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가꾸기 잘먹고 잘사는 법 23
서명훈 지음 / 김영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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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방에 책을 세 권 정도 넣고 다닙니다. 지루하지 않게 많은 책을 읽고 싶어서입니다. 아침 출근길에 읽는 것과 밤에 퇴근할 때 읽고 싶은 책이 다를 때가 많습니다. 가급적이면 한 권을 하루 또는 이틀에 걸쳐 집중적으로 읽는 것이 가장 좋으나 몸이 지친 퇴근 길이나 밤에는 아침에 잘 읽히던 책이 읽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 읽는 것이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책 읽는 일마저 큰 스트레스가 되어서는 안 되겠죠. 아침, 저녁으로 기분에 따라 책 종류를 바꿔가며 읽는 것은 이런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어제는 경제경영 서적 한 권, 세계사 책 한 권, 그리고 점심 시간이나 자투리 시간에 보기 위해 《채소 가꾸기》를 가방에 넣어두고 있었습니다.

어제 점심 시간, 그리고 밤에 퇴근하는 길 지하철에서 《채소 가꾸기》를 읽었습니다. 문고판이라 분량도 얼마 되지 않고 사진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읽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한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을 분량입니다. 그러나 이 책을 사면서 원했던, 기대했던 내용은 모두 담겨 있습니다. 꽤나 알찬 책입니다.

지지난 주엔가 베란다에 플라워 박스(긴 직사각형 모양의 플라스틱 화분) 두 개에 동네 산에서 퍼 온 흙과 부숙토(퇴비)를 섞어 흙을 만들고 거기에 상추 씨를 뿌렸습니다. 지금 제법 많이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상추 하나 키우는 데에도, 워낙 알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이 없어 상추가 제대로 크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막상 싹이 트고 자라고는 있는데 솎아내기는 어떻게 어느 정도 해야하는지, 물은 어느만큼 줘야 하는지 아는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산 것이 바로 이 《채소 가꾸기》입니다.

김영사에서 출간된 〈잘~먹고 잘사는법〉 시리즈 제23권입니다. 텃밭에서 채소 가꾸기를 집중적으로 다룬 책도 있었으나 텃밭 가꿀 생각은 생각도 못해봤습니다. 뭐, 한 평이라도 내 땅이 있어야 말이죠. 그래서 베란다에서 화분 몇 개 놔두고 상추나 미나리, 쑥갓 같은 것을 키워볼 작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채소 가꾸기 책 몇 권 중에서 실내에서 채소를 가꾸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 것을 골랐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이미 말씀 드렸듯이 분량은 얼마 되지 않으나 꽤 내용이 충실한 책입니다. 아파트 베란다나 실내에서 혹은 작은 텃밭에서 채소 가꾸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안성맞춤인 책입니다. 분량이 적으니 오히려 더 꼼꼼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베란다에 심어놓은 상추를 빨리 솎아 내야겠습니다. 못잡아도 10배수 이상 많이자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9/10를 뽑아 내야한다는 말입니다. 이 책을 조금 더 늦게 봤더라면 상추들만 불쌍할 뻔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솎아 내야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보다가 욕심이 생겼습니다. 작은 텃밭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주말농장을 찾아봤습니다.  주말에 산에도 가고 밭도 가꾸다가 보면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도 많아지고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았습니다. 1년에 연회비 80,000원이면 4평 땅을 임대할 수 있습니다. 사이트를 뒤져 몇 군데 전화를 걸어봤는데 이미 임대가 다 되어 남은 땅이 얼마 없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하나 찾았습니다. 당장 회비를 입금하고 싶었지만, 이왕 시작하는 거 눈으로 직접 한 번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주말로 미뤘습니다. 책을 보니 기본적으로 밭 관리를 잘 해주는 농장주가 있는가하면 땅만 임대해주고 모든 것을 사용자가 알아서 하는 그런 농장도 있었습니다. 농장주와 사용자가 하는 역할이 잘 나누어져 있고 좀 부지런하고 맘씨 좋은 농장주가 하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말부터 좀 바쁠 것 같습니다^^
혹시 저와 같이 텃밭 가꿔보실 생각,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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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꼭 2년 전, 그러니까 2002년 4월에 제가 쓴 글을 보니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나를 위한 하루 두 시간.
구본형의 책 여러 곳에서 자주 언급되는 말입니다. 구본형의『낯선 곳에서의 아침』에서 이 말은 수 차례 언급되고 있습니다.
"'하기 싫지만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적은 사회이지만 반대로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기회와 富가 주어지는"(200쪽) 시대를 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하고 싶어하는 일을 찾기 위해서 또는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 최소한 하루 두 시간은 자신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자신을 위해서 또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을 위해서…

