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그날 그 술자리에 가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그때 그 교차로를 건넜더라면 뭐가 달라졌을까. 그때 김밥이 아니라 떡볶이를 먹었더라면 그는 내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됐을까...그런 것들을. 내가 부둥켜안고 있는 이 삶의 모습이 실은 대부분 의도치 않았던 우연과 가볍게 내린 선택에 의해 결정됐을 가능성을.
삶의 가장 중요한 뼈대만큼은 그런 사소한 사건이 아니라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단에 따라 놓인다고 믿고 싶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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