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시골의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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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변신' - 변신에 관한 변명

 

 

 

 

  카프카의 변신에 대해 생각해 보기에 앞서, 보통 변신이 가지는 의미 혹은 목적에 대해서 잠깐 생각해 보고 싶다. 이를 위해 잠깐, 잘 알려진 우습지도 않은 군대개그를 하나 들먹여 보고자 한다.

 

 

  군인의 운전 시, 좌석에 높은 분이 있을 경우 항상 복창 (원래는 명령을 확인했다는 의미에서 반복해서 말한다는 의미이지만) 이라고 해서, 미리 앞으로의 행동을 얘기하는 것이 철칙이다. 즉, 예를 들어 오른쪽으로 회전하기 전에 미리 "우회전하겠습니다!" 말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왼쪽으로 회전하기 전에 "좌회전하겠습니다!" 말하고, 좌회전하는 식의 행동을 의미한다. 기어를 바꿀 때에는 "2단으로 변속하겠습니다!" "3단으로 변속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그런데 운전병으로 군복무를 하고 있는 모 이등병에게 어느 날, 별 두 개짜리(스타=장군)를 태우고 운전을 해야 하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일개 이등병이 장군을 태우고 운전해야 하니, 그 얼마나 떨리겠는가! 그 옆에 몇몇 대령들도 함께 할 예정이었고. 당연히 모 이등병은 그 시작부터 바짝 긴장했고, 출발하기에 앞서 겨우 떨리는 손으로 차의 핸들을 잡았다. 곧 이어 장군이 뒷좌석에 앉았고, 대령들도 자리에 함께 했다. 이윽고 이등병은 운전대를 잡고 운전을 시작했다.

 

 

  "출발하겠습니다!"

 

 

  부르릉~~

 

 

  그런데 이등병은 갑자기 변속이라는 말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당장 기어 변속은 해야 하고 또 복창도 해야겠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는 생각나는 대로 복창을 하기 시작하였다.

 

 

  "2단으로 변신하겠습니다!"

 

 

  "3단으로 변신하겠습니다!"

 

 

  ^^;;;

 

 

  옆에 탑승했던 조교의 표정은 굳어졌고, 대령들은 피식거리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군은 표정 하나 변함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목적지에 도달해, 다들 내릴 시간이 되었다. 그때 장군이 조용히 운전병을 불렀다. 그리고 말했다.

 

 

  "자네~ 합체는 언제하나?"

 

 

  우스갯소리지만 이 개그 가운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변신에 대한 목적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합체!! 비단, 어릴 적부터 우리가 즐겨 봐 온 만화에서 뿐 아니라, 우리의 무의식 가운데는 늘 이렇게 변신은 합체란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남자와 여자가 변신을 할 경우, 사실 그 둘의 궁극적인 목표는 남녀 합체이다. 그리고 어린이가 청소년에서 어른으로 변신하는 이유 역시, 그것은 이 사회와의 합체나 혹은 또 다른 의미로써의 합체를 원하기에, 변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늘 무언가 변신하기를 원하고, 또 그것을 통해서 무언가와 합체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자칫하면 이런 변신과 합체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또 무언가를 상실하기도 한다. 다시 그러한 예를 들기 위해, 또 우습지도 않은 개그를 하나 들어보기로 하자.

 

 

  이 땅에서 선하게 살다 죽어서 천국에 올라간 세 사람이 하나님과 대면하게 되었다. 그래서 하나님은 그 셋에게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고, 자신이 소원하는 바를 이야기 해보라고 하였다. 첫 번째 사람이 나와서 이야기하기를

 

 

  "별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선 그를 별이 되게 하였다. 그리고 두 번째 사람이 나왔다.

 

 

  "전 왕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선 그를 왕이 되게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사람의 차례가 왔다. 그런데 그는 조금 욕심이 많아서인지, 별도 되고 싶고, 또 왕도 되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들어, 하나님께 그 두 가지를 모두 간청하게 되었다.

 

 

  "전 별도 되고 싶고. 왕도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선 그를 스타킹이 (별=스타, 왕=킹 => 스타+킹=스타킹) 되게 하였다고 한다. -,-;;

 

 

  이 역시 매우 황당무계한 이야기이지만, 여기서 우리는 변신을 통한 합체라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는 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다시 아주 쉽게 생각해서, 우리가 어린이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사회와의 합체라는 긍정적인 기능을 갖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그전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괴물로의 변신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가 어릴 적, 가장 증오하고 역겨워하며 두려워했던 존재인 몬스터, 바로 그 끔찍한 몬스터가 되어 있는 우리 자신을 우리는 쉬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카프카의 변신은 어떤 범주에 속한 변신일까? 이제 본 이야기로 넘어가 보기로 하자.

