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년 ㅣ 보림 창작 그림책
윤동주 시, 이성표 그림 / 보림 / 2016년 10월
평점 :
표지가 한지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다.
난 어떻게 여기에 인쇄했을까 그것부터 궁금해진다.
시인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에 실린 짧은 시 <소년>을 그림책으로 엮었다.
윤동주의 유명한 시들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 시는 처음이다.
책에서는 원문을 현행 우리말 규범에 맞게 표기를 고쳤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102/pimg_7427751601515772.jpg)
<소년>이라는 시 전체를 읽기 전에 그저 그림책 보듯 그렇게 천천히 그림을 들여다 보면서 읽었다.
면지에 그린 이 그림이 나는 어쩐지 전에 윤동주 문학관에서 본 하늘같은 느낌이 들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102/pimg_7427751601515773.jpg)
다시 보니 다른것 같기도... ^^;;
봄에 찍은 사진이라서 그런가?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102/pimg_7427751601515774.jpg)
여기저기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니!
첫 구절부터 감상모드로 들어서게 만든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몸도 마음도 움츠러드는 이 계절과 너무나 잘 맞아떨어진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102/pimg_7427751601515775.jpg)
단풍잎 떨어진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는다는 표현도
그저 자연의 섭리려니...라고만 생각하는 나같은 일반인에게 뭔가 울컥 하는 감성을 자극한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102/pimg_7427751601515776.jpg)
아이들이 참 맘에 들어했던 그림.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102/pimg_7427751601515777.jpg)
그리고 내 맘에 든 그림은 이 페이지.
뭔가 공허한, 뻥 뚫린 마음을 말하는 것만 같다.
아...감성 무지 돋는데?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1102/pimg_7427751601515778.jpg)
소년(少年)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듯한 볼을 씻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少年)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은 어린다.
아이들과 함께 보긴 했는데
무슨말인지 알듯 모를듯 이해하기 힘들것 같다는 건 내 편견.
아이들 나름대로의 시선으로 그림과 글을 이해했다.
짧은 시지만 페이지마다 그림을 보면서 한구절씩 읽어내려가다 보니
시를 천천히 음미하고 씹어먹게 된다.
이것도 시를 읽는 방법중 하나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리움, 쓸쓸함과 이 가을 감성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