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이거나 바람이거나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나는 무엇을 버려야 할까?
나를 버리면
무상무념이 되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팔을 버리고, 다리를 버리고
눈을 버리고, 코를 버리고
입을 버리고, 귀를 버리고
그렇게 모두 버리면
무엇이 남을까?
허공에 가득 채워진
공기 흐름에
문득, 나를 맡겨보고 싶다.
*화엄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