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이가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77
송미경 지음, 서영아 그림 / 시공주니어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이도서관에서 한 김은하님의 "처음 시작하는 독서동아리" 강의에서 함께 읽고 이야기해 본 책이다.

도서관에서는 대출중이라 아이에게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와 달라고 부탁한 책이기도 하다.



 

'어떤 아이가'에는 다섯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이 중에서 강의시간에 함께 읽은 건 "어른 동생"이다.



 

아마 강의시간이 아닌 아이가 읽는 책이 궁금해서 읽어보는 정도였다면

이렇게 긴 여운이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함께 읽고 뭔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좀 더 자세히 곱씹어 읽고,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되는 소중한 기회였다.


"보스 베이비"와 비슷한 내용같다고만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으나, 마지막장을 덮을때의 첫 느낌은 "뭐지?"

작가가 뭔가 전달하려고 하는 묵직한 메세지가 있는것 같긴 한데 한번에 알아보지 못하는 갑갑함도 느꼈다.

함께 이야기하다 보니 아~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엄마는 열두살 하루에게는 다 컸다며 주방놀이 같은 장난감은 사주지 않는다.

동생 미루는 몸은 다섯살이지만 나이는 서른 네살, 어른인 채로 태어났다.

정우 삼촌은 몸은 서른 네살이지만, 나이는 열 살로 나잇값 못한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누구나 나이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한다.

나이에 맞다고 할때 그 나이는 어떤 나이를 말하는 걸까?

나는 어떤 나이로 살아가고 싶은 걸까?

이야기를 하면 할 수록 점점 철학적 질문들이 쏟아져나온다.


이야~ 신기하다.

이 짧은 소위 "아이들이 읽는 책"으로 이야깃거리가 되고 또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다니 말이다.

송미경 작가의 글이었기 때문도 하겠지만, 이것이 함께 읽는 맛이 아닌가 싶다.

쉬운 책이었음에도 생각할 거리가 많은,

처음으로 함께 읽는 즐거움을 알려준 놀라운 경험을 안겨준 책이라 내겐 의미가 있다.


어떤 사람은 텍스트 속에서 곱씹어 보기도 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삽화들로도 많은 의미를 찾는다.

혼자 읽으면서 놓쳤던 부분을 되집어 볼 수도 있어 좋았다.



표제작인 "어떤 아이가"는 작가가 쓴 두번째 단편이라 한다.

같은 집에서 일년이나 같이 살았다던 어떤 아이가 떠나면서

너희 가족처럼 그 아이에게는 물론이고 서로에게도 관심없는 새로운 가족을 찾아 떠단다는 메모를 보고

그제서야 가족사진에서 그 아이를 발견하게 된다.

정말 이게 가능한 일일까?

"어떤 아이가"는 가족간 소통의 부재를 꼬집는다.


 

 

다섯 편 모두 X파일처럼 뭔가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이다.

어쩌면 일상생활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특히 작자각 처음 쓴 단편작품인 "아버지 가방에서 나오신다"가 인상적이었다.

이 시대의 씁쓸한 아버지상을 대변하는 것 같다.


시공주니어 문고 레벨3에 속하는 초등고학년 이상 독서를 권장하는 책이다.

텍스트나 단순한 내용보다는 작가의 메세지를 이해하려면 고학년이상은 되어야 할 것 같다.

아이들 책도 참 많이 느끼고 배울게 많구나를 새삼 느낀다.

"어른 동생"뿐만 아니라 다른 단편들로도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었음 좋겠다.


p. 70

왜, 보면 듣지 못하는 걸까.
- ‘없는 나‘ 중에서

p. 91

"네 엄마는 단 한 번도 인형 눈을 보며 말을 건넨 적이 없어.
그래서 인형의 눈으로는 세상을 볼 수 없지."
- ‘귀여웠던 로라는‘ 중에서

p. 106

그중 가장 충격적이고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는 어떤 마을의 아버지들은 거의 매일 아이들과 함께 공놀이를 하거나 요리를 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도 그걸 믿지 않자 아저씨는 늦은 시간인데도 기꺼이 우리와 공놀이를 해 주고 늦은 시간인데도 우리를 위해 이름을 알 수 없지만 아주 맛있는 요리를 해 주었다.
- ‘아버지 가방에서 나오신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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