 

 

  카프카의 변신을 처음 읽었을 때는 고등학교 적이었다. 그 당시 나는 친구들과 함께 매 주 독서 토론회 비슷한 모임을 갖고 있었는데, 그 때 우리는 이 카프카의 변신을 택했고, 그래서 이 '변신'이란 주제를 통해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그 때는 그러한 변신에 대한 연민만 앞섰을 뿐, 정말로 카프카의 변신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묻거나, 알기는 힘들었던 듯싶다. 그러나 대학 때, 학교에서 문학 동아리 회장이었던 나는 변신을 주제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게 되었고, 그 때문에 변신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과 물음들을 가져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아직도 나는 카프카의 변신이 어떤 변신인지에 대한 물음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무엇을 위한 변신이었을까? 아니, 왜 변신한 것일까?

 

 

  사실 카프카의 변신을 읽어보면, 나의 위의 물음에 대한 어떠한 힌트도 나오고 있지 않다. 아니, 카프카는 그런 물음에 대해 거의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거나, 관심 자체를 두고 있지 않는 듯하다. 그저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 보니까 그레고리는 끔찍한 벌레로 변신이 되어 있었고, 그로 인해 사회에서, 가정에서 철저히 냉대 받다가 죽어 버리게 될 뿐, 거기에 별반 특이한 물음이라든가 내용은 보태어 있지 않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흔히 우리 주위의 치매 환자 이야기나 혹은 조금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카프카의 변신을 이해해왔고, 사실 어떤 의미에서, 카프카의 변신은 그것에 대한 알레고리로 한정짓는 것이 가장 합당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왜 불현듯 내게 그 변신이 그레고리 자신 혹은 카프카 자신이 가장 원하였던 변신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즉, 그 변신을 통해 사회와 가정에 철저히 냉대받기를 그레고리 그 자신이, 혹 카프카 그 자신이 원했던 것은 아닐까?

 

 

 

 

 

  우리가 늘 소외에 관해서 이야기 할 때, 소외는 내부가 아닌 외부로부터 주어진 것이라 생각할 경우가 더러 있는 듯하다. 하지만 때론 소외라는 것은 철저히 내부로부터 기인한다는 것을 나는 잠시 생각해보고 싶다. 모든 사람과 다르다는 것!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매우 특별한 의미이다. 타인과 자기 자신과의 분명한 경계를 구분지음으로써, 자기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해 내는 일, 어쩌면 모든 사람과 다르다는 그 소외감이란 것은 이러한 자의식 속에서 비롯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즉, 소외라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철저히 자기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발견해 내는 일이 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프카는 왜 그러한 변신의 이유를 숨기고서, 변신을 통한 사회와 가정의 냉대에 더욱 초점을 맞춘 것이었을까?

 

 

  바로 여기서, 우리는 앞에서 이야기한 합체에 대한 의미를 떠올려 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분명히, 자기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해내고 싶다. 그리고 그것은 극심한 경우 타인과의 철저한 결별한 통한, 소외라는 변신을 통해서만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그러한 변신의 이유엔 항상, 그 소외의 이유엔 항상, 합체라는 목마름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철저히 자기 자신을 소외시킴으로써, 모든 타인들을 지옥으로 생각하고, 그래서 오직 자기 자신의 존재와 실존만을 이야기하고 고백한다고 하여도, 우리 뇌리 언저리에 남아 있는 합체에 대한 동경을 우리는 쉬 지울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카프카의 변신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원점으로 돌아와, 우리는 다시 차근차근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게 된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카프카를 통해서 대변되는, 우리 모든 변신의 목마름에 대한 그 변명을 감히 감행해보고자 한다.

 

 

  카프카 그 자신은, 모두가 잘 알겠지만, 비교적 이른 나이에 병으로 생을 마감하였다. 그리고 죽는 그 순간까지 치열하게 글을 썼으며, 또 그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모든 작품들을 불살라 버리고, 남은 작품들마저 친구에게 불살라 줄 것을 부탁하고 세상에 안녕을 고하였다. 그러하기에 그의 이런 점들만 살펴보았을 때는 분명히,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그의 변신은 철저히 자기 소외를 위한 변신이었음을 생각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의 글이란 것도 항상 깊은 굴을 파거나, 단단한 성을 지어, 그 속에 갇히는 일이 대부분이었기에, 우리는 그의 삶과 그의 글을 통해서 모두, 그의 변신에 대한 이견을 달리 붙여 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왜 카프카 그 자신이 그 변신을 끔찍한 벌레로써 밖에 표현을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게 된다. 만약 그의 변신이 성공적이었다면 카프카 그 자신이 자신의 변신을 벌레라고 표현할 수 있었을까? 카프카는 낮에는 법원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철저히 자기 삶을 충실히 이행함과 동시에, 밤이면 밤마다 시간을 정해 놓고서 평생 동안 철저히 지키면서 글쓰기에 몰입했다고 한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그의 변신에 관한 열망은 대단했으며, 치열했다고 우리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변신은 그가 어떤 합체를 꿈꾸었던 간에, 그가 생각한 바와는 달리 전개되어진 듯싶다. 그러하기에 그는 늘 자신의 작품들에 만족하지 못하였고, ‘변신’이란 글을 통해 자기 자신을 끔찍한 벌레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바로 그런 이유들로 인해, 그는 그의 작품 '변신'에서 변신의 이유를 밝히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의 변신은 그가 결코 원하고자 했던 변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어느 날 그렇게 변신이 되어져 있었고, 그러하기에 그 어느 날 심판의 형장으로 끌려갔던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그가 최후에 선택한 죽음과의 합체를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별이 내게 묻는다.

