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벌써 기억의 날카로운 가장자리를 무디게 만들고 있었다. 
(...)
오래전에 일어났던 일을 불러내어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한 번 소생시키는 일이 점점 더 힘들어졌다. 몇 년이 지나면, 그를 잃어버린 걸 더 이상 슬퍼하지 않게 될 날이 올지 몰랐다. 그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기 시작하고, 길거리에서 타리크라는 이름의 아이를 부르는 소리를 들어도 더 이상 어찌할 바를 몰라 하지 않을 날이 올지 몰랐다. 부재의 아픔에 너무 익숙해지면 지금처럼 그를 그리워하지 않게 될지 몰랐다. 다리가 하나 없는 사람의 환상통처럼 말이다.
나중에 더 커서, 셔츠를 다림질하거나 아이들에게 그네를 태워줄 때, 더운 날 그녀의 발밑으로 느껴지는 양탄자의 온기 혹은 낯모르는 사람의 둥근 이마와 같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 그날 오후 함께 있었던 기억을 오랜만에 한 번씩 불러일으킬지 몰랐다. 그러면 그 모든 것이 몰려올지 몰랐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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