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
장윈청 지음, 김택규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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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牛步千里) - 소 걸음으로 천리를 가다,라는 뜻입니다. 이와 어울리는 두 권의 책을 보고 있습니다. 하나는 제목 그대로 《소 걸음으로 천리를 가다》라는 (무함마드 깐수 교수로 알려진) 정수일씨의 옥중 편지 모음이고, 또 하나는 《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이라는 중국의 근육병 환자의 수필을 번역한 책입니다.
자유가 극도로 제한된 감옥에서 우보천리하듯 학문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매진하는 모습을 보며 참 많이 반성합니다. 선천적인 근육병으로 20여년을 방안에서만 지내고 있는, 그리하여 스물 여덟이라는 나이를 넘기지 못할 것을 스스로 아는 청년의 피땀으로 쓴 수필을 보면서 숙연한 마음으로 나를 반성합니다.

조금 전《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을 다 보았습니다. 아~ 서평을 어찌 써야할지 막막합니다. 점점 마비되어가는 손으로 매일매일 한 자 한 자 힘겹게 써나간, 그 정성으로 6년 간의 처절한 인내로 완성한 이 책을 어떻게 評할 수 있을지, 그럴 자격이나 있는지...

저자 장윈청(張雲成)은 3살 때부터 ‘진행성 근이영양증’이라는 불치병에 맞서 22년간 투병 중입니다. 진행성 근이영양증은 본래 근육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유전성 질병입니다. 선천적인 유전적 결함으로 인한 세포막의 기능 이상으로 근원섬유가 파열, 괴사됨으로써 발생하는 근육질병인데,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인류 5대 불치병 가운데 하나입니다. 형제가 같이 걸리기도 하며 몸 전체 근육이 점점 괴사되다가 폐 부위 근육의 위축으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급기야 죽음에 이르고 맙니다. 대개의 환자는 청소년기를 넘기지 못합니다. 저자 장윈청은 스스로 28살을 넘기지 못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중문판 책이 완성된 것이 2002년이니, 올해로 정확하게 24년간 투병중입니다. 그의 셋째 형도 동일한 병으로 27년간 투병중입니다. 지금쯤 살아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책 속의 내용으로 미루어짐작컨데 아마 지금쯤 살아있다고 해도 상당히 힘겨운 상태일 것입니다. 눈앞에서 생을 마감해가는 형을 보면서 - 그것이 자신의 미래이기도 한 이 청년은, 그래도 "난 반드시 현실과 맞서야 한다!"고 소리칩니다.
"병은 이미 걸린 것이니 울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남은 생을 허송세월하느니 차라리 힘껏 싸우리라! 내 이 싸움이 이상을 실현시키지 못하고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할지라도 난 진심으로 그것을 원한다. 왜냐하면 그건 어쨌든 헛되이 시간을 내버리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환자에 대한 동정심을 넘어, 숙연함을 넘어, 고귀함과 존경의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알량한 동정심은 이 책 중반을 넘어서면서 흔적 없이 사라집니다.

1996년 6월, 헤이룽쟝 방송국 신문(黑龍江廣播電視報)의 편집자 장다눠(張大諾)가 장윈청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습니다. 장다눠는 곧 답장을 보냈고, 이 편지가 장윈청으로 하여금 운명을 바꾸리만치 강력한 힘을 줍니다. 책 중반쯤 장윈청은 장다눠의 고마움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누구에겐가 인생의 항로를 바꿀만큼의 큰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장윈청은 비록 스스로 삶의 종착역으로 다가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몇 번을 말합니다. 누구에겐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가장 가슴아파합니다. 누구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장윈청은 절망에 절망을 거듭합니다. 언제부턴가 그는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 됩니다. 작가가 되어 누구에겐가 그의 글이 도움이 되고, 그 글로 인해 수입도 생겨 가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것 - 장윈청이 이런 '상상'을 하는 장면이 책 곳곳에 나옵니다. 그만큼 그는 간절했으며 결국 그는 그 꿈을 이룹니다. 6년 여의 시간 동안 - 저 같으면 단 하루도 견디기 힘든 그 순간들을 처절하리만치 강한 집념으로 17만자에 달하는 육필 원고를 작성합니다. 책 속에서는 상상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 그 장면 - 책을 출간하고 인세를 받는, 그 꿈의 결실을 저는 읽었습니다. 제가 본 것은 그의 수필이 아니라 그의 삶 그 자체였으며, 그것은 곧 세상에 대한 일갈(一喝)이자 언중유언(言中有言)이었습니다.

