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속의 한국사 2 : 조선왕조 500년 - 역사소비시대의 역사 읽기 한국사 속의 한국사 2
고석규.고영진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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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단군이래 한국사에 관심이 이렇게 많았던 적이 없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한국사 관련 컨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말.

너무 많은 정보는 정보선택에 더 어려움이 있다.

특히 역사는 관점에 따라 많은 부분이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어서 책을 선택할때 더욱 어렵다.

늦바람이 불어 한국사 공부를 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주관이 없어서

여러 책을 두루 읽으며 나름 비판해보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런 중에 만난 <한국사 속의 한국사> 2권 조선편이다.


1996년 풀빛에서 출간된 <역사 속의 역사읽기>를 기본으로 현시점에 맞춰 최근의 연구성과 들도 담고 있는 개정판인듯하다.

스테디셀러라는데 전작을 몰라 검색해봤더니 많은 사람들이 읽고 평점도 높은 책이었다.



목차만 보면 고려말에서 대원군까지 조선왕조 500년을 다룬다.

통사를 기본으로 하지만 흔히 말하는 역사처럼 역사적 사건을 나열하진 않았다.

제목처럼 한국사 속에 있는 한국사의 다양한 부분들을 담았다.

읽으면서 저자들의 방대한

 

지식량에 놀라웠다.


처음에는 연대표를 옆에 놓고 읽기 시작했는데 연대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대표는 역사적 사실들만 담고 있으니까.

그 사건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어떤 시각으로 볼 것인지와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사회, 경제, 문화의 다양한 부분들까지 정말 자세히 담고 있기때문이다.



p. 107

조선 사회에서 정치 하면 곧 사화와 당쟁을 연상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곧 정치=부정의 대상이라는 인식으로 이끄는 매개이기도 하여싸.

사화와 당쟁에 대한 무조건적인 부정은 정치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일제 식민사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식민사관에 의한 오염된 생각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더 크다.



p. 111

조선 왕조가 유지되던 19세기 말에도 우리나라 학자들 중에서 당시의 유교정치를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흐름이 있었다.

긇지만 그러한 비판적 인식은 정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고 이제 한계에 이른 양반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질서를 세워 보고자 하는 의도에서였다.

이에 반해 일제 식민사학자들은 우리 민족의 정치적 역량을 부정하고 나아가 식민통치를 합리화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조선의 정치=당쟁이라는 등식하에 부정으로 일관하여 조선 정치사를 짜 나갔다.

(...) 그래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당쟁을 이해할 때 권력을 둘러싼 암투로써

국가.국민의 이익은 도외시하고 관념적인 문제를 놓고 싸웠던 것으로 보아왔다.

(...) 정치 운영의 측연에서 정치 세력의 배타적이고 극단적인 대립을 강조하기 보다는

상호갈등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해결해 나가려고 했는가 하는 점에 더 주목한 것이다.



p. 171

<<예기>>에 의하면 '삼년상은 천하에 통용되는 상'이라고 해서 천자로부터 평민에 이르기까지 모두 지내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사족들은 삼년상을 지냈지만 평민들은 국가 경영의 문제 때문에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사실에서 우리는 사족들에 의한 국가 지배의 이율배반적인 면을 볼 수 있다.


 


 

p. 177~184

지금까지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원인으로 제일 많이 들었던 것은 전국 시대를 통일한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전쟁 이후 남아나는 무력을 외부로 방출시켜 국내의 통일과 안정을 유지하고자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이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경제적인 이유에 있었다고 한다.

도요토미가 국제무역에서 일본이 겪고 있던 불리함을 한꺼번에 타개하기 위해 조선침략에 나섰다는 것이다.

(...)

따라서 단지 도요토미가 죽었기 때문에 일본군이 물러간 것은 아니었다.

이길 수가 있었다면 물러갈 리가 없다.

그러므로 일본이 패주한 것이지, 우리가 패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패전이 아니라는 것만으로 자위할 수는 없다.

