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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빅토리아 턴불 지음, 김영선 옮김 / 보림 / 2017년 9월
평점 :
뭔가 어지러워 보이는 주변 잡것들(자세히 보면 망가진 물건들이다) 속에 파랑새와 함께 있는 귀여운 여우의 표정이 밝아 보인다.
'판도라'하면 그리스 로마신화의 '판도라의 상자'를 떠올리게 된다.
그 판도라와 이 그림책 판도라는 표지를 봐서는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였다.
실크프린트한 양장본이라 느낌이 새롭고 고급지다.
잔잔한 톤의 그림이지만 어쩐지 어두워보인다.
판도라는 이 망가진 물건들이 잔뜩 쌓인 곳에 혼자 살고 있다.
망가진 물건들을 고치면서.
그것들은 판도라의 손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이 대목에서는 아이와 업사이클링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아이는 판도라의 집을 보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떠올렸다.)
그러던 어느날, 어딘가 망가진게 분명한 파랑새.
하지만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모르는 판도라는 그저 포근한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고 밤새 지켜주었다.
날이 갈수록 기력을 찾고 튼튼해진 판도라의 손님은 멀리 날아갔다 올때마다 선물을 하나씩 물고 왔다.
하지만 어느날, 더이상 찾아오지 않는 작은 손님.
이 장면을 보는데 앗! 이것이 판도라의 상자인가?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작은 손님이 떠나고 난 후 판도라는 다시 혼자가 된다.
"가슴이 고장난 것만 같다"는 표현과 그림이 무척 마음에 와닿는 장면이다.
그 감정이 잠깐 이입읻 되어 어쩐지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작은 손님이 찾아와주고 그가 남겨준 판도라의 상자,
그곳에서 또다른 생명과 희망이 싹텄다.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이 된다.
'판도라의 상자'와 어쩐지 비슷한 것 같지만 어쩐지 조금 더 미래지향적이란 느낌이다.
"희망"이 남아 있다는 메세지는 같지만 신화의 판도라의 상자는 희망이 갖혀있다면,
그림책 '판도라'가 말하는 희망은 앞으로도 더 많이 피어날 것 같다.
신화를 조금 아는 나와 큰녀석은 뭔가 알듯 모를듯한 표정을 지었고,
전혀 모르는 막둥이들은 그저 예쁜 그림을 보면서 즐거워했다.
표현은 하지 못했으나 아마도 희망이 주는 긍정적 에너지를 받아서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