장윈청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장윈청 - 당신은 정말로 큰 일을 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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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어드벤처
김민주 지음 / 미래의창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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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터넷 서점의 서평에 꽤 많은 이들이 침이 튀도록 칭찬을 한 것을 보고, 머리도 식힐 겸 마케팅에 대해 좀 더 감을 익히기 위해 가볍게 선택했습니다. 제가 본 것이 초판 5쇄이니 꽤 팔린 듯합니다.

사람은 제 처한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같은 것을 보고다 그 느끼는 바가 천차만별인 것 같습니다. 저는 처음 몇 장을 읽다가 몇 번이나 책 읽기를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책 자체가 질적으로 떨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제게 이 책은 '잡탕'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여러 성공 사례를 통해 마케팅은 이러한 것이구나,하며 쉽게 다가가기는 좋은 것 같은데, 제 결론은... "그래서 어떡하란 말인가?"였습니다. 한마디로 저자의 생각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여러 사례를 소개해두고 있으니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잘 적용하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만 - 물론 맞는 말입니다 - 그러나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그 무엇을 찾아 보기 힘듭니다. 그런 것은 없다,라고 하면 또 할 말은 없습니다. 트렌드를 적확하게 읽고 창의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하면 또 할 말이 없습니다. 할 말은 없지만 그것을 수긍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잘 만든 마케팅 서적이란 이러합니다. 우선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그 책에서 강조하고 주장하는 바로 그 메시지 - 단 하나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대신 그것을 다각도로 깊이 있게 다루면서, 책 읽는 이로 하여금 끊임 없이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 그래야 실제로 적용을 할 수 있습니다. 수 많은 사례를 나열해 놓아도 일관된 그 무언가를 낚아채지 못하면 독자는 혼란스럽습니다. 읽을수록 더욱 깊게 고민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 좋은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수준 이하의 책이라고 혹평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 많은 여러 사례를 몇 가지 기준으로 재분류하고, 이를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각 장의 앞 부분을 소설 형식으로 엮은 저자의 노력은 높이 살만합니다. 주인공 이마수가 한국,미국,유럽을 돌아 다시 한국에 돌아오는 여정 동안 보고 들은 것을을 정리하는 식입니다. 이런 까닭에 마케팅에 대해 쉽게 다가가고 구체적인 사례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거의 모든 내용이 어디선가 본 듯한 내용들이며, 하나의 책에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다보니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다는 뜻이었습니다.

고객 세분화, 라이프 스타일 마케팅, 귀족 마케팅, 고객 이탈 방지를 위한 로열티 높이기, 체험 마케팅, 입소문 마케팅, PPL, 스타 마케팅, 돌발적인 사회 이슈 활용하기, 독특한 디자인으로 승부하기,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 개발 등에 대략 열 한 가지 정도의 트렌드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엔론의 사례를 통해 지나친 마케팅은 때로는 독이 된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고 있습니다. 하하, 그래서 더 혼란스럽습니다. 선택 조건이 많으면, 고객은 아무 선택도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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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 조유전의 한국사 미스터리 - 발굴로 풀어본 살아 있는 우리 역사 이야기
조유전 이기환 지음 / 황금부엉이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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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길에 오며 가며 읽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440여 페이지 분량의 책이지만, 어느 한 부분 막힘 없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역사서이기는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읽어온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책이었습니다.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이토록 가깝게 느껴진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경험입니다. 고고학자라고 해봐야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해리슨 포드만 생각날 뿐 실제 고고학자의 이름은 단 하나도 알지 못했습니다. 다행히도 이 책을 통해 저자인 조유전을 비롯해, 김원룡, 이병도, 유태용, 이형구 등의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저자 조유전은 1971년 무령왕릉 발굴을 시작으로 1977년 경주고적발굴 조사단장을 맡으며 30여년 간 안압지, 황룡사지, 감은사지, 월성 황남대총, 천마총 등 한국사 유물·유적의 주요 발굴 조사를 주도한 명실공히 '한국 고고학의 산 증인'이라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발굴 현장의 이야기를 30 개의 꼭지로 나눠 다루고 있습니다. 마치 현장의 상황을 생중계하듯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흥분할 때 함께 흥분하고 저자가 안타까워할 때는 함께 가슴이 아파옵니다.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나도 고고학자가 되어 그들의 상상의 세계에 함께 묻힙니다. 그러나 정말 안타까운 것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역사적 지식들을 책을 덮음과 동시에 잊어버린다는 것입니다. 마치 봄날 꽃가루가 날리듯 훨훨 날아가 버립니다. 이는 순전히 제 머리가 나쁜 탓이요, 일찌기 역사 공부를 게을리한 탓에, 이 방면으로 나의 뇌에 시냅스가 제대로 연결되어 있지 못한 때문일 것입니다.

