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올해 일곱 살 ㅣ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27
류젠핑 지음, 유소영 옮김 / 보림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올해 일곱 살'은 보림 중국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중 하나다.
그간 몇권 정도 읽어봤는데 그중 가장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었다.
표지에서처럼 초등학교 1학년 아들, 내 아이와 비슷한 경험들 때문에 많은 부분 공감이 되어서인가 보다.
장편소설 '올해 일곱 살'을 비롯한 '외로울 때 친구', '동굴 탐험'의 단편 두편도 함께 실려 있다.
'올해 일곱 살'은 1986년 8월 29일, 아보의 일곱번째 생일부터 1987년 12월까지 아빠가 쓴 육아일기 형식의 소설이다.
(일곱살이 되었는데 초는 여섯개를 꽂는 것도 우리와 다른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초등입학할때의 설레임과 두려움부터 시작하는 글은 지난해 아이가 입학할때의 내 기분과도 닮아서 초반부 흠뻑 빠져들었다.
아이 역시 너무나 기다리는 일이라 새벽 5시 40분에 일어나서 학교갈 준비를 한다.
너무 이른 시간 아닌가 싶었는데 중국의 아이들은 다 그렇게 일찍 일어나나?
지금도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책 속에선 입학 절차에 지능을 보기 위한 시험을 치르는 장면이나,
오전 수업후 집에 왔다가 다시 학교를 가는 등 우리와 닮은 듯 다른 중국의 초등입학 절차나 초등학교생활 등도 엿볼 수 있다.
1980년대 후반 중국이라는 것 까지는 알겠는데 아보의 집이 다른 보통 가정과 같을까? 이런 궁금증도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우리나라도 인라인스케이트가 당시 그리 흔한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전 수업 후 집에 안오고 오후 수업시간이 다 되어서야 돌아온 일화나 용돈으로 친구들에게 크게 한턱 쏘는 아보를 보고는 우리 아들녀석과 참 똑같군 싶다.
학교에서 집까지 10분이면 될 거리가 늘 4~50분이나 걸리는 녀석. 집이 참 먼건가, 아님 집에 오기 싫은건가 늘 고민했었는데
아보 아빠의 글을 보고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다.
시대나 국경을 초월한 남자아이들의 공통점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남자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점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시원하기도 했다.
p. 72
학교가 끝나고 네가 '정확한 시간'에 돌아온다면, 아빠는 분명히 정말 슬플 거야.
네가 무척 재미없는 아이가 될 테니까.
더 이상 일곱 살짜리 개구쟁이가 아니라 1초의 오차도 업슨 수정 시계나 사전에 모든 프로그램이 장착된 로봇이 되겠지.
다만, 육아방식에 있어서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도 있었다.
요즘이 아닌 1980년대라는 걸로 이해하려고 해도 "짱"이 되라는 말이나 "여자라서" 괴롭히지 말라는 부분은 공감하기 힘들었다.
p. 48
"쑨 청하고는 사이좋은 친구가 되었겠네?"
"응, 최고로 좋은 친구가 되었어. 쑨청이 지금 우리 반 짱이거든, 내가 두 번째고.
나는 쑨청 말만 들어, 다른 애들은 모두 내 말을 듣고."
학교 다닌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2인자가 되다니 정말 뜻밖이었어.
"두 번째는 시시하다, 짱이 돼야 근사하지."
p. 119
"정말 네가 그 애들을 괴홉혔든 아니든 남자애가 여자애들을 괴롭히는 것은 좋지 않아.
그런 생각 자체가 잘못된 거지. 자, 어서 가서 숙제해라!"
돌이켜 보면, 아이가 지금까지 제일 많이 성장했다고 느끼는 건 태어나서 돌때까지와 초등 입학하고 1년이 아닐까.
한번 뿐인 아이의 초등1학년을 아빠의 육아일기 형식을 통해서 다시 한번 되돌아볼 수 있었다.
부모들도 많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겠지만, 고학년 이상이라면 부모의 자식사랑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느껴볼 수 있을 것 같다.
육아일기라는 형식을 빌어 아보의 성장과정과 중국의 교육, 생활상을 엿볼 수 있기는 했으나
여느 육아일기와는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형식같이 느껴져서 (아마도 먼 훗날 아보에게 들려주느 아빠의 이야기라는 의미겠지만) 조금 어색하기도 했다.
p. 191
영원히 네가 자라지 않았으면, 영원히 이렇게 순수하고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러웠으면, 영원히 맑은 눈으로 세상 모든 것을 보듬을 수 있었으면, 네 마음이 자유자재로 이 호수와 산을 떠다닐 수 있었으면, 영원히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푸른 하늘, 흰 구름 사이를 노닐 수 있었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