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에서처럼 오랑에서도 시간과 성찰이 모자라 사람들은 무턱대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
- P11

우리는 결코 이와 비슷한 일을 한 번도 겪은 적이 없다는 것, 이게 전부입니다.
- P22

집들이 서 있던 땅이 그 안에 고여 있던 체액을 짜내고, 지금까지 안에서 곪았던 진물과 피고름을 표면으로 솟아나게 한다고 말할 만했다.
- P26

"질문,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 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체험해 보기, 방법. 치과 대기실에서 불편한 의자에 앉아 여러 날을 보내기, 집 발코니에서 일요일 오후를 보내기,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어로 하는 강연을 듣기, 가장 길고 가장 불편한 기차 노선을 고르기, 그리고 당연히 입석으로 여행하기, 공연장의 매표구에서 줄을 섰다가 표는 구입하지 않기 등"
- P39

사실 재앙이란 항상 있는 일이지만, 막상 들이닥치면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 어려운 법이다. 세상에는 전쟁만큼이나 페스트가 많이 있었다. 하지만 페스트나 전쟁이 들이닥치면 사람들은 항상 속수무책이었다.
- P53

재앙이란 인간의 척도로 잴 수 없는 것이어서 사람들은 그것을 비현실적인 것, 즉 곧 사라지고 말 악몽으로 여긴다. 하지만 재앙은 사라지지 않으며, 반복되는 악몽 속에서 사라지는 것은 바로 사람들인데, 그 선두에 인간주의자들이 서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재앙에 주의하지않기 때문이다. 우리 시민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죄가 크지 않았고 겸손할 줄 몰랐을 뿐이다. 그들은 그저 아직 모든 것이 자기들에게는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해서 재앙이 발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계속 사업을 했고, 여행을 준비했으며, 각자 나름의 신조를 가지고있었다. 그들이 미래, 이동(移動), 협상 등을 모조리 앗아가 버리는 페스트를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그들은 자유롭다고 생각해 왔지만, 재앙이 있는 한 그 누구도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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