출근길에 맨날 지나치는 한강 너머 구의동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고구려 최전방 초소이며, 고구려 제국 완성의 상징인 구의동 유적이 1970년대 개발의 미명 아래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한강 남쪽에서 잠실대교 북단으로 건너가다 보면 오른쪽에 한양아파트가 보입니다. 그 한양아파트 24층, 바로 그곳이 구의동 유적입니다." 아파트 숲으로 변해 온데간데없는 유적의 흔적을 애써 찾아보려는 옛 발굴단원의 공허한 말에 가슴이 아파옵니다.
회사 근처에 있는 풍납토성과 몽촌토성도 시간을 내어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1971년 무령왕릉 이후 백제 유적 최대의 발견,발굴이라고 일컬어지는 풍납토성. 연인원 4백만명이 동원되어 쌓은 한성 백제의 국운을 건 대역사의 현장이 바로 코 앞에 있었습니다. 눈 앞에 있어도, 모르면 보이지 않습니다.
무분별한 개발 때문에 영영 사라져 버릴 수도 있었던 귀중한 유산을 이름 모를 시민에 의해 극적으로 발견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게 됩니다. 지나가던 신문배달 소년이 발견한 함안 마갑총, 주류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척당했지만 끈질긴 추적으로 끝내 한성백제 500년의 비밀을 파헤친 이형구 교수의 풍납토성 발견 스토리, 개발의 미명 아래 완전히 파괴될 뻔한 완주 갈동 거푸집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금세기 최대의 발굴이자 최악의 발굴 기록으로 남은 무령왕릉 발굴 뒷 얘기와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일본식 장고형 고분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 외에도 남한산성이 치욕의 성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하는 이유와, 일제 시대 포석정이 사적 1호가 된 슬픈 사연을 알 수 있습니다.

