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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원숭이
박세당 지음, 전진진 그림 / 재미마주 / 2016년 7월
평점 :
총 12꼭지, 그러니까 한장이 한꼭지라서 딱 12장으로 끝나는 그림책이다.
옛날, 원숭이들만 사는 마을에서는 사과나무에 열린 사과만 따먹으며 살았더랬다.
멀쩡한 사과지만 땅에 떨어져 흙 묻은 사과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어느날, 땅에 떨어진 흙 묻은 사과를 물에 씻어 먹었더니 달괴 시원하다는 것을 발견한
바로 그 첫번째 원숭이.
이 좋은 방법을 친구들에게 알려줬으나, 친구들은 오히려 첫번째 원숭이를 외면한다.
그러던 어느날, 100번재 원숭이와 신기한 바람을 기다리라는 계시(?)를 받는다.
떨어진 사과를 깨끗이 씻어 먹어도 괜찮다는 걸 알게된 원숭이는 점차 늘어났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리고 마침내 100번째 원숭이가 흙 묻은 사과를 집어 들고,
개울물에 깨긋이 씻어먹었다.
나머지 99마리의 원숭이들처럼.
그 순간 아무도 모르는 신기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이걸 보던 다른 원숭이들도 아무렇지 않게 물에 씻어 먹기 시작했다.
전날까지는 이상하게 보던 그 행동을 이젠 모두가 자연스러워한다.
100번째 원숭이의 신기한 바람은 그렇게 이 마을 원숭이들 뿐만 아니라
마을밖, 전세계로 퍼져나간다.
실제 1930년대 일본에서 한 실험이란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간절한 생각이 조금씩 모이다 보면 어느새 강해지는 어떤 힘.
저자는 아담과 이브의 사과, 트로이전쟁을 일으킨 왕자 파리스의 황금사과,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의 사과,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에 한 입 베어 먹은 사과,
그리고 다섯번째 사과를 이 사과로 규정했다.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하게 일상이 된 것들에는 어쩌면 이런 첫번째 원숭이와 같은 과정이 숨겨져 있었으리라.
곱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는 그림책이다.
아이와는 조금 어려운 말보다는, 첫번째 원숭이가 된다는 것이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모두에게 있다...뭐, 이정도로만 이야기했다.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