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끼친 가장 큰 영향은 가열이다. 한때 지구인들은 ‘global warming‘을 ‘지구 온난화‘로, ‘global boiling‘을 ‘지구 열대화‘로 번역했다. 참으로 한가한 사람들이다. ‘온난화‘라는 말은 전혀 두렵지 않다. 따뜻하고 훈훈하면 좋은 것 아닌가? ‘열대화‘도 마찬가지다. 열대 과일이 얼마나 맛있는데? global warming은 지구 온난화가 아니라 ‘지구 가열화‘로, global boiling은 지구 열대화가 아니라 끓어오른다는 뜻의 ‘지구 비등화‘로 바꿔야 마땅하다. - P109
결국 인류세와 지난 다섯 차례 대멸종의 결정적인 차이는 환경변화를 누가 일으켰느냐이다. 지난 다섯 차례 대멸종의 원인은 자연이었다. 당시 생명은 속수무책이었다. 지금 여섯 번째 대멸종, 인류세의 원인은 무엇인가? 당신들 인류다. 똑똑한 인류다. 그러니 얼마나 다행인가? 화산이 터져서도 아니고, 소행성이 부딪혀서도 아니고, 초대륙이 만들어져서도 아니다. 오로지 당신들 인류의 소행이다. 그러니 해결법도 간단하다. 당신들만 변하면 된다. - P111
2015년 파울 크뤼천을 비롯한 12개국 과학자 26명은 인류세가 시작되는 시기를 20세기 중반, 즉 1945~1950년으로 잡자고 주장했다. 외계인이 와서 봐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지질학적인 특징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1950년 지층부터 전 세계 지층에서 방사선이 검출된다. 핵실험을 엄청나게 했기 때문이다. 또 모든 땅에서 콘크리트와 플라스틱이 쏟아져 나온다. 이전 시대에는 없던 것들이다. 생물학적 지표도 있어야 한다. 이들은 닭 뼈가 지표라고 생각했다. 전 세계 사람들이 갑자기 닭을 먹기 시작했다. 공장식 양계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류세는 공식적인 용어로 채택되지 못했다. 2024년 3월 5일 국제지질학연합 IUG 산하 제4기 층서 소위원회는 인류세 도입안을 반대 66퍼센트로 부결했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자들이 지구 시스템에 미치는 인류의 영향을 통째로 부정한 것은 아니다. 다만 세계 지질학계가 지질 구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지질학적 중거가 새로운 지질시대를 구분할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에 서로 합의했을 뿐이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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