제가 이 말을 처음 접한 건 아마도 구본형의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라는 책에서였던 것 같습니다. 이 말을 처음 접했을 때 이상하게도 저는 이 말 속에서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현실에 충실하며 열심히 살고자 하지만 여전히 채워지지 않았던 그 무엇 - 불안감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듯 했습니다. 그 후로 저는 '나를 위한 하루 2시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작은 변화가 삶의 방식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지...


구본형 소장님은 저에게 '나를 위한 두 시간'의 개념을 알려주고 실천하도록 만든 분입니다. 변화경영전문가라는 직업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스스로 아름다워지려고 하는 사람을 돕는다"라고 대답하는 구본형 소장. 소장님의 책을 읽어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변화'라는 지극히 도발적이고 난해한 문제를 감성적이고 소프트하게 풀어낼 줄 아는 그분의 구수한 변화경영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신용산역에 있는 국제센터 2층 강당으로 찾아갔습니다.

평일 저녁이어서인지 강연회가 시작되기로 한 7시에 빈 자리가 많이 보였습니다. 7시 좀 넘어서 강의는 시작되었고, 뒤늦게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대략 60~70명 정도.

〈글로벌 시대의 변화와 도전, 목적지는 어디인가?〉 라는 다소 모호한 주제였는데, 그래서 시작은 '글로벌리제이션이라는 게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잠깐, 아주 잠깐 언급하고서는 바로 '변화 경영' 일반에 대한 얘기로 옮겨갔습니다. (이러한 강의를 몇 번 다녀본 결과 대개 강연 주제에 온전하게 부합되는 내용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잘 없었습니다.) '변화 경영'은 구소장님의 여러 책을 통해 이미 반복적으로 언급되었던 것으로, 내용 그 자체만으로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익히 들어보았던 이야기라 하더라도 볼 때마다, 들을 때마다 늘 다시 한번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현대와 같은 '노마드의 시대' 즉 한 개인이 일생을 통해 평균 11번의 직장을 옮겨가는 유목민과 같은 생활을 해야만 하는 시대에 '유망한 직종'이란 없다. 다만 유행하는 직종은 있을 수 있다. 그 유행을 잘 타는 데 소질이 있는, 그러니까 몇 년마다 한 번씩 유행의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개념이겠지만 대개의 경우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해야 하는가?
아직까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직업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스탠다드는 없다. 그럼 어떻게 차별화된, 나만의 직업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하는가?
바로 '나'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나'라는 퍼즐을 풀듯이, 나의 기질과 재능, 경험을 철저히 분석하여 기존 직업의 변종된 형태인 '아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내가 만든 직업'을 스스로 창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나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기존의 '강점과 약점' 같은 식의 접근은 의미 없다. 강점도 약점도 없다. 오로지 자신만의 특성이 있을 뿐. 예를 들어 나(구소장님)는 나를 이렇게 분석했다.
나는 '내향적'이다. 그리고 지극히 '수동적'이다. '감성적'인 면이 강하고 직장 생활 20년이라는 '경험'이 있다. 다행히 '글'을 좀 쓸 줄 안다. 그렇다고 문학 작가가 되진 못한다. 이것이 '나'다. 나는 여기서부터 출발했다. 이런 특성을 가지고 나의 직업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나는 수동적이고 내향적인 속성을 충분히 활용해야만 했다. 그래서 결론. 나는 나의 이 수동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내가 남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나를 찾아오도록 만드는 그런 것을 고민했다. 이는 마치 '식물'의 속성과도 같다. 식물은 움직이지 못하지만 잘 번성하고 있다. 그 힘은 바로 '유혹'이다. 유혹은 꽃과 향으로 대변된다. 남을 유혹할 수 있는 그 무엇, 나는 그것을 위해 글을 썼다. 그러나 나의 20년 직장 경험 - 그 중에서 10여년 간 행했던 변화 관리 경험 - 을 충분히 활용하여 글을 썼다. 나는 거기서부터 출발했고, 곧이어 나의 직업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었다. 나는 명함에 나의 직업 '변화관리전문가'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는다."

