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자의 일기
엘리 그리피스 지음, 박현주 옮김 / 나무옆의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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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영국 남부 서식스 고등학교 탈가스 하이의 영어 교사. 40대 중반이며 큰 키에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다. 빅토리아시대의 고딕 소설 작가 홀랜드의 전기를 준비하고 있다. 마침 그녀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별관이 작가 홀랜드가 생전에 살았던 집이기도 하다. 그녀는 밤마다 일기를 쓴다. 일기라는 건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기도 하지만 때로 남에게 하지 못하거나 보여주지 못하는 어떤 감정상태를 담아놓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클레어의 일기가 이 소설의 주축이다. 조지아.. 클레어의 딸. 열다섯살이다. 문예창작반에서 공부를 하면서 추리소설에 빠져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 함께 살고 있지만 주말마다 재혼한 아버지의 집으로 간다. 여느 십대와 똑같은 삶을 살고 있지만 조지아에게는 타이라는 21살짜리 남자친구가 있다. 하빈더.. 강력계 형사다. 여성이지만 결단력이 있고 강한 면이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다. 모두 여자라는 점이 흥미롭기는 하다. 이 세명의 여자를 주축으로 이야기가 구성되어져 있다. 세 사람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날 클레어의 친구이자 동료인 엘라가 살해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지옥은 비었다'라는 문구가 쓰인 쪽지가 엘라의 시신 옆에서 발견된다. 클레어에 의해 그 다음말이 완성되어진다. '지옥은 비었다. 그리고 모든 악마는 여기에 있다.' 무슨 뜻이었을까? 모든 정황을 살펴본 하빈더는 클레어를 찾아와 이렇게 말한다. 범인은 항상 가까운 곳에 있다고. 자신의 지나간 일기를 훑어보던 클레어는 어느 순간 자신의 일기장에 쓰여진 낯선 필체를 보게 된다. 안녕, 클레어. 당신은 나를 모르죠.... 그로 인해 그녀의 지난 모든 일기장은 하빈더에 의해 압수된다. 그 와중에 학교의 동료이자 상관이기도 한 릭이 살해되고 사건은 더 커진다. 시신 옆에서 지난번과 같은 쪽지가 발견된다. 그리고 새로 산 그녀의 일기장에 또다시 보이던 낯선 필체. 이런 피조물들 중 하나는 이미 처리해버렸습니다.... 주변 인물들의 필체를 모두 추적해보았지만 같은 필체는 없다. 과연 이 사건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옮긴이의 말중에 고딕소설이란 말이 보여 찾아보았다. 고딕소설은 중세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공포와 신비감을 불러 일으키는 유럽 낭만주의 소설 양식의 하나로, 18C 후반~ 19C 초반까지 성행했다. 중세의 건축물이 주는 폐허스런 분위기에서 소설적 상상력을 이끌어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잔인하고 기괴한 이야기를 통해 신비감과 공포감을 유발하는데 중점을 준다는 말처럼 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딱 그런 느낌이다. 탈가스 하이의 별관이 중세적인 건축물로 왠지 으스스한 분위기를 담고 있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고딕소설에서 즐겨 다루었다는 유령이 이 소설에서도 등장한다. 옛날과 현재를 함께 평행선처럼 다루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그렇게 긴박한 상황이나 소름돋는 으스스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사건의 전개도 왠지 뜨뜻미지근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혹시나 했었던 의외의 인물이 범인이라는 점도, 후에 보여지는 범행동기도 이 소설의 끝맛을 개운치않게 만든다. 하긴 아주 사소한 감정이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이니... 흑요석이라는 돌을 이용한 흑마법이니 하얀 마녀니 하는 따위의 말들은 이 소설에서 너무 뻔한 역할을 맡은 듯 하다. 사건의 플롯들이 서로 얽히지 못하고 몰입도를 방해한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일까? 아니면 공포소설일까? 굳이 고딕소설이란 말을 해야만 했던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고딕소설이라는 말은 지금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거가 섬뜩하고 무시무시한 인간의 이상 심리상태를 다룬 소설유형에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된다는 말도 보여서 하는 말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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