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올해도 얼마 안남았구나...이런 생각이 들 즈음,
앗, 내맘대로 올해의 책을 안뽑았구나!
벌써 한해가 가다니...해마다 참 시간 빨리 가는구나 싶지만
올해는 지루하면서도 참 빨리 지나갔다.
(이게 말이 안되는 것 같은데 말이 된다)
그 한해를 코로나가 관통하고 있어 더 긴 터널처럼 지루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긴 터널을 지난 후 밝은 빛을 볼때의 기쁨을 언제쯤 느낄 수 있을까?
무튼, 연례행사처럼 올해도 내맘대로 올해의 책을 선정해 본다.
그렇게 벌써 6년차라는게 흐뭇하기도 하다.
언제나 그랬듯, 올해 읽은 책들을 대상으로 했고, 순위는 없다.
1. 우리가 빛의 속도로 나아갈 수 없다면 / 김초엽 / 허블
표지만 보고 에세이인줄 알았다.
소설이라니 연애소설쯤으로 생각했다.
읽다보니 어랏!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인데?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지 모를 이야기들에 공감했다.
작가의 상상력과 필력에 감탄했다.
그냥 그렇게 흥미롭게 읽고 덮어두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여운이 짙어지는 책이다.
두고두고 생각이 난다.
특히 '관내분실'이 인상깊었다.
나의 죽음 뒤에는 어떤 자료가 담길지도 생각해 볼 만하다.
2. 교양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 / 수잔 와이즈 바우어 / 꼬마이실
초등이상 읽을 수 있는 책이라지만 세계사를 1도 모르는 내게도 수준이 맞는 책이다.
구어체라서 편하게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보통 이 책의 원서를 수험용으로 읽던데
영어를 잘 하는 지인이 번역보다 원서가 더 이해하기 쉽다고 했다.
내년엔 원서로 도전해 보리라.
3. 바디 우리 몸 안내서 / 빌 브라이슨 / 까치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 이어 빌 브라이슨의 책은 두번째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내용이라 시간은 꽤 걸렸다.
머릿속에 다 담을 수 있진 않지만
우리 몸이 작은 우주라는 건 실감할 수 있었다.
밑줄도 많이 그으며 읽었던 책이다.
빌 브라이슨 특유의 위트가 있어서 긴 이야기임에도 지루하지 않다.
4. 35년 / 박시백 / 비아북
코로나 덕분에 읽었다고나 할까?
도서관도 자주 휴관을 해 뭔가 읽을 만한게 집에 별로 없어서 집어 들었다.
읽을 만하다기 보다 읽고 싶어 모아 둔 것들은 많지만
머릿속이 복잡하니 만화라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박시백이란 이름만으로 초판본 구입했다가 완간이 안된 상태에게 읽다 끊기는 게 싫어서
완간이 된 올해 다시 시작했다.
두번째 읽는데도 처음 같은 기분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었지만 내용은 전혀 가볍지가 않다.
역시 두번 세번 읽어야 할 책이다.
근데,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다. ㅠ.ㅠ
우선 <토지>부터 읽고서!
5. 태일이 / 박태옥 / 고래가 그랬어
역시 만화지만 가볍지 않다.
전에 '이이제이'에서 전태일 특집을 듣다 울었던 적이 있다.
그 먹먹한 느낌이 다섯권을 읽는 내내 들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노동현실은 변함이 없는 것 같아 씁쓸하다.
6. 보건교사 안은영 / 정세랑 / 민음사
광고를 보고 알게 되었다.
배우 정유미가 뭔가 알록달록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나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지만 그냥 궁금해서 골랐는데 의외로 재미있다.
골치 아프고 세상 귀찮을 때, 뭔가 다른 세상으로 모드전환으로 하고 싶을 때 딱이다.
7. 설민석의 책 읽어드립니다 / 설민석 / 단꿈아이
만사 귀차니즘.
올 한해는 그랬다.
책도 많이 안읽었다.
그때 이 책을 만났다.
우와~ 책 읽고 싶어져!
설민석 특유의 흡입력이 더해져 tvN 프로그램을 정주행했다.
읽은 책들보다 안읽은 책들이 많은데, 그나마 읽었던 책들도
그동안 난 뭘 읽었나 싶게 반성도 하게 되었다.
꼭꼭 씹어서 다시 읽어봐야지.
올해는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었다.
이사준비로 책을 정리하면서 집에 있는 거의 모든 책들을 다시 읽어봤고,
코로나로 도서관 대출이 어려웠지만 그 와중에도 대출이 가능할때 부지런히 책을 날랐다.
이럴땐 5인가족 모두 대출증 찬스를 이용할 수 있어 좋다.
