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차별화의 법칙 - 소비자를 유혹하는 24가지 키워드
홍성준 지음 / 새로운제안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 몇 년 동안 제가 가장 많이 접한 단어 중의 하나가 바로 '차별화'입니다. 너무 많이 듣다 보니 그 말이 도리어 전혀 차별화되어 인식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별화의 법칙》이라는 정말 판에 박힌 제목의 책을 또 사서 봤습니다. '차별화' -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죽을 때까지 생각해야 할 과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앞 부분에서 '차별화'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차별화의 근본 개념과 성공을 위한 방법 등 24가지의 '법칙'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차별화'를 'unique + value'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남과 구별되는 '독특하되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역시나 이 책도 '차별화'라는 개념 자체를 어디에서나 사용 가능한, 빠져나갈 수 없는 개념으로 정의하고 출발합니다. 제가 본 대개의 마케팅 서적은 이렇게 주요 개념에 대한 정의만으로도 책 내용의 90% 이상을 알 수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어떻게 하면 unique 한 상품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value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국내외의 사례를 종합 정리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여기에 한 가지 속성을 덧붙이면 비로소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는 완전한 정의가 될 것 같습니다.
'unique + value' & 'success!!' - 독특하고 가치가 있으면서, 결국은 '성공'한 것. 저자가 비록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unique하고 value가 있되 실패한 사례도 꽤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제11법칙으로 제시한 '스피드와 타이밍의 법칙'에 위배되었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서두요. 어쨌거나 결국 모든 사례는 '성공한' 경우에만 인정이 됩니다.
예전에 마케팅이나 트렌드 서적을 볼 때는 매우 큰 기대를 하고 봤습니다. 무언가 책 속에 길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책 한 권을 독파하고 나면 꽉 막힌 현실을 타개할 실마리가 보일 것 같은 느낌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런 책을 보면서 그런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경험적으로 볼 때 이런 책은, 이해는 되지만 구체적인 문제에 부딪쳤을 때 막상 급히 쓸 무기가 되지 못합니다. 현상을 설명할 수는 있으되 나에게 닥친 문제에 대한 해답은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지나온 과거는 족집게처럼 맞추면서도 정작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점쟁이들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이런 책을 꾸준히 구해 보는 것은, 책을 읽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주제라도 때에 따라 고민의 깊이와 강도가 달라 갑자기 쓸만한 대안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책을 읽으며 이리저리 생각했던 시간이, 후에 비슷한 문제의 해결에 꽤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외국 서적의 이론을 정리하고 약간의 한국적 사례를 추가한 이런 류의 책들이, 그래도 여전히 유효한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포지셔닝'이나 '마케팅 불변의 법칙'의 근본 개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지만, 당면한 차별화의 과제를 헤쳐나가기 위해 '생각해 가며'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인 것 같습니다.
때론 책에서 말하는 주제에 대해, 때로는 책과 전혀 관계 없는 고민을 하면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저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