이것이 강연 초반부의 내용입니다. 그 다음은 질문과 답변 위주로 진행되었습니다. 자칫 준비가 덜 된 강연회처럼 비쳐지기 쉬웠습니다. 저 역시 그런 느낌을 좀 받았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상황은 반전되었습니다. 강연장은 이 강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온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던 만큼, 질문도 적극적이었습니다. 결국 예정된 두 시간을 훨씬 넘겨서 끝이 났습니다. 질문도 질문이었지만 역시나 소장님의 답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문에 현답같은.
질문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1. 나를 발견하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2. 변화라는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3. 5년차 직장인인데 곧 휴직할 생각이다. 휴직 기간 중에 주의해야 할 점은 어떤 게 있나?
4. 주위에서 성공한 사람으로부터 "사람을 절대 믿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5. 소장님이 다시 20,30대가 된다면 하고 싶은 일, 시간 관리 비법,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알고 싶다.
6. 진심으로 변화하고 싶었던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가?
7. 노마드의 시대, 프로페셔널의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8. 리더십, 코칭, 멘토링의 차이와 제대로 된 정의를 알고 싶다.
9. 나를 발견해가는 과정이 매우 어려운 것 같다. 좀 쉬운 방법이 없는가?

질문이 길어지니 9시가 넘어 한 사람 두 사람 자리를 이탈하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우 진지하게 구소장님의 경험을 듣고 새기고 있었습니다.
위 질문에 대한 소장님의 답변 내용을 모두 옮기고 싶지만, 너무 길어질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제가 스스로 배당한 시간이 초과될 것 같아 마치겠습니다.

거의 모든 내용은 이미 구소장님의 책 속에 한 번쯤은 언급되었던 것들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끝내자니 좀 아쉬워, 한 가지만 옮겨보겠습니다.
이런 질문이 있었습니다. "시간관리 비법을 알려주십시오". 소장님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시간관리라는 말은 잘못됐다. 시간은 통제할 수 없다. 관리 대상이 아니다. 아마 자기관리를 표현하기 위한 말인 것 같다. 자기관리를 위한 방법에 관해 무수히 많은 책에서 다루고 있다. 정도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원칙이 있다. 나는 그것을 '산삼 법칙'이라고 부른다. 산삼을 찾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산삼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도 상관 없다. 세상에 처음 봐도 알 수 있는 게 두 가지 있으니, 그것은 호랑이와 산삼이다^^) 산삼을 발견하면, '심봤다'라고 소리지르지 말고, 조용히 캐서 그 자리에서 먹어라. 그것이 가장 남는 것이다. 산삼을 오로지 나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이것 저것 다 하고 남는 시간에 무얼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나를 위해 먼저 써라. 나를 위해 두 시간을 확보하고 먼저 써라. 그런 다음 다른 일을 해라. 나의 하루는 22시간이다. 2시간은 온전히 나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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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의 법칙 - 소비자를 유혹하는 24가지 키워드
홍성준 지음 / 새로운제안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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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년 동안 제가 가장 많이 접한 단어 중의 하나가 바로 '차별화'입니다. 너무 많이 듣다 보니 그 말이 도리어 전혀 차별화되어 인식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별화의 법칙》이라는 정말 판에 박힌 제목의 책을 또 사서 봤습니다. '차별화' -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죽을 때까지 생각해야 할 과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앞 부분에서 '차별화'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차별화의 근본 개념과 성공을 위한 방법 등 24가지의 '법칙'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차별화'를 'unique + value'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남과 구별되는 '독특하되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역시나 이 책도 '차별화'라는 개념 자체를 어디에서나 사용 가능한, 빠져나갈 수 없는 개념으로 정의하고 출발합니다. 제가 본 대개의 마케팅 서적은 이렇게 주요 개념에 대한 정의만으로도 책 내용의 90% 이상을 알 수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어떻게 하면 unique 한 상품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value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국내외의 사례를 종합 정리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여기에 한 가지 속성을 덧붙이면 비로소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는 완전한 정의가 될 것 같습니다.
'unique + value' & 'success!!' - 독특하고 가치가 있으면서, 결국은 '성공'한 것. 저자가 비록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unique하고 value가 있되 실패한 사례도 꽤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제11법칙으로 제시한 '스피드와 타이밍의 법칙'에 위배되었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서두요. 어쨌거나 결국 모든 사례는 '성공한' 경우에만 인정이 됩니다.

