 모든 악마는 여기에 있다.' 무슨 뜻이었을까? 모든 정황을 살펴본 하빈더는 클레어를 찾아와 이렇게 말한다. 범인은 항상 가까운 곳에 있다고. 자신의 지나간 일기를 훑어보던 클레어는 어느 순간 자신의 일기장에 쓰여진 낯선 필체를 보게 된다. 안녕, 클레어. 당신은 나를 모르죠.... 그로 인해 그녀의 지난 모든 일기장은 하빈더에 의해 압수된다. 그 와중에 학교의 동료이자 상관이기도 한 릭이 살해되고 사건은 더 커진다. 시신 옆에서 지난번과 같은 쪽지가 발견된다. 그리고 새로 산 그녀의 일기장에 또다시 보이던 낯선 필체. 이런 피조물들 중 하나는 이미 처리해버렸습니다.... 주변 인물들의 필체를 모두 추적해보았지만 같은 필체는 없다. 과연 이 사건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옮긴이의 말중에 고딕소설이란 말이 보여 찾아보았다. 고딕소설은 중세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공포와 신비감을 불러 일으키는 유럽 낭만주의 소설 양식의 하나로, 18C 후반~ 19C 초반까지 성행했다. 중세의 건축물이 주는 폐허스런 분위기에서 소설적 상상력을 이끌어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잔인하고 기괴한 이야기를 통해 신비감과 공포감을 유발하는데 중점을 준다는 말처럼 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딱 그런 느낌이다. 탈가스 하이의 별관이 중세적인 건축물로 왠지 으스스한 분위기를 담고 있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고딕소설에서 즐겨 다루었다는 유령이 이 소설에서도 등장한다. 옛날과 현재를 함께 평행선처럼 다루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그렇게 긴박한 상황이나 소름돋는 으스스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사건의 전개도 왠지 뜨뜻미지근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혹시나 했었던 의외의 인물이 범인이라는 점도, 후에 보여지는 범행동기도 이 소설의 끝맛을 개운치않게 만든다. 하긴 아주 사소한 감정이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이니... 흑요석이라는 돌을 이용한 흑마법이니 하얀 마녀니 하는 따위의 말들은 이 소설에서 너무 뻔한 역할을 맡은 듯 하다. 사건의 플롯들이 서로 얽히지 못하고 몰입도를 방해한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일까? 아니면 공포소설일까? 굳이 고딕소설이란 말을 해야만 했던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고딕소설이라는 말은 지금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거가 섬뜩하고 무시무시한 인간의 이상 심리상태를 다룬 소설유형에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된다는 말도 보여서 하는 말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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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호랑이 책 - 그 불편한 진실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2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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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한반도에는 얼마나 많은 호랑이가 살고 있었을까. 한 해에 1,500마리 정도가 죽었어도 그들의 생태계가 유지되었으니까 호랑이와 표범을 합치면 적어도 수천 마리는 되었을 것이다.(-55쪽)


책표지에서 '그 불편한 진실'이라는 말을 보면서 어느 정도는 짐작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거나 외면하고 싶어하던 역사의 오류를 짚어내겠구나 싶어서. 어쩌면 그래서 더 시선이 갔을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오류를 바로 잡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기에.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동물을 다루는 동물다큐는 볼 때마다 경이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듯 하여 즐겨보는 편이다. EBS 다큐프라임에서 <범의 땅>이라는 다큐를 방송한 적이 있었다. 옛날에는 이땅에 그토록이나 많았다던 한국호랑이를 다루고 있었다. '범'이라 함은 호랑이와 표범을 함께 아우르는 말이다. 이 책에서도 다루고 있지만 한반도는 지형적인 면을 보더라도 범이 살기에 적합한 땅이었다. 사자가 초원을 누빈다면 범은 숲을 누빈다. 그만큼 옛날의 한반도는 숲과 골이 깊었다. 그만큼 우거진 곳이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조선말까지도 남산의 호랑이를 잡아 달라는 민원이 있었겠는가 말이다. 어린 시절에 자주 듣던 말중에 '호환마마'라는 말이 있었다. 1963년에도 호랑이가 잡혔다고 하니 그들의 끈질긴 삶의 여정을 알 수가 있다. 호랑이는 자신들이 살던 땅을 인간에게 빼앗기고 먹을 것을 찾기 위해 할 수 없이 인간 가까이로 내려왔다. 그리고 죽어갔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조선 호랑이 멸종'에 관한 사실이다. 일제에 의해 조선의 호랑이가 모두 멸종되었다고 알고 있는 우리의 잘못된 시선을 지적하고 있음이다. 이미 조선시대부터 호랑이와의 전쟁은 시작되었으며 그 끝에 일제강점기가 있었을 뿐이라고. '그 불편한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어디 이것뿐일까마는 그래도 이렇게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말처럼 옛날과 같이 지금도 이 땅이 범의 땅이었다면 어땠을까 한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빨리빨리문화를 가진 우리 사회가 과연 그런 세상을 용납했을까 싶지만.


