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걸음
비 내리는 늦은 밤
빌린 책을 반납하러
동네 큰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다 와서 도서 반납기에
반납하려는 찰나
아차 싶은 게
동네 작은 도서관에서
빌렸다는 사실이 기억난다
내가 그럼 그렇지
허무한 마음에 쿵 내디딘
발걸음이 웅덩이에 부딪혀
바짓단이 흠뻑 젖는다
어기적 걸음으로
동네 작은 도서관에 왔는데
여지없이 문은 닫혔고
도서 반납기도 없다
그러니 동네 작은 도서관이지
침 한 번 퉤 뱉고서
씁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
혹시 그대는 아시는지
헛걸음 덕에 맛본
봄비로 다 씻겨 내린 밤공기의
상쾌함과 호젓한 그 기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