예전에 마케팅이나 트렌드 서적을 볼 때는 매우 큰 기대를 하고 봤습니다. 무언가 책 속에 길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책 한 권을 독파하고 나면 꽉 막힌 현실을 타개할 실마리가 보일 것 같은 느낌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런 책을 보면서 그런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경험적으로 볼 때 이런 책은, 이해는 되지만 구체적인 문제에 부딪쳤을 때 막상 급히 쓸 무기가 되지 못합니다. 현상을 설명할 수는 있으되 나에게 닥친 문제에 대한 해답은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지나온 과거는 족집게처럼 맞추면서도 정작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점쟁이들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이런 책을 꾸준히 구해 보는 것은, 책을 읽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주제라도 때에 따라 고민의 깊이와 강도가 달라 갑자기 쓸만한 대안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책을 읽으며 이리저리 생각했던 시간이, 후에 비슷한 문제의 해결에 꽤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외국 서적의 이론을 정리하고 약간의 한국적 사례를 추가한 이런 류의 책들이, 그래도 여전히 유효한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포지셔닝'이나 '마케팅 불변의 법칙'의 근본 개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지만, 당면한 차별화의 과제를 헤쳐나가기 위해 '생각해 가며'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인 것 같습니다.
때론 책에서 말하는 주제에 대해, 때로는 책과 전혀 관계 없는 고민을 하면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저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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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100장면
박은봉 지음 / 실천문학사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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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홈페이지를 보면 대개 CEO 소개란이 있습니다. 형식적으로 간단한 약력과 인사말을 수록해 놓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가끔 특별히 신경을 써 만든 CEO 개인 페이지가 눈에 띕니다. 안철수 연구소의 안철수 前 대표가 그러했고, 휴넷의 조영탁 대표가 운영하는 '행복한 경영이야기'는 책으로까지 출간이 되었습니다. 사례가 얼마 되지 않으나 이렇게 남달리 정성껏 만든 사람들의 공통점은 책을 많이 읽는 CEO라는 점입니다.

새벽에 우연히 제일모직 제진훈 사장의 홈페이지(http://www.jejinhoon.pe.kr)를 발견했습니다. 어느 신문 기사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CEO 중의 한 사람으로 소개했는데, 그의 독서량은 한 달 평균 15~20권 정도라고 합니다. 단순히 몇 권을 읽었느냐는 것만으로 한 사람의 독서 수준을 판단하기 힘들지만, 여하튼 대기업의 CEO로서 그 정도의 독서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의 홈페이지를 보면, 그는 30여년 전부터 줄곧 새벽 4시에 일어났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 주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데, 새벽 공기를 마시면 머리도 맑아져 집중도 잘되고 많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회사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CEO가 권하는 책〉이라는 코너가 따로 있고, 매달 임직원에게 보내는 〈CEO 메시지〉코너가 있는데 이번 달에는 특이하게 《BLUE OCEAN STRATEGY》라는 책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책 좋아하는 CEO라는 말이 허언虛言이 아닌 듯 싶습니다.