 

 

  "언제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는 거지?"

 

 

  "넌 닿을 수 없어. 그렇기 때문에 난 너하고 하나가 될 수 없어."

 

 

  "하지만 넌 늘 나에게 닿으려 밤마다 몸짓하며, 기도했잖아."

 

 

  "아니야. 그건 너를 위한 기도가 아니었어. 그건 나 혼자 견디기 위한 자위였을 뿐이야."

 

 

  "그럼 너는 나와 하나가 되고 싶지 않은 거니?"

 

 

  "아니... 하나가 되고 싶어..."

 

 

  "그러면 이제부터 하나가 되었다고 믿으면 돼. 알겠니?"

 

 

  "............"

 

 

 

 

  별이 지고, 나는 다시 밤을 기다려 본다. 카프카가 치열하게 끔찍한 벌레로 변신을 하고, 죽음으로 내려갔던 그 밤을 별과 함께 지새워 보기 위해....... 그리고 내 자신도 언젠가는 어머니 자궁과도 같은 안온한 죽음과의 합체를 이루어 내기 위해....... 하지만 만약 치열하지 못하다면, 그러한 죽음과의 합체에서 두려워 이탈해 버릴지도, 그렇게 아무 의미 없는 죽음이 되어 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러하기에 그 밤, 조금 더 치열해지기를, 조금 더 버거워지기를... 그래서 별과 하나 될 수 있음도 믿어 볼 수 있기를, 두렵게 몸짓하며,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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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1-13 0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역시 변신을 고등학생때..읽었고..나중에 졸업하고 잠시 서점에서 알바를 하며 다시 ..본 기억이 있어요. 우리의 시간이 겹치지는 않겠지만..저의 글읽기는 누구와 나눌 형편이 못됐었어요.잠시 그런 때가 있긴 했지만 그 반가움..과 설렘이 내내 행복을 준 건 아니어서..그 무렵은 세계문학보단..국내 작가들편에..또..영화와..음악에..위로를 받곤..했어요.영원한 벗은..없을지도 라며..
외로워했고요. 변신에 대한 제 생각은 스스로가 벌레로...더는 누군가에게 보여지지 않기를 꿈꾸며 자유를 갈망한 카프카의 희망으로..가득차 보였어요.미세하여 번식은 끊임없이 이뤄지며..도처에 있으나 그 있음을 들키지 않음으로 생을 살아갈 수 있는게 벌레...
그도 그런 바람을 원하였다고..계속되기를..
아무도 모르게..그의 부스럭거림은 그저 못본척 외면 되어지길..그래야..연장되어갈 테니까..그도 시선에서 벗어나고싶다..한 낱 미물이 되서라도..그랬던건 아닐까..하면..너무 단세포적 접근이라고 할지요..!ㅎㅎㅎ

몽원 2015-01-13 20:52   좋아요 0 | URL

아니오. 무척이나 새로운 시각!! 같습니다. 이 글 역시 오래 전 글이라 지금 다시 카프카의 변신을 보면 저도 어떨지 기실 잘 모르겠어요~ 님의 말씀대로 합체가 아닌 벌레 그 자체에 대한 변신에 대한 갈망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혀 단세포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카프카스러운 느낌처럼 들리네요^^

[그장소] 2015-01-13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단.삼단..보면 일단 벌레이길 희망하다.보다..더 근본의 뭔가 있었겠지만..오늘은 일단까지만...합니다.

[그장소] 2015-01-13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프카..를 연상케하는 국내 작가들이 간혹 있어요.잠깐씩 비춰지는 광각이긴 하지만.. 그래서 변신은 여러번 곱씹게 되더라고..하지만 이미 제 안에서 변태한 카프카를 그라고 믿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몽원 2015-01-13 21:12   좋아요 0 | URL
음.. 제가 아직 소천해서 국내작가들을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기호의 <수인>이란 작품을 읽으면서, 그리고 서유미의 <당분간 인간>이란 단편집을 보면서 카프카를 떠올리긴 했습니다. 하지만 님 말씀대로 이 역시 제 마음속 카프카가 변태해서 마음대로 투사한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