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손가락의 기적
루이스 새커 지음, 이진우 옮김 / 사람과마을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아깝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리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기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음 좋겠다.

숨은 명작을 발견했을때의 기쁨. 얼마 전 기대없이 본 '천상의 피조물들'(너무 유명한가..)과 '엄지 손가락의 기적'.

이 책은 원서로 처음 접했었다. 'The Holes'(구멍)이란 원제로, 내용이 재밌을 것 같아 비싼 돈 주고 구입해 읽었다. 몇 페이지 읽어봤는데,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해서 그런지, 아니면 작가의 스타일인지, 영어도 단문으로 쉬운 편이었고, 재밌었다. 그런데 마침, 놀러온 외국 사는 조카에게 선물로 주고 말았다.(아깝다..) 그리고 우연히 이 책이 '엄지 손가락의 기적'이란 제목으로 번역되 나왔다는 걸 듣고 냉큼 집어들었다.

정말 재밌고 환상적인 소설이다. 차분하고 담담한 문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빨리 읽히니까. 만연체는 질색이다.)

아무것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주인공. 조상 대대로 지독히도 운이 따라주지 않는 스탠리 옐러츠 일가.

주인공 스탠리는 이 못난 조상탓에 억울하게 도둑으로 몰리어 감옥 대신 일종의 소년 감화원인 '초록 캠프'로 간다. 그리고 그곳 물한방울 안나고 비한방울 오지 않는 사막의 캠프에서 내내 구멍을 판다. 왜 하필이면 구멍일까?? 왜 책 타이틀이 엄지손가락의 기적일까? 스탠리 조상들의 이야기는 왜 자꾸 나오는가...

현재와 100년도 더 된 과거의 선조들의 이야기가 교차 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마술을 부린다..

결코 오버하지 않은 행복한 결말까지...

번역도 좋았고, 일종의 어드벤처 환상 소설임에도 결코 오버하지 않은 , 오히려 약간은 가라앉은, 멜랑코리하기까지 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읽는 내내 행복했고, 추리 소설 못지않게 하나 둘 퍼즐을 맞추어가는 즐거움도 누렸다. (등장인물 하나 하나, 문장 하나하나도 그냥 넘어가선 안 될것.) 작가의 상상력에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출판사의 의도가 어땠는지, 책 타이틀과 표지 아트웍이 그야말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의식한 것인가?

표지만 보면 상상력 전혀 없는, 너무도 심플한 청소년 권장 도서같다. 주인공 이미지와 전혀 동떨어진 소년를 그려놓질 않나... 도대체가 책 내용과 전혀 동떨어진 표지다.

어른이 봐도 너무 좋은 소설인데, 너무 동화의 냄새만 풍겨, 이 책이 '더 호울'의 번역서라는 걸 몰랐더라면, 그냥 지나쳐 버렸을 것이다.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아직도 이렇게 그냥 지나쳐 버린, 저 구석에 숨어있는, 숨은 명작들이 얼마나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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