새벽에 눈을 떠 한 주의 시작을 알리는 리뷰를 쓰려다가 우연히 이 새벽녘에 깨어있을 또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오늘 책 리뷰는 메인이 아니라 마치 자투리같은 느낌이^^.

각설하고, 지난 번에 《세계사 100장면》을 재밌게 읽고 나서 바로 《한국사 100장면》을 샀습니다. 아마 전작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바로 후속작을 만든 것 같은데요, 그렇다고 대충 만들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계사보다 분량은 더 많습니다. 530 쪽이 넘습니다. 분량이 많다고 하여 읽기가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한 장면마다 5쪽 내외에 불과하여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다 읽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릴 뿐입니다.

이 책에 대해 특별하게 말씀드릴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구성이나 특징은 《세계사 100장면》과 거의 같습니다. 각각의 장면을 순서와 무관하게 따로 읽어도 상관 없지만, 순서대로 읽어 나가면 여러 장면이 순차적으로 교차하면서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특히 전체 100장면 중에 반을 근현대사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조선의 봉건주의적 폐혜가 극에 달했던 19세기 중엽부터 제국주의에 의한 개항과 일본의 주권 침탈까지의 과정은 읽을 때마다 가슴이 쓰립니다. 뒤늦게 자본주의 대열에 끼어든 일본이 한반도와 만주를 손에 넣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해가는 과정,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묵인받는 과정, 그리하여 한일의정서-을사조약과 한일합방 조약에 이르는 과정을 지켜보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세계사 책을 통해 제국주의의 식민지 분할 과정을 다소 무덤덤하게 읽었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의 역사이고, 책으로 기록됨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역사적 과정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역사 왜곡과 독도 문제로 한참 시끄러운 요즘, 역사책 한 권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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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용의 힘
이영만 지음 / 은행나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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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으며 배를 잡고 웃은 적이 있었습니다. 초기 프로야구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이야기들, 그것으로 세상 사는 지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혹시 아직 읽어보지 못하신 분, 그러면서 지금의 생활이 단조롭거나 좀 지겨운 분들, 꼭 한 번 읽어보세요~ 강력 추천!
그 책을 보면, 삼미슈퍼스타즈는 '자신만의 야구'를 한다고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자신만의 야구의 핵심은 바로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그래서 가장 힘든 야구라고 주장합니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가장 힘든 야구, 그래서 오직 삼미만이 할 수 있었고, 결국 '놈'들은 삼미의 해체를 결심하고, 모기업 삼미를 부도시키고.... 지금 다시 생각해도 그 명랑한 필체에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그런데, 현실로 돌아와, 그 때 삼미슈퍼스타즈 감독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감독의 이름도 기억이 안 납니다. 삼미슈퍼스타즈는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소설로 다시 세상에 태어났지만, 그 감독의 이름은 영영 잊혀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는 패장이었으니까요. (당시 초대 감독은 박현식 감독. 사실 왕년의 홈런왕으로, 말 그대로 슈퍼스타였습니다. 그러나 13경기만에 해고된 역대 최단명 감독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최고의 승장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김응용입니다.


《김응용의 힘》을 읽었습니다.
평소에 워낙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 지금 프로야구 팀이 몇 개인지 알지도 못하고, 들어도 까먹는 - 제가 이런 책을 산 것부터가 '김응용의 힘'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 대구에서 자랐습니다. 거긴 삼성라이온즈의 연고지입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그야말로 '난리'였습니다. 지역감정까지 격해있던 때라, 대구종합운동장 앞의 해태 선수단 버스가 불타기도 하고...
그 때 저는 중학생이었는데, 프로야구 어린이 회원을 모집한다고 해서 동생과 함께 등록을 했습니다. 어디냐구요? '해태'요^^. 아마 어린이 회원이었으니까 가능했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남들이 모두 하늘색의 삼성라이온즈 잠바를 입고 있는 사이에, 동생과 나만 새까만 해태타이거즈 옷을 입고 있었으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그 때 그 모습이 너무 웃깁니다. 사실 우리도 삼성 회원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회원이 너무 많이 모집되어서 더 이상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해태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김응용의 힘》을 산 것도 그런 사연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만약 '김영덕의 힘'이나 '정동진의 힘' - 이랬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겁니다.