어지간해서는 접하기 힘든, 발굴 현장의 생생한 모습과 유적과 유물을 통해 역사를 만드는 고고학자들의 상상력의 세계에 매료되었습니다. 이를 정말 생동감 있게 그리기 위해 과거의 기억을 짜내고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느라 고생했을 노학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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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마리 2004-11-24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 관련 서적을 찾다가 리뷰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 읽어봐야 겠네요..^^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3 - 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열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3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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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머리가 나쁘다는 것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많이 또는 깊이 있게 읽어본 적도 없지만, 그래도 다른 책들처럼 그냥 읽은 뒤, 책을 덮고 나면 막 화가 납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신들과 인간들의 이름들 중 기억나는 것도 별로 없고, 기억난다 해도 계통 없이 뒤죽박죽 엉켜버려, 하나도 '재활용'할 수 없게 됩니다. 저의 말과 글에 신화가 등장하는 경우는, 그래서 참으로 희귀한 경우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그리스 로마 신화에 열광할까요?
'열광'이라는 표현이 잘못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요근래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가히 폭발적으로 팔리고 있으며, 예로부터 신화는 좀 쓴다하는 문장에 단골로 등장하는 고전 중의 고전입니다. 그런 면에서 신화는 말에 '권위'를 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일단 뭔가 있어 보이니까요.
흔히 신화는 지혜의 보고라고 합니다. 저자 이윤기는 '신화의 진실'을 믿는다고 합니다. 이야기 자체를 믿는 것이 아니라 신화 속에 담긴 그 의미를 믿는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아리아드네가 미궁 안으로 들어간 테세우스에게 건네준 실꾸리(실타래)와도 같이 '꼭 붙잡고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 잘 모릅니다. 신화가 지혜의 보고인지, 평생토록 꼭 간직해야할 소중한 그 무엇인지, 저는 아직 잘 모릅니다. 신화를 몇 번 읽어도 늘 낯선 경험일 뿐입니다. 봐도봐도 헷갈리는 외화 속의 외국인 얼굴과 비슷합니다. 이는 물론 전적으로 경험의 부족 때문일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외화를 보지 않았고, 아직까지 제대로 각잡고(?) 신화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으니 매우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굳이 지금 신화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알아나가고 싶지도 않습니다. 필요에 의하지 아니하고, 또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데 의무적으로 읽는 책은 학창 시절의 교과서와 다를 바 없을 것 같습니다. 재미로 다가가기보다는 '유식함'으로 가는 필수 코스로서 택한 신화 읽기는 즐거움보다는 강박의 무게가 주는 고통이 더 컸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보다 다가가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이윤기의 책이 있다는 것입니다. 가끔 몇번 읽다보면 어느새 신화가 친근하게 느껴질 때가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변명이 좀 길었습니다. 각설하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정통 그리스 로마 신화와는 다릅니다. 신화를 이윤기식 주제 분류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1권은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라는 이름으로, 2권은 사랑의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가지 열쇠라는 이름으로, 그리도 이 3권은 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열쇠라는 이름의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제가 산 것은 1권은 초판 142쇄, 2권은 초판 54쇄, 3권은 초판 1쇄입니다. 2권은 아직 못봤습니다.

3권은 1권에 비해 보다 에세이적입니다. 다른 신화학자의 책들을 많이 인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고전, 예를 들어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와 같은 고전도 군데군데 인용하고 있습니다. 4장에서는 이윤기의 딸이 쓴 수필도 길게 인용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느낌과 저자의 의견이 많습니다. 어찌 보면, 신화 자체보다는 신화를 '해석'하고 이윤기 식의 '교훈'을 만들기 위해 좀 지나치진 않았나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마치 신화 책이라기보다는 신화 '참고서'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풀어 쓴 것도 좋지만, 마치 옛날 이야기하듯 소설처럼 구성한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을 먼저 한번 읽어보고, 이윤기의 책을 봐야 순서가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런 책이 어떠한 것이 있는지 저는 모릅니다. 큰 서점에 나갈 일 있으면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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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연못 2007-11-1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화를 읽으시려면 조금은 여유를 가지셔야 해요. 그리고 그리스 로마신화 읽으면서 정리 잘되는 사람도 있지만 안 되는 사람이 더 많아요. 오죽 했으면 [하룻밤에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같은 정리본이 나오겠어요.그런 책은 노트식으로 정리해서 보여주니까 혼선을 많이 줄여주지요. 그런데 조금 더 보면 그리스 로마 신화가 대체로 토마스 불핀치의 책을 기본으로 하지만 다른 작가들 책도 많고 조금씩 이야기가 틀려요.그리고 신화 읽기가 줄거리나 핵심정리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면에서 신화읽기는 양파껍질 벗기기와 같아서 같은 신화를 본다고 해서 같은 결론에 다다르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같은 용어는 신화의 어떤 상황을 가르키는 것인가? 도대체 프로메테우스나 오디세우스의 선택을 어떻게 볼 것인가? 따위의 실존적인 껍질도 볼 수가 있고 아리아드네의 실타래와 견훤 어머니의 실타래가 어떤 것을 상징하는가? 신데렐라의 구두와 콩쥐의 꽃신, 모노산들로스의 신발이 어떤 차이가 있는가? 하는 비교 문화적인 껍질도 볼 수가 있고 도대체 신화적 사고가 현재의 사고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하는 철학적 껍질도 볼 수가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가 발꿈치를 올린 만큼 더 보는 거죠. 따라서 신화를 이해하려면 조금 시간을 가지고 편한 마음으로 읽으시면 됩니다. 그러면 가끔은 자신의 이야기 같은 때가 오고, 그게 신화 읽기의 시작입니다.

