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이 닦기

 

 

얘야! 자기 전엔 이빨을 꼭 닦아야 한단다

닦지를 않으면 나이 들어 틀니를 해야 해

자기 이빨이 아니면 얼마나 불편한지 아니?

엄마! 칫솔질할 때마다 토악질이 나와요

얼마나 괴로운지 이를 닦기가 힘들어요

얘야! 네가 나를 닮아서 위가 좀 약하구나

하지만 세상을 살려면 비위가 좀 있어야 한단다

뻔뻔하게 토악질보다 더한 발악질도 해야 해

엄마! 토악질을 하고 나면 잠이 다 달아나버려요

잠들지 못하는 새벽에 이는 바람이 너무 무서워요

얘야! 네가 나를 닮아서 예민하고 겁이 많구나

나도 네 아버지 뒤척이는 소리에도 흠칫 깨고

갑자기 네 걱정에 잠들지 못하기도 한단다

그런 날이면 선잠이라도 청해보렴

선잠을 자다 보면 언젠가 깊은 단잠을 자게 될 거야

엄마! 깊은 단잠을 자면 정말 아침이 달라지나요?

이빨을 닦아도 더 이상 토악질하지 않게 될까요?

얘야! 네가 나를 닮아서 너무 잔걱정이 많구나

우선 오늘 하루라도 이빨을 닦고 자려무나

그다음 일은 늘 그다음에 생각해야 해

엄마! 엄마는 너무 강하고 억척스러워요

저는 엄마처럼 넘어오는 슬픔을 쉬 삼킬 수 없어요

얘야! 너도 언젠가 그렇게 될 거란다

너무 걱정하지 마렴

내 귀여운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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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걸음

 

 

비 내리는 늦은 밤

빌린 책을 반납하러

동네 큰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다 와서 도서 반납기에

반납하려는 찰나

아차 싶은 게

동네 작은 도서관에서

빌렸다는 사실이 기억난다

내가 그럼 그렇지

허무한 마음에 쿵 내디딘

발걸음이 웅덩이에 부딪혀

바짓단이 흠뻑 젖는다

어기적 걸음으로

동네 작은 도서관에 왔는데

여지없이 문은 닫혔고

도서 반납기도 없다

그러니 동네 작은 도서관이지

침 한 번 퉤 뱉고서

씁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

혹시 그대는 아시는지

헛걸음 덕에 맛본

봄비로 다 씻겨 내린 밤공기의

상쾌함과 호젓한 그 기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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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 박범신 장편소설
박범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소금 아버지의 신화화에 관해

 


 박범신 작가의 작품은 은교’, ‘소소한 풍경이후로 이번에 읽은 소금까지 총 세 권의 책을 읽었다. 사실, 전에 은교소소한 풍경에서 나이를 뛰어넘는 감성과 몽환적 풍경에 감동을 받은 탓에 조금 기대를 했다. 다만, 제목이 약간 마음이 걸렸다. 무언가 진부하고 올드한 감성을 풍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전철에서 1시간 동안 약 60페이지를 읽는데, 너무 재미가 없었다. 시대가 갑자기 거꾸로 역행하는 느낌이었다. 사실, 300페이지 분량의 장편을 읽을 때, 서두가 너무 장황하면 읽기가 어려워진다. 물론, 어떤 절실한 화두가 있어서 선택한 책이라면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냥 한 번 읽어볼까, 하는 심정으로 손에 잡은 소설이 초반에 지루하다면, 누가 끝까지 읽겠는가? 그 때문에, 잠시 시간을 두고서, 독한 마음으로 겨우 읽을 수 있었다. 다행히 중간부터는 나름대로 이야기 전체적인 내용이 들어오긴 했다.

 