오늘 리뷰는 좀 이상하네요. 책 얘기는 안 하고 개인적인 잡담만 하고 있으니... 이제 각설하고!
이 책, 재미있습니다. 이 역시 순전히 '김응용의 힘' 때문입니다. 책의 부제가 '이 남자가 이기는 법'인데, 바로 그 내용입니다. 프로야구 20년史에서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이라는 기막힌 기록을 가진 이 사나이가 이기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현재 경향신문 편집국장이며 과거 10여 년을 체육기자로 활동한 이영만 국장입니다. 그가 발로 뛰며 보고 들은 내용을 토대로 '뭔가 특별한 남자' 김응용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김응용의 주특기는 침묵, 무언. 그러다가 심사가 뒤틀리면 수많은 관중 앞에서 발길질. 제 아무리 슈퍼스타라도 예외는 없습니다. 스타의 자존심 따위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훈련 모습이 못 마땅하면 아무말 없이 괜한 기물을 파손한 뒤 사라져버립니다. 다음날 훈련장은 열기로 가득차 있습니다. 감독이 와도 눈길 한 번 마주치지 못할 정도의 긴장감이 돕니다. '말없음 + 느닷없는 폭력'에 길들여집니다. 보지 않아도 마치 보는 듯한. 원형 감옥 파놉티콘을 연상시킵니다. 그러다가 선수들이 항명하면 스스로 먼저 짐을 싸서 나가버립니다. 구단이 발칵 뒤집힙니다. 결론은? 다시 원점. 그의 머리에는 '감독은 나다'라는 강한 자신감과 원칙이 있습니다.

'토사구팽'은 비인간적인 사람들에게 욕이나 마찬가지로 사용되는 말입니다. 그러나 김응용은 '토사구팽'합니다. 쓰임이 있으면 쓰고 그렇지 않으면 과감하게 버립니다. 용케 스스로 나가게 만들든지, 아니면 억지로라도 버립니다. 잘 하는 선수와 필요한 선수는 따로 있다고 합니다. 필요한 선수를 위해 잘 하는 선수와 바꾸기도 합니다. 버림받는 사람은 이를 갈겠지만 김응용에게 예외는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래도 쓸만할 때 버리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구단으로서도 돈이 되고, 맞바꿔 데려오는 사람 또한 제대로 고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개의 경우 버림받은 사람이라도 재기에 성공합니다. 역설적으로, 아직 쓸모가 있을 때 버려주기 때문입니다. '쓸 만한데 왜 버리느냐?'는 질문에 '쓸 만하기 때문에 버린다'가 대답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그만의 방식에 매료됩니다. 한 마디로 호쾌합니다. 그러나 김용용式의 리더십을 따라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건 오직 김응용 방식일 뿐, 저같은 놈은 흉내내려고 해도 도저히 할 수 없습니다. '힘'도 없거니와 성격이 도저히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야구에 미쳤다는 것입니다. 애초부터 덕장德將을 포기하고 오직 승장勝將으로만 기억되길 바란 것인지도 모릅니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그것만이 유일한 덕德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야구를 할 땐 야구 생각하는 재미로 산다. 야구를 하지 않을 때는 야구를 더 잘할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쯤 되면 할 말이 없습니다.
"신기하다. 야구는 몇 년 전 경기까지 복기가 되는데 자동차는 아침마다 어디 세웠는지 헤매곤 한다. 그게 내 인생이다."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는 말, 이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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