예년에는 아이들 반응을 기억해 두었다가 올해의 책을 뽑았는데
올해는 그간 아이들이 별점 5개를 준 책들을 리스트업해서 다시 투표를 해 보았다.
평점이 후한 녀석들이라 투표권은 각자 15개씩 줬다.
아이들에게 표를 많이 얻은 책과 내 의견 살짝 보태서 선정해 본다.
아이들 책 상당수는 같이 읽은 게 아니어서 뭐라 코멘트할 게 없다. -.-;;
1. 그림없는 책 / 비제이 노박 / 시공주니어
우리집 스테디셀러다.
그림이 없는 그림책.
꼭 소리내서 읽어야 제맛이다.
2. 왜 띄어 써야 돼? , 왜 맞춤법에 맞게 써야 돼? / 박규빈 / 길벗어린이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이것도 몰라? 하면서 하하호호 좋아라했다.
초등 2학년들이 받아쓰기 플렉스를 느낄 수 있었던 책.
엄마, 받아쓰기 해봤어? / 송재환 / 계림북스
요것도 함께 읽으면서 좋아했다.
3. 으랏차차 뚱보 클럽 / 전현정 / 비룡소
4. 롤러 걸/ 빅토리아 제이미슨 / 비룡소
5. 바꿔 / 박상기 / 비룡소
6. 복희탕의 비밀 / 김태호 / 마음이음
초등2학년, 초등5학년 세 녀석들 모두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같이 안읽어서 뭐라 말할 수가 없네 -.-;;
7. 착각탐정단 / 후지에 준 / 을파소
단순하게 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이라 골랐던 책이다.
아무래도 아이들 책은 최근 읽은 책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서인지
요것도 세 아이들 모두에게 표를 얻었다.
8. 마당을 나온 암탉 / 황선미 / 사계절
두말하면 뭣해!
9. 푸른사자 와니니 / 이현 / 창비
1권을 읽고 얼른 2권을 읽고 싶어서 도서관 마다 뒤져서 읽었던 책.
뭐가 그리 재미있었을까?
10. 일주일 내내 토요일 / 파울 마르 / 문학과지성사
<기차 할머니>의 작가 책이라 궁금해서 골랐는데
녀석이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원작도 그러하겠지만 기차 할머니처럼 번역의 힘이 느껴지는 책이다.
11. 기억의 풍선 / 제시 올리베로스 / 나린글
아이들보다 내가 더 좋아서 고른 그림책이다.
나도 아이들과의 기억의 풍선이 한트럭이 있다.
그걸 매달아 <UP>처럼 앙헬폭포까지 갈 수 있을 만큼.
육아일기를 쓰느 이유는 이 기억의 풍선들을 조금 더 단단하게 묶어두려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의 풍선 색깔이 희미해지고 느슨해지기 마련.
그 풍선들이 하나둘 날아올라가면 어쩌지?
내 부모님의 기억의 풍선은 또 얼마나 오래 달려있을까?
오른발 왼발 / 토미 드파올라 / 비룡소
할아버지는 바람 속에 있단다 / 록산느 마리 갈리에즈 / 씨드북
생각나는 그림책들도 함께 읽었다.
전부 '할아버지'가 등장하네?
12. 노란 리본 / 허가윤 / 우리교육
잊지 못할, 잊어서는 안 될 그날의 이야기.
마지막에 나오는 동영상을 보면 더 눈물이 난다.
13. 앵그리맨 / 그로 달레 / 내인생의책
올해 가정폭력, 아동학대와 관련된 슬픈 뉴스들이 유난히 많이 있었다.
나는 앵그리맨이 아닌지 뒤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
내 책은 너무 읽은 게 없어서, 녀석들 책은 읽은 게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들었다.
올해의 키워드 역시 작년과 마찬가지로 "재미"다.
집콕하며 힘들고 지친 날들을 재미있는 책들로 버텼나 보다.
하긴 원래 독서는 재미있어야 하는게 맞는거지.
아이들이 클수록 볼륨있는 책들이 많아진다.
아이들이 읽는 책들은 나도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는데 점점 아이들 따로 나도 따로 읽게 된다.
나도 읽고 싶은 책이 쌓여있거든.
올해는 같이 읽은 책이 그림책 말고는 거의 없나보다.
내년에는 아이들 책도 "함께 읽기"를 많이 해야겠다.
해마다 올해는 책을 사지 말아야지, 모아둔(?) 책들을 읽어야지 하는데
알라딘이 자꾸 적립금을 준다.
올해도 읽은 책 보다 모아놓은 책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내년엔 정말 정말 책을 조금만 사야지.
+
미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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