하늘연못 2007-11-15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윤기 선생님의 책은 상당히 공부를 많이하고 생각도 깊이한 사람이 그리스 로마 신화를 곱씹은 흔적은 보여주기 때문에 의의가 있는 거라고 봐요.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것이 워낙 이질적인 문화의 산물이다 보니 줄거리 잡고 등장인물 이름 외기도 벅차죠. 그런데 사실은 신화의 맛이나 의미는 그걸 넘어서 있는 것인데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은 그걸 보기가 힘들죠.워낙 기본 교양이나 실력이 딸리니까요. 그런데 이윤기 선생님은 "이렇게 보면 어떠냐? 이런 뜻도 있다." 또는 "이게 다른 얘기가 아니고 우리나라 신화에도 있고 지금 우리 삶에도 있는 얘기다."하고 들려주니까 고마운 거죠.

하늘연못 2007-11-15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실컷 쓰고 보니까 손병목 선생님 싸이트군요. 만나뵈어서 반갑습니다. 종교학을 전공하고 신화학을 공부하는 사람이지만 선생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저 역시 우리나라 사람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 이렇게 열광하는 것이 문화 사대주의 아니냐는 생각이 많았고 또 복잡하고 소용닿지 않는 신들의 이름을 외우며 왜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나 하는 의문이 많았으니까요. 조금은 생각이 달라졌음에도 퀴즈프로에 참가하는 사람들인양 단편지식으로 신화를 읽는 모습을 보며 지금도 그런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여튼 선생님의 리뷰를 읽으며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며 머리가 나쁘다고 자탄하는 고충이 저의 모습인 것같아 너무도 공감이 갔어요. 너무도 진실된 고백이어서 20대 초반의 대학생이리라 생각했죠. 솔직한 선생님의 모습에 더 존경심을 품게 됩니다. 결국 상당히 무례한 내용이 된 앞의 글은 소용닿을 사람이 있을 것 같아 그대로 두려고 합니다. 또 뵙겠습니다.

날마다좋은날 2007-11-16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모르는 걸 모른다 썼을 뿐 겸손 따위는 없습니다.
며칠 전에 이윤기 선생님을 직접 뵐 기회가 있었습니다. 자칭 크리스찬이, 그리고 실재로 얼마 전에 신학대학을 졸업하셨습니다, 신화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왜 신학대학을 졸업하고도 예수에 완전 귀의할 수 없는지 이유를 듣는 순간, 드디어 알게 됐습니다. 왜 그리스 로마 신화에 그리 천착을 하셨는지. 예수로 귀의하는 순간, 자신과의 싸움을 멈추는 순간, 참다운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이 그분의 생각이었습니다.
감동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 다가온다고 합니다. 이제 준비가 되었으니 이윤기 선생님의 여러 작품들, 다시 한번 봐야겠습니다.
하늘연못님 여러 말씀,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자살토끼
앤디 라일리 지음 / 거름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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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예전의 엽기토끼를 연상케합니다. 내용은 엽기토끼를 능가합니다. 내용이랄 것도 없습니다. 그냥 그림책입니다. 한 10분이면 다 볼 수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해서 다시 들춰보고 들춰봐도 30분이면 끝입니다.
온갖 기발한 방법으로 죽으려는 토끼의 모습이 있습니다. 도대체 왜 죽는지, 아니면 지은이가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를 암시하는 일언반구도 없습니다. 그저 죽기 위해 별짓을 다하는 토끼의 모습만 있을 뿐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엽기적이다, 웃긴다, 재미있다고 말하는데, 저는 사실 전혀 유쾌하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죽는다는 것이 웃음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게다가 간혹 몸이 동강나거나 으스러지는 그림도 있습니다. 그냥 웃기에는 지나치게 잔혹합니다.

앨튼 존은 "내 평생 이렇게 재미있는 책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영화배우 휴 그랜트는 "유쾌한 웃음 뒤에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기는 책이다"라고 말했답니다. 예스24에서 몇 주째 "김C를 웃긴 자살토끼"라는 문구로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동감하기 힘든 평가입니다. 도무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재미있는 장면이 있긴 했어도 유쾌하지는 않았습니다. 이걸 보고 웃는 현실이 서글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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