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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100장면
박은봉 지음 / 실천문학사 / 1997년 1월
평점 :
절판
회사 홈페이지를 보면 대개 CEO 소개란이 있습니다. 형식적으로 간단한 약력과 인사말을 수록해 놓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가끔 특별히 신경을 써 만든 CEO 개인 페이지가 눈에 띕니다. 안철수 연구소의 안철수 前 대표가 그러했고, 휴넷의 조영탁 대표가 운영하는 '행복한 경영이야기'는 책으로까지 출간이 되었습니다. 사례가 얼마 되지 않으나 이렇게 남달리 정성껏 만든 사람들의 공통점은 책을 많이 읽는 CEO라는 점입니다.
새벽에 우연히 제일모직 제진훈 사장의 홈페이지(http://www.jejinhoon.pe.kr)를 발견했습니다. 어느 신문 기사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CEO 중의 한 사람으로 소개했는데, 그의 독서량은 한 달 평균 15~20권 정도라고 합니다. 단순히 몇 권을 읽었느냐는 것만으로 한 사람의 독서 수준을 판단하기 힘들지만, 여하튼 대기업의 CEO로서 그 정도의 독서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의 홈페이지를 보면, 그는 30여년 전부터 줄곧 새벽 4시에 일어났다고 적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 주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데, 새벽 공기를 마시면 머리도 맑아져 집중도 잘되고 많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회사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CEO가 권하는 책〉이라는 코너가 따로 있고, 매달 임직원에게 보내는 〈CEO 메시지〉코너가 있는데 이번 달에는 특이하게 《BLUE OCEAN STRATEGY》라는 책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책 좋아하는 CEO라는 말이 허언虛言이 아닌 듯 싶습니다.
새벽에 눈을 떠 한 주의 시작을 알리는 리뷰를 쓰려다가 우연히 이 새벽녘에 깨어있을 또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오늘 책 리뷰는 메인이 아니라 마치 자투리같은 느낌이^^.
각설하고, 지난 번에 《세계사 100장면》을 재밌게 읽고 나서 바로 《한국사 100장면》을 샀습니다. 아마 전작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바로 후속작을 만든 것 같은데요, 그렇다고 대충 만들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계사보다 분량은 더 많습니다. 530 쪽이 넘습니다. 분량이 많다고 하여 읽기가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한 장면마다 5쪽 내외에 불과하여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다 읽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릴 뿐입니다.
이 책에 대해 특별하게 말씀드릴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구성이나 특징은 《세계사 100장면》과 거의 같습니다. 각각의 장면을 순서와 무관하게 따로 읽어도 상관 없지만, 순서대로 읽어 나가면 여러 장면이 순차적으로 교차하면서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특히 전체 100장면 중에 반을 근현대사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조선의 봉건주의적 폐혜가 극에 달했던 19세기 중엽부터 제국주의에 의한 개항과 일본의 주권 침탈까지의 과정은 읽을 때마다 가슴이 쓰립니다. 뒤늦게 자본주의 대열에 끼어든 일본이 한반도와 만주를 손에 넣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해가는 과정,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묵인받는 과정, 그리하여 한일의정서-을사조약과 한일합방 조약에 이르는 과정을 지켜보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세계사 책을 통해 제국주의의 식민지 분할 과정을 다소 무덤덤하게 읽었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의 역사이고, 책으로 기록됨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역사적 과정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역사 왜곡과 독도 문제로 한참 시끄러운 요즘, 역사책 한 권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