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쓰다 만 글을 이제서야 마무리.

북플에 쓰다 말아서 임시저장되어 있던 글이다.

글이라기 보다 밑줄긋기한거지.

겨울방학때 아이들과 영화 "영웅"을 보았다.

클로즈업한 배우들의 표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뮤지컬과는 다른 감동이 있었다.

영웅에 대한 글이 궁금해졌다.

하여 집어들었는데 참 진도가 안나가...

그렇게 묵히고 묵히던 중 3.1절 특집으로 김훈 작가의 인터뷰 다큐를 보았다.

아~! 작가의 의도를 알고 나니 독서의욕 불끈! 하여 끝을 낼 수 있었다.

뚝뚝 끊기는듯한 무뚝뚝함이 낯설기도 했지만 그 속에서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아래는 북플에 담아뒀던 그 때의 밑줄긋기들.

뮤지컬이나 영화처럼 클라이막스를 기대하면 안된다는 건 안비밀.


++++++++++++++++++++++++++++++++++++++++++++++++++++++++

계속 뭔가 슬프네...

마음의 소리에 들어있는 뜻까지 읽어야 해서 어려운

흐려진 기억들과 궁금증을 해소하느라 검색하면서 보느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




대한매일신보는 조선 전역의 소요사태를 상세히 보도했다. 신문은 소요군중을 ‘의병‘이라는 두 글자로 일컬었는데, 글자 두 개가 더 큰 무리를 불러모았다. 신문의 문장은 곧고 단단해서 읽는 사람을 찌르고 들어왔다. 

- P55

메이지의 황궁은 늘 고요해서 겨울에는 눈 쌓이는 소리가 들렸다.

- P59

이 세상이 끝나는 먼 곳에서 빌렘이 기도를 드리고 있고, 그 반대쪽 먼 끝에서 이토가 흰 수염을 쓰다듬고 있고, 그 사이의 끝없는 벌판에 시체들이 가득 쌓여 있는 환영이 재 위에 떠올랐다. 시체들이 징검다리처럼 그 양극단을 연결시키고 있었다.
- P66

해산된 군인들이 의병 부대에 가세했다. 의병들은 전국 산골, 도회지, 섬에서 싸우다 죽었고, 져서 자살했고, 잡혀가서 죽임을 당했다.
- P71

그들은 이동중에 내려앉은 야생 조류들처럼 보였다.
- P87

......여기까지 오기는 왔구나. 여기서부터는 말을 붙일 수 없는 세상을 향해서 말을 해야 하는구나. 여기서부터 다시 가려고여기까지 왔구나. 여기서부터 사형장까지......말을 하면서......안중근은 몸속에서 버둥거리는 말들을 느꼈다. 말들은 탄창속으로 들어가서 발사되기를 기다리는 듯하다가 총 밖으로 나와서 긴 대열을 이루며 출렁거렸다. 말은 총을 끌고 가려 했고, 총은 말을 뿌리치려 했는데, 안중근은 마음속에서 말과 총이 끌어안고 우는 환영을 보았다. 법정에서 사형장까지는 멀지 않았으나 말을 거느리고 거기까지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몸속에서 버둥거리는 말이 하얼빈역에서 쏜 자동권총처럼 방아쇠를 당기는 대로 쏟아져나온다면 거기까지 가는 길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어렵거나 어렵지 않거나 거기까지 가는 길이 멀지는 않다는 것을 안중근은 법정에 들어서면서 확실히 알았다. 안중근은 그 길에 대해서 죽은 이토에게, 옆자리에 앉아있는 우덕순에게, 그리고 아내 김아려에게 말해주고 싶었으나 말을 걸 수가 없었다.
- P2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