 아버지라는 이름을 어떻게 써 내려가야 할까? 일단, 이 부분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네 소설  대부분은 아버지란 이름에 신화가 덧씌워 있다. 폭군, 책임, 고생, 억압 등등, 아버지란 이름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단어를 연상시킨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쟁 이후 베트남전 참가, 군부 독재 시대, 중동 파견 사업 등으로 아버지의 이름들이 겹쳐진다. 내 아버지도 마찬가지이다. 이 시대를 고스란히 살아오셨고, 그 덕으로 나는 대학을 마치고, 나름의 삶을 살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특별한 것은 내가 신학대를 가겠다는 이유로 가출을 했을 때, 아버지께서 내게 쓴 17장의 편지가 있다는 점이다. 자신도 베트남전에서 군종이었고, 제대 후 바로 결혼하여, 사우디아라비아에 3번이나 다녀온 아버지의 절절한 삶을 나는 아버지의 편지를 통해 접했고, 그로 인해 아버지를 신화화했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미묘한 심리가 그 저변에 깔려있다는 사실을 한참이 지나고서 알게 되었다. 아버지의 신화화는 아들이거나 딸 자신의 신화화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 아버지의 신화화를 통해 아들인 나 또한 신화를 대물림하게 된다는 사실을, 아니 그런 심리를 갖게 된다는 사실을 그때는 잘 몰랐다. 물론, 이런 심리가 나쁜 건 아니다. 자신을 삶을 긍정하는 데 있어서, 가족의 영향과 힘이 가장 중요한 자산인 건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라고 내 개인적으로도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신화는 지속되어야 하는 걸까? 언제까지 아버지는 아버지로서 존재해야 하고, 아들은 아버지의 아들로서 신화를 대물림한, 그 커다란 윤회와 같은 고리를 지속해야만 하는 걸까? 아버지가 아닌 한 인간, 아버지의 아들이 아닌, 주체로서의 나 자신을 확립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이 소설은 일단, 이러한 기본적인 물음 속에서 시작되었고, 동시에 이러한 예로 선명우란 인물을 등장시킨다.

 

 세 딸의 아버지이자, 한 집안의 가장으로 일생 한 마디 불평 없이 살아온 남자가 아주 우연한 사고로 인해 집을 가출하게 된다. 물론, 거기에 췌장암 말기라는 전조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이 등장하기는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뜻하지 않은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한 인간을 통해 잊었던 자신의 아버지를 기억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린다는 사실이다. 언뜻 보면, 이게 사실 무슨 말도 안 되는 설정인가, 하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사고 당시 주인공이 본 소금에 대한 인상이 바로 자기 아버지와의 연결 매개로 이어진다는 사실이고, 두 번째로 더 중요한 건 이를 통해 그가 전신마비가 된 김승민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살아가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선명우가 아닌, ‘김승민이 된 것일까? 첫째는, ‘천명우로서의 그의 삶은 너무 고달팠다. 세상 모든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책임이란 미명에 묶여, 자신이 아닌, 아버지로서만 존재해야 했다. 하지만 김승민의 삶은 달랐다. 그것은 유랑의 삶이었고, 유랑엔 지금껏 그가 맛보지 못한 자유가 있었다. 그때까지 가족을 위해 오직 회사에서 생산성이란 이름 아래 묶여, 그 구조를 평생 못 벗어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냥 단 한 번의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그는 그 구조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진짜 자신을 찾고, 동시에 전혀 혈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진짜 가족을 만들 수 있었다. 아주 좋은 설정이고, 좋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원론적으로 그 이전의 가족에 대한 선명우의 책임이다. 그의 이탈로 인해 한 가족은 처참하게 무너지게 된다. 여기에 대해 선명우김승민이 됨으로써 책임 회피를 해버린다. 너무 극단적인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두 번째는 이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이 너무 진부하다. 아버지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선명우를 강조한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설정들이 너무 길고, 그 설정들이 전부 이제까지 우리 한국 소설에서 오르내린 이야기뿐이다. 게다가 얼마나 중언부언이 많은지, 읽다가 솔직히 조금 짜증이 났다. 마지막으로 가장 아쉬웠던 건, 결국 이 소설도 구구절절한 이야기들을 나열함으로써, 아버지에 관한 신화를 더욱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조금 더 담담하고, 객관적으로 아버지를 바라봄으로써, 자기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운 마음을 한숨으로 달래며, 이 소설에 대한 평을 끝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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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종각역 글벗>이라는 합평 모임 운영자입니다.

2011년 3월부터 모임을 시작했고, 이미 3명 이상 등단자를 배출한 나름 끈기 있는 모임입니다. ^^*

저희 모임에서 활동 인원을 충원하려고 합니다.

특별히 글을 써본 경험이 없어도 열정만 있다면 상관 없습니다.

멤버 연령은 주로 30 ~ 40대이지만,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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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문학 중 소설을 중심으로 합평을 진행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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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일상

 

 

어머니가 일을 그만두시고

관절염으로 3주간 입원하셨다

얼마 전 이젠 쉬고 싶다고

집에 계시는 아버지와

40대 중반의 노총각 아들

각자 방에서 각자의 상을 차리고

각자 방에서 각자의 TV와 컴퓨터로

각자 웃고 각자 잠자리에 들며

서로 부딪치지 않게 조심조심

집안이 절간같이 고요하기만 하다

3주 후 퇴원하신 어머니가

TV를 켜놓고 잠드냐고

아버지께 타박을 놓고

왜 약을 먹으면서 생수가 아닌

보리차로 약을 먹냐며

아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의사가 탄산만 아니면 된다고 했는데

어디서 그런 미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냐고 짜증나 되받아치지만

아들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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