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섹시해지는 인문학 지도 - 막힘없는 상식을 위한 14개의 교양 노선도
뤼크 드 브라방데르.안 미콜라이자크 지음, 이세진 옮김 / 더퀘스트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굉장히 자극적인 제목의 <뇌가 섹시해지는 인문학지도>

원제도 그럴까? 궁금해진다.

일명 프랑스판 "지대넓얕: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타이틀이 딱이다.

한국판 지대넓얕을 아직 읽진 못해서 비교는 못하겠고,

이 책은 참으로 넓고도 넓은 인문학 세계를 얕게 파 놓은 책이다.

또 하나 특이할만한 점은 넓게 퍼져있는 인문학 체계를 지하철 노선처럼 도식화했다는 것이다.


왜 지하철 노선도로 풀어냈는지에 대한 이유는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첫째, 철학도 과학 못지않게 유용하고, 중요하고, 없어서는 안될 학문이다.

둘째, 학문의 분야에선 딱 떨어지는 경계가 없으므로 서로 교차되고 연결되는 대중교통망으로 표현하기 좋다.

셋째, 주제들을 연결하는 가교가 주제 자체만큼 중요하다.

넷째,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말처럼, 형식도 토대만큼 중요하다.

다섯째, 교통망의 구조는 처음과 끝을 규정할 필요가 없다.



 

철학, 모델, 체계, 지각, 논리학, 언어, 심리학, 인식론, 기술, 혁신, 창의성, 미래학, 윤리학, 유머까지

총 14개 꼭지로 구성되어 있어 다루는 분야만으로도 엄청나다.

철학적 접근을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대부분 철학자 이름이지만, 꼭 그렇지 않은 부분들도 있다.

부록의 인물찾아보기를 제외한 총 230여페지 분량으로 총 14개의 노선을 설명했기 때문에 깊이는 정말 없다.

분량에 비해 등장인물은 어마어마하기에 각 인물에 대한 기본 정보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부록의 인물설명을 읽어봐도 아는 것만 보이는지라,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인문학 전체 노선도는 마지막 페이지에 나오는데 읽을 때마다 몇번을 펼쳐봤는지 모르겠다.

이 지도가 머릿속에 그려져야 책 내용이 이해될 것 같다.



 

지하철 노선도에 착안해서 집필한 인문학지도라

각 꼭지별로 지하철 안내멘트처럼 나오는데 편집에서 위트가 느껴진다.


 


 



전체 노선도는 마지막페이지에서 정리해주고, 꼭지별로 노선별 특이사항을 부연설명해준다.

꼭지별로 15페이지 내외의 분량에 이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기에 어떨때는 한두줄로, 많아봐야 한문단 정도의 설명밖에는 없다.

넓지도 깊지도 않은 나의 인문학적 소양으로는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움이 많았지만, 흥미로운 부분들도 꽤 있었다.

예를 들어, 본문에서 언급된 "왜 그리스인가?(자클린 드 로밀리)" 같은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들기도 했고,

제논의 역설과 라이프니츠의 미분법, 인지 편향의 효과를 사례로 든 피자계산법, 무의식의 프로이트와 의식의 데카르트의 충돌,

신의 존재에 대한 파스칼의 내기, 호레이스 월폴 '세렌딥의 세 왕자'에서 유래한 '세렌디피티(serendipity)' 같은 이야기들은

좀 더 깊이있게 알고 싶은 지적자극이 되었다.

연계독서를 통해 확장해 나가야 하는 건 내 몫이리라.


마인드맵이라는 걸 그려본 적이 있었다.  같은 내용이라도 그리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기호나 그림, 자신만이 아는 암호를 사용해서 그걸 만든 사람만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참고서의 핵심정리도 마찬가지이다. 내용을 알고 핵심요약을 보면 아하~ 이해가 되지만,

핵심요약만 봐서는 온전히 자기 공부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인문학 전체 노선도를 보면서 저자가 그린 마인드맵 같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다.

노선도 속 작은 기호들을 어떤 것은 이해하겠고, 어떤 것은 왜 이렇게 썼는지 아무리 뒤져봐도 모르는 것도 있었다.

전체적인 노선도가 머릿속에 잡혀지지 않아서 책읽는게 고생스럽긴 했는데,

서양철학에 대한 지식이 무(無)일 경우엔 이렇게 기본적으로 큰 흐름을 파악하는데는 도움이 되긴 한다.

다만, 이것을 내것으로 만들어 새롭게 만들어낸 지도가 있어야 온전히 내것이 될 것이다.

그러기에 이 책은 인문학서라기 보다 인문학(서양철학)을 읽는 방법서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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