원래 이름은 범이었으나 일본이 조선을 합병하자마자 '범 호虎'자에다 '늑대 랑狼'을 결합시켜서 호랑이라고 부른 것이다.(-83쪽)

원래 표범은 그냥 '표'라고 불렀지만 범과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표+범=표범'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또는 '작은 범', '꽃범', '돈범'이라고도 불렸다.(-124쪽)

성황당은 원래 '산왕당'이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산왕' 즉 호랑이 신을 모시는 곳이다. '산황이시여, 우리 마을을 지켜주십시오!'하는 뜻이 들어 있는 말이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이 단어가 세월이 흐르면서 발음하기 쉽게 '사낭당' 또는 '사낭'이라고 바뀌고, 또 지역에 따라 '사'가 '서'로 발음되면서 '서낭당'이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176쪽)


떡 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 , 옛날 옛적 호랭이 담배먹던 시절에~ 라는 이야기처럼 호랑이에 관한 설화나 속담도 우리 주변에는 많다. 민화를 통해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그림중의 하나가 '작호도鵲虎圖'일 것이다. 용맹스럽게 그려진 범의 모습도 있지만 희화화되어진 범의 모습도 자주 보게 된다. 그만큼 범의 존재는 여러 의미로 우리에게 남아 있다. 사실 작호도는 중국에서 내려온 화풍이라 한다. 그 안에 그려진 그림도 호랑이가 아니라 원래는 표범이었다. 나무를 잘타는 표범이 자신의 알까지 먹어치우는 걸 본 까치가 표범을 향해 울부짖는 모습을 담았다고 하는데 그 그림속에 담긴 의미는 작고 힘없는 백성을 괴롭히던 탐욕 많은 벼슬아치들을 그린 것이라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 민속의 한 단면을 알게 되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수 있게 된다. 호랑이가 일본식 작명이었다는 것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으니... 일전에 <대호>라는 영화를 통해 멋지게 그려졌던 호랑이가 생각난다. 山君으로써 두려움과 존경의 대상이었던 마지막 한국호랑이...조선시대에는 호랑이 한마리를 잡으면 집 한채를 살 수 있는 돈을 벌었다고 하며 호랑이를 잡는 정예군인 '착호군'도 있었다. 마을의 원님까지도 착호군을 홀대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것뿐일까?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겪으면서 가장 앞장서서 적군을 향해 총을 쏘았던 이들도 착호군이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그만큼 호랑이는 작가의 말처럼 가죽은 남기지 못했으나 역사속에 길이 살아남았음을 알 수가 있다. 어린 아이도 아닌데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설레였다. 무척이나 흥미롭게 읽혔다는 말이다. 이승만 박사가 일본에 들렀을 때 당시 일본수상이 '한국엔 아직도 호랑이가 많습니까?' 하고 물었다는 일화가 있는 것만 봐도 이 땅에 얼마나 많은 호랑이가 살고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 많던 호랑이는 다 어디로 갔을까? 조선 호랑이의 표본이 일본에 남아있음은 아쉽다. 아니, 호랑이와 표범이 뛰어다니던 한반도를 상상할 수가 없다는 것이 더 아쉽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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