막을 수도 있었던 전쟁을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 했다는 점, 국가적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었는데,

그 대부분을 백성들이부담해야 했다는 점 등이 이 전쟁을 승전이라고 규정하기를 머뭇거리게 하는 이유들이다.

(...)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으킨 임진왜란은 무력을 사용하여 중국 비단과 조선 면포의 교역권을 확보하려 한 경제 전쟁이었다.


 


 

p. 218

예송은 허황된 공리공담이나 고질적인 당파싸움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

(...) 이 사건은 17세기 사회에서 각 학파 내지 붕당들이 나름대로의 학문적 기반 위에서

자신들의 노선의 정당성을 주장한 전형적인 '정치행태로서의 전례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예송에서 드러난 사상적 차이는 중세 사회체제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연결되었다.



p. 282

이 시기(숙종 대, 환국) 정치사의 흐름을 상세히 알지 못하면 그저 어지러운 느낌이 들고 밤낮 싸움만 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우리는 분열 콤플렉스라고 할 만큼 분열은 나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에도 주변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단결력이 약하다.  파벌의식이 강하다.  조선 시대부터 그랬다"는 등의 말을 자주 듣는다.

이런 '분열'에 대한 콤플렉스가 생긴 원인은 일제 식민사학의 당파성론에 있다.

그리고 그것이 확대 재생산되어 왔던 배경에는 우리 현대 정치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단결하고 뭉쳐야 할 집단이 분열한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모든 집단이 반드시 단결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생각이 같아야 한다."는 말은 한번 짚어보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p. 322

민비에 대해 말하기 전에 민비라는 칭호부터 좀 수정할 필요가 있다.

공식 명칭은 명성황후라고 해야 하겠다.

민비라는 표현은 일본인들이 명성황후를 일부러 비하해서 그렇게 불렀던 것이다.



 

p. 421

민란은 본래 '민이 난을 일으킨다.'라는 의미로 지배층의 입장에서 부정적으로 사용했던 용어였다.

그러므로 엄격히 말하자면 적절한 용어라고 할 수 없다.

새로운 사회 세력의 움직임이 지배층에게는 그저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 '난'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거꾸로 진보를 위한 발걸음으로 볼 수 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요즈음 학계에서는 19세기에 일어난 민란들을 '농민항쟁'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450여 페이지나 되는 긴 여정이었다.

기본적으로 통사의 흐름은 이해하고 있으면서 읽어야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제 역사적 사실들은 검색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 책은 그 역사의 사실들에 대한 비평이 함께 들어있어,

역사의 파편적 지식들을 꿰어 비판하는 맥락적 지식을 위해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아주 오래전 학교 다닐때 배웠던 역사적 지식들이 일제 식민사관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했구나 싶고,

요즘 학교에서는 어떻게 배우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특히 임진왜란를 바라보는 관점이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차이가 나서 놀라웠다.

다만, 민비는 잘못된 표현이고 명성황후가 옳다고 한 것은

민비라는 칭호는 대한제국 선포 전에 있었고, 사망 후에 명성황후라고 추존한 것이므로

사도세자를 장조라고 부르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있는 내 의견과는 차이가 있었다.


비록 신라가 삼국을 통일함으로써 민족의 통일을 이루었다고 해도 그 통일은 불완전하였고, 경주는 여전히 신라의 수도일 뿐이었다. 또 고려는 그 명칭에서 보듯이 고구려를 계승한다는 의식상의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조선은 이런 점들을 극복하여 진정한 의미에서 민족의 통합을 이루어 냈다.
- P52

개혁이 아무리 의지가 있어도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역사의 발전은 오히려 더뎌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개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될 것이다. 노래 <말도 안 돼>에서 "세상이 변했으니 어쩔 수가 없다고. 변하는 건 당연해. 어떻게가 중요해."라고 외쳤던 어느 가수의 노랫가락처럼 ‘개혁‘ 그 자체보다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가 여렵고도 중요한 일이다.
- P104

역사에서는 비약이 없다. 그리고 역사는 그 주체들의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 발전한다.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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