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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행복하게 외동아이를 키우는 비결
패트리샤 내크먼.안드레아 톰슨 지음, 정지인 옮김 / 이미지박스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혹시라도 일찍 퇴근하려고 집에 전화를 걸면 제 딸 동주는 통통 뛰며 큰 소리로 신난다고 외칩니다. 어서 집에 가서 동주가 잠들기 전에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싶어집니다. 책 읽어 달라, 같이 색종이 접자, 같이 오리기 하자, 같이 놀자, 제가 쉬는 주말이면 단 한시라도 떨어져 있으려 하지 않습니다. 이럴 땐 조금 귀찮아져 아이에 대한 게으름이 발동하기는 하지만, 월요일에 출근길 지하철 역에서부터 아른거리는 것이 동주 얼굴입니다. 가끔 외출하는 제 아내도 저와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이렇듯 '하나밖에' 없는 제 딸은 저와 제 아내의 삶에 매우 깊숙히 - 아니 그것보다 훨씬 강한 접착력과 강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딸이 건강하게 '커주는' 것이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오직 딸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마음이 어디 저희 가족만의 마음이겠습니까? 자식을 둔 모든 부모의 마음이겠지요.
우리 딸은 외동입니다. 형제나 자매가 '아직' 없다는 뜻이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습니다. 아이가 이제 어린이집도 잘 적응할 정도로 자라고 나니 양가 부모님으로부터 은근히 또는 노골적으로 아이를 더 낳으라고 얘기를 듣습니다. 그러나 저는 별 생각이 없습니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으나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좀 어렵습니다. 어쨌거나 아내와 딸, 우리 가족 모두를 위해 저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개인적인 믿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은 물론이거니와 주변 사람들이 가만히 있질 않습니다. '혼자는 외롭다', '아이를 더 낳지 않는 것이 너무 이기적이지 않느냐?', 심지어는 '이런 상태(저출산율)로 가면 머지 않아 나라가 망한다'는 말까지 듣습니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왠지 하나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합니다. 형제나 자매가 없으면 무언가 짝이 맞지 않은 비정상적인 가족 구조처럼 느껴지나 봅니다.
저는 이 자리를 통해, 자식은 하나면 족하다 또는 최소한 둘이나 셋은 되어야한다고 자식의 적정 수가 몇 명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저처럼 어떠한 이유가 있거나 또는 부득이하게 현재 자식이 하나밖에 없는 부모들이 주위 사람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로부터 느끼는 '죄책감'이나 당혹감 또는 심리적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한다는 생각뿐입니다. 다행히 《즐겁고 행복하게 외동아이를 키우는 비결》은 이런 저의 바람을 속시원히 해결해 주고 있습니다.
책에는 제가 평소가 가지고 있던 의문들, 예를 들어 '자식을 하나만 가지는 것은 이기적인 생각이 아닐까?', '외동 아이는 너무 외로워하지 않을까', '혹시라도 내가 죽으면 우리 아이는 어떻게...', '혹시라도 하나밖에 없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외동 아이는 응석받이가 될 확률이 높다던데', '주위를 보니 이맘 때쯤 동생을 갖고 싶다고 간절히 원한다던데' 등등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저의 선입견을 조목조목 바로잡아 주고 있습니다.
1926년부터 1985년까지의 60년 사이 각기 다른 시기에 실시된 외동아이를 대상으로 한 141가지 연구 내용을 통해 '가족 구성과 아이의 성격적 특성'을 연구한 폴리트와 팔보의 연구 결과는 여러 면에서 외동 아이에 대한 일반적 편견을 뒤엎습니다. 수많은 사례가 나오지만, 결론적으로 "이 메타 분석의 결과는 성격적 특성의 관점에서 외동 아이들은 형제 자매와 함께 자란 다른 아이들과 실질적인 차이점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고서는 말합니다. 이들은 관찰 대상으로 삼은 자기 통제력과 정서적 안정감, 사회적 참여 등의 자질들에서 외동아이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많은 경우에 오히려 동기가 있는 아이들에 비해 약간의 우세함을 보였다고 합니다. 또한 "외동 아이들은 두 자녀 가정의 아이들보다 인지능력과 지적인 기능에서도 결코 불리하지 않았고 최소한 동등하거나 오히려 더 우수한 능력을 보였다"고 적고 있습니다.
많은 연구 결과에서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이들이 '외동이기 때문에' 외로움을 더 느끼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외로움을 느낀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른들의 편견이 아이들에게 자연스레 투사된 결과라는 것입니다. 동생을 갖고 싶어하는 하는 아이들의 생각은 '공상'이라고 단언합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외로움의 신호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적고 있지만,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는, 그래도 형제 자매는 있어야 돼,라고 생각하실지 모릅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굳이 이 책 저자들의 말을 빌지 않아도, 제가 보아온 사람들만 보더라도 형제 자매가 있다고 해서 '정상적인' 인간 관계와 정서를 가지고 자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책은 형제 자매보다는 외동 아이가 더 낫다는 식의 이야기는 결코 하지 않습니다. 기존의 연구 결과와 저자들의 상담 사례와 연구 결과를 통해 형제 자매가 있는 경우나 외동 아이로 자라는 경우나 실제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동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알아 두면 좋을 육아에 대한 지식을 담고 있습니다.
원해서건 원하지 않든 지금 외동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께 이 책을 꼭 권해드립니다.
부모가 가지고 있는 외동 아이에 대한 근거없는 편견과 불안감이 오히려 아이에게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편견과 불안감은 나도 모르게 자식에게 투사되어 아이가 자라 성격을 형성하는 데 그대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해 잘 조화된 한 쌍의 부모 사이에서 건전한 삼각 관계를 유지하며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성취 의욕이 높고 사회성이 강한 아이로 커가도록 부모가 해야할 일들과 떨쳐버려야 할 선입관과 편견들을 알 수 있습니다. 외동 